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현일 경영지원실장(상무)이 CFO(최고재무책임자)로 선임된 지 6개월이 지났다. 장 실장은 부임 초기부터 중대한 과제에 직면했다.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사업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만일을 대비한 유동성 확보가 시급해졌기 때문이다.
장 실장은 CP(기업어음)와 전자단기사채 발행을 늘려 자금 마련에 나섰다. 눈에 띄는 건 만기 1년짜리 CP를 활용하는 점이다. DB금융투자가 자주 활용하지 않던 1년물 CP를 통해 만기구조를 다변화했다.
◇올들어 16차례 만기 1년 CP 찍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DB금융투자는 지난달 말 내년 5월을 만기로 하는 CP 3건을 발행했다. 각 50억원씩 총 150억원을 조달했다. DB금융투자는 올해부터 만기 1년에 육박하는 CP를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장현일 경영지원실장이 지난해 12월 CFO로 부임하면서 나타난 변화이기도 하다.
DB금융투자는 지난해 1년 동안 총 8700억원의 CP를 발행했다. 올해 들어 발행한 CP는 3400억원이다. 올해부턴 발행 전략에 차이가 엿보인다. 지난해까진 하반기부터 일부 CP를 1년물로 찍긴 했으나 대부분 1~6개월 사이로 만기를 구성했다.
하지만 지난 1월 초 4건의 CP를 만기 1년 가량으로 찍더니 같은 달 말에도 1년물 CP를 택했다. 지난달 말까지 발행한 만기 1년 CP는 16건이다.
장 실장은 만기 1년 가량의 CP를 활용하며 단기 차입금의 만기 구조를 다변화하고 있다. 만기 1년 이상인 CP의 경우 별도의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하나 1년에서 하루만 모자라도 제출 의무가 사라진다. 사실상 장기 CP에 가까운 수준으로 조달이 가능한 것이다.
장 실장은 CP 외에도 단기금융시장을 활발히 찾고 있다. 또 다른 조달수단이 전자단기사채다. 이로 인해 CP와 전자단기사채 발행잔액이 모두 증가했다. 지난해 말 기업어음 미상환잔액은 3100억원이었는데 1분기 말 3600억원으로 16% 늘었다. 전자단기사채 미상환잔액은 지난해 말 2690억원에서 1분기 말 3400억원으로 26% 증가했다.
◇'20년 DB맨, 차입한도 늘려 리스크 선제적 대응 장 실장은 지난 3월 단기 차입 한도를 늘리며 이 같은 발행 전략을 준비했다. 이사회 결의를 통해 CP 발행한도를 기존 5000억원에서 1조원으로 늘리고 전자단기사채 발행한도 역시 5000억원에서 6000억원으로 증액했다. DB금융투자가 CP와 전자단기사채 발행한도를 높인 건 10년 만의 일이다.
장 실장은 부동산 호황기에 키운 PF 사업으로 인해 우발채무 리스크가 가중되자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단기 차입을 늘리는 결정을 내렸다. CFO로 부임하기 전 경영전략과 재무관리, 리스크 관리 분야에서 오랜 경력을 쌓은 만큼 자금 확보 필요성이 크다고 느낀 셈이다.
장 실장의 CFO 부임 시점인 지난해 말 DB금융투자의 우발채무는 6260억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75%를 차지했다. 1분기 말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 비중은 74%로 지난해 말과 유사하다. 선순위 대출에 우선적으로 참여하기 어려운 중소형 증권사의 PF 비즈니스 특성상 중·후순위 대출과 브릿지론 비중이 높은 것이 위험 요인으로 거론된다.
장 실장은 20년 넘는 기간 동안 DB금융투자에서 근무해 회사 재무 상태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이다. 1971년생으로 수원 수성고와 성균관대 사회학과 졸업 후 2001년 DB금융투자에 입사했다.
CFO 업무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한 시점은 2016년 기획관리본부장을 맡은 후부터다. 기획관리본부는 현재 장 실장이 이끌고 있는 경영지원실 산하 조직이다. 올해 초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되며 의사결정에 더욱 힘이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