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부진을 겪고 있는 CJ ENM이 신용등급 전망 조정 우려가 사그라들고 있다. 시장에서는 글로벌 스튜디오인 피프스시즌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티빙의 실적 부진 등으로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바뀔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변동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CJ ENM의 시장 경쟁력을 높게 평가했다. 한국기업평가나 나이스신용평가 등은 모두 CJ ENM이 단기간 내에 수익성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보지는 않았지만 향후 점진적인 개선이 있을 것으로 봤다. 수익성 개선 여부보다는 향후 재무구조 개선 여부에 따라 전망을 변경할 것으로 관측된다.
◇ 어닝쇼크에도 굳건한 신용등급, 시장 경쟁력에 높은 평가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정기평가를 통해 CJ ENM의 신용등급 및 전망을 'AA-, 안정적'으로 평가했다. 정기평가는 회사채의 신용등급을 1년 단위로 재검토 하는 것으로 결산 재무지표를 기준으로 한다. 한국신용평가의 경우 아직 정기평가 결과를 내지 않았다.
한국기업평가 역시 지난달 CJ ENM의 기업신용등급(ICR·Issuer Credit Rating)을 'AA-, 안정적'으로 봤다. ICR의 경우 회사채 발행을 전제로 하지 않고 기업의 전반적인 채무상환능력을 평가한다. CJ ENM이 회사채 발행을 할 때 한국기업평가에 의뢰를 하지 않는만큼 별도로 ICR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CJ ENM은 2018년 CJ오쇼핑과 CJ E&M의 합병으로 만들어졌다. 신용등급 및 전망은 줄곧 'AA-, 안정적'이었다. 현재 △미디어플랫폼 △영화 드라마 △음악 △커머스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산하에는 글로벌 스튜디오인 피프스시즌, OTT 티빙이나 CJ ENM스튜디오스, 스튜디오드래곤 등을 거느리고 있다.
CJ ENM은 안정적인 캐시카우인 TV홈쇼핑 뿐 아니라 미디어 전반의 밸류체인을 거느리고 있는만큼 사업포트폴리오가 잘 꾸려져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다만 사업의 확장과정에서 재무여력이 축소되고 있다는 점은 우려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올 1분기 연결 기준으로 영업손실 503억원, 순손실 889억원을 기록, 어닝 쇼크를 냈다.
재무 부담 가중과 수익성 악화 때문에 시장에서는 CJ ENM의 신용등급 전망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었다. 실제 나이스신용평가가 제시한 신용등급 하향 트리거인 EBIT(영업이익)/매출액이 4% 미만 △순차입금의존도 15% 초과 등을 이미 충족하기도 했다.
◇ 향후 자산유동화 성과에 달린 신용등급 향방 아직 한국신용평가의 정기평가가 남았지만 다른 2곳의 신용평가사는 CJ ENM의 수익성보다는 향후 재무여력 개선가능성에 더 무게를 뒀다. 특히 CJ ENM은 올해 비용 통제와 비핵심 자산 유동화를 통해 재무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성과에 주목하고 있다.
CJ ENM은 2018년 합병 이후 2021년까지 연결 영업이익률 7~8%대 였으나 2022년 2.9%로 급감했다. 올해 1분기말 영업이익률은 -5.3%까지 낮아졌다. 수익성 악화는 티빙 확장과 2022년 진행된 피프스시즌 인수 영향이 컸다. 피프스시즌 인수에 93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했으나 실적 측면에서 도움이 되고 있지 않다.
수익성은 향후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송영진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수익성 개선 방안이 단기간 내 가시적인 성과를 보일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높은 브랜드 인지도, 우수한 콘텐츠 제작능력, 사업부문별 우수한 사업경쟁력 등을 바탕으로 영업수익성은 점진적으로 개선되는 양상을 보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한국기업평가 측은 "커머스 부문의 수익성 개선이 제한되고 있고 미디어 부문의 광고시장 위축, 외형 성장에 초첨을 둔 사업전략과 지속적인 콘텐츠 제작비 부담 등을 감안하면 유의미한 수익성 개선은 어렵다"면서도 "미디어부문을 중심으로 매출 성장세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일정 수준의 고정비 부담 완화 효과 등을 감안하면 점진적인 속도의 영업실적 회복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봤다.
결국 당장의 수익성 개선 여부보다는 향후 차입부담 축소 여부 등 재무여력에 대한 모니터링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피프스시즌 인수를 위한 자금유출과 차입금 증가 효과 등으로 지난해말 연결기준 순차입금은 2조2535억원으로 2021년말(6606억원)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 부채비율 역시 같은 기간 88.9%에서 137.8%로 높아졌다.
한국기업평가 측은 "중단기간 제한적인 이익창출력 개선 여력과 투자부담 등을 감안할 때 자체적인 영업현금흐름에 기반한 큰 폭의 재무구조 개선은 어려울 전망"이라며 "부동산 및 투자주식 등 비영업용 자산 매각, 외부투자 유치 등을 통한 적극적인 재무구조 개선을 추진할 예정이기에 향후 투자규모와 함께 재무구조 개선계획의 가시화 여부 및 성과에 대해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