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의 차동석 최고재무책임자(CFO)는 5개월 전만 하더라도 LG에너지솔루션 지분 직접 매각설을 부인했다. 하지만 이같은 발언을 뒤집으며 LG화학이 보유한 지분 중 약 1~2%에 해당하는 약 2조원의 지분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일부 IB업계 관계자들은 LG에너지솔루션의 최대 1조원에 달하는 녹색채권 발행이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LG화학 입장에서는 연결기준으로 대규모 차입금이 늘어나는 만큼 추가적인 외부 차입은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재무안정성과 유동성 확보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해 지분 매각 카드를 선택했다는 해석이다.
◇LG엔솔, 물적분할 후 첫 공모채 전액 녹색채권으로 발행
LG에너지솔루션은 오는 22일 물적분할 이후 첫 공모채 발행을 위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일정에 돌입한다. 트랜치(만기구조)를 2·3·5년물로 구성해 총 5000억원을 모집한다. 세부적으로는 2년물에 1000억원, 3년물에 2000억원, 5년물에 2000억원을 배정했다.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LG에너지솔루션의 물적분할 이후 첫 공모채 신용등급과 아웃룩으로 'AA0, 안정적'을 제시했다. 가산금리밴드는 2·3·5년물 모두 AA0 등급민평 수익률 대비 '-30~+30bp'로 제시했다.
모든 일정이 정상적으로 진행된다면 오는 29일 발행 작업을 완료하게 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공동대표주관사로 NH투자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대신증권 등 총 6곳을 선정했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1조원까지 증액하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번 2·3·5년물은 모두 ESG 채권의 일종인 녹색채권 형태로 발행된다. 총 사업비만 5조6550억원으로 예정된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 증설 등에 녹색채권으로 조달한 자금을 사용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핵심 전략 지역으로 평가받는 북미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생산 공장을 증설하고 있다.
지난 5월 현대차그룹과 계약을 체결한 합작법인(LGES-HMG Battery JV)는 조지아 주 서배너 브라이언 카운티에 공장을 건설해 2025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간 약 30GWh(기가와트아워)로 고성능 순수 전기차 약 3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혼다와의 합작 공장(Honda-LGES JV)은 오하이오주 페이엣카운티에 연간 약 40GWh로 50만대 생산이 가능한 규모로 설립할 예정이다. 스텔란티스와 합작한 공장은 2024년 양산을 계획하고 있다. 연간 생산 능력은 45GWh로 알려졌다.
◇LG화학, 엔솔 지분 약 2조원 매각 결정...LG엔솔의 추가 차입 부담 느낀 듯
일부 IB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공모채 발행액이 최대 1조원이라는 점이 최근 LG화학의 LG에너지솔루션 소수지분 매각의 배경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LG화학은 최근 LG에너지솔루션 지분 약 2조원 어치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보유 지분 81.84% 중 1~2% 정도에 불과하다. 매각 이후에도 공고한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다. 다만 5개월 전만 하더라도 지분 매각 가능성을 부인했던 CFO의 말이 뒤집힌 상황이다.
최대주주인 LG화학에게 끼치는 부담이 적지 않다는 점이 주된 근거다. LG에너지솔루션 사채가 1조원 증가하면 LG화학의 '총차입금/EBITDA'와 '순차입금/EBITDA' 지표는 각각 약 2.5배, 약 1.3배 수준까지 커질 수 있다. 각각 작년 지표에 단순합을 가정한 수치다.
LG화학이 AA+라는 우량 등급을 보유한 만큼 여유는 충분하다. 신용등급 하향 트리거를 터치하는 정도에 미치지도 않는다. 다만 LG화학 역시 신규 사업을 위한 유동성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종속기업의 대규모 차입금 추가는 분명히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LG화학은 현재 석유화학 부문 대신 성장 가능성이 높은 양극재·분리막 사업 등 '첨단소재 부문'에 집중하고 있다. 첨단소재 부문의 경우 지난해 미국 테네시주에 4조원 규모 양극재 공장 설립 계획을 밝혔다. 분리막 사업의 북미 진출 얘기도 솔솔 나오고 있다.
이에 올 초에는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에 진단사업부를 약 1500억원에 넘기기도 했다. 체외진단키트 관련 장비를 취급하는 진단사업부는 기술적 차별성이 크지 않아 비핵심 자산으로 분류된다. 이밖에 LG화학은 백신사업부와 팜한농 등도 비핵심 자산으로 분류하고 내부적으로 매각 시점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IB 업계 관계자는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각자 중점을 두고 투자하는 사업이 명확한 상황"이라며 "두 기업 모두 자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공모채 발행을 결정했는데, 규모가 큰 만큼 LG화학도 재무안정성 등을 고려해 추가적인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