HDC아이파크몰은 HDC그룹의 계열사 지원 종착지다. 지주사 HDC와 주력 계열사 HDC현대산업개발 직·간접적으로 자금을 지원해 주고 있다. HDC아이파크몰이 자본잠식 상태에서도 차입을 일으켜 영업을 전개할 수 있도록 대여금을 집행하고 신용 공여를 제공한다.
HDC아이파크몰은 올 1분기 자본잠식에 빠졌다. 2022년 말 194억원이던 자본총계가 올 1분기 마이너스(-)151억원으로 줄었다. 지난 1분기에 올린 당기순이익(10억원)보다 신종자본증권 상환금액이 더 컸기 때문이다. HDC아이파크몰은 지난 3월부터 스텝업 조항이 발효되는 신종자본증권을 조기 상환했다.
HDC아이파크몰은 2021년 12월 350억원 규모 채권형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각각 만기가 30년인 16회 사채(300억원)와 17회 사채(50억원)다. 지난 3월까지 이자율 연 6.8%였다. 신종자본증권 투자자에 지급하는 연간 배당액이 24억원에 달했다. 이후 내년 3월까지 기존 이자율에 연 5%포인트(p)가 가산된다. 내후년부터 이자율이 매년 3%p씩 상승한다. 조기 상환으로 이자 부담을 덜었지만 자본총계 감소를 피할 수 없었다.
신종자본증권 상환대금은 HDC현대산업개발이 만들어 줬다. 지난해 말 HDC아이파크몰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53억원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3월 HDC아이파크몰에 단기(만기 올해 12월)로 대출금 상환 재원 300억원을 대여해 줬다
HDC아이파크몰은 그룹 지배구조상 HDC의 종속기업이다. HDC가 HDC아이파크몰 지분 87.1%를 보유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과 HDC아이파크몰 사이 직접적 지분 고리는 없다. 계열 지원 능력 보유한 HDC현대산업개발이 지주사와 함께 HDC아이파크몰 유동성 확보를 돕고 있다.
HDC아이파크몰은 그룹에서 유통 부문을 담당하는 계열사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용산민자역사를 시공했고, HDC아이파크몰은 역사에 소재한 복합쇼핑몰 '아이파크몰'을 운영하고 있다. HDC아이파크몰은 2004년 용산 민자역사가 완공된 뒤 임대사업을 시작하며 매출을 일으켰다. 2006년 백화점사업까지 확장하며 지금의 사업구조를 형성했다.
사업 초기에는 결손금이 누적돼 재무안정성이 떨어졌다. HDC아이파크몰은 2004년부터 2013년까지 당기순손실을 지속했다. 2013년 말 미처리 결손금은 2439억원에 이르렀다. 그해 말 자본총계는 -948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부채총계는 5593억원, 자산총계 4645억원이었다.
자본잠식 속에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아이파크몰 증축·리뉴얼 공사 투자금을 집행해야 했다. HDC와 HDC현대산업개발은 HDC아이파크몰이 자산유동화 대출 등으로 장기차입금을 늘릴 수 있도록 자금 공여 약정을 제공했다. 2015년 말 2467억원이던 HDC아이파크몰의 총차입금은 2020년말 4329억원까지 증가했다.
투자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HDC아이파크몰은 2021년 잉여현금흐름(FCF) 640억원이 발생해 흑자로 전환했다. 지난해 FCF는 778억원을 기록했다. 유형자산 취득 규모가 50억원 이하로 줄면서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대부분 FCF로 이어졌다.
HDC아이파크몰은 잉여현금으로 차입금을 줄여나가고 있다. 2021년 말 총차입금은 전년 대비 681억원 감소한 3648억원이다. 지난해 말 총차입금은 전년 대비 501억원 줄어든 3147억원이었다.
차입금은 줄였지만 이자비용 부담은 여전하다. 차환 과정에서 이자율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2021년 단기차입금 이자율은 1.55~3.97%, 장기차입금 이자율은 2.32~5.83%였다. 지난해 단기차입금 이자율은 5.81%, 장기차입금 이자율 3.19~9.1% 수준이다.
HDC아이파크몰은 자체 현금 창출력을 바탕으로 차입금을 줄이는 재무 전략을 유지할 예정이다. 그동안 지주사와 HDC현대산업개발은 자본 확충보다 대여와 신용공여 등으로 유동성을 지원한다.
HDC는 2020년 7월 HDC아이파크몰에 330억원을 장기(3년)로 대여해 줬다. HDC아이파크몰이 아이파크몰제일차주식회사에서 빌린 장기차입금(2500억원)에는 조건부 주식 근질권(HDC아이파크몰 주식)을 설정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HDC아이파크몰에 제공한 자금 공여를 모두 해소했다가 지난 3월 대여를 집행하며 채권·채무 관계가 형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