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X세미콘이 지난해 인수한 텔레칩스 지분에서 지분법이익을 거뒀다. 증가분은 10억원대로 LX세미콘 몸집 대비 크지 않다. 다만 당초 지분 인수는 시너지 효과 모색 등 목적이 강했다. 텔레칩스의 견조한 경쟁력을 확인한 만큼 LX세미콘에겐 기분좋은 이익이다. 올해 초 주당 1만원까지 떨어진 텔레칩스 주가가 최근 인수 시점 가격을 회복한 점도 긍정적이다.
다만 디스플레이구동칩(DDI)의 판가 하락이 지속되면서 LX세미콘의 본업은 지난해 동기 대비 크게 감소했다. 여기에 판관비 증가 등이 겹치면서 영업이익이 70% 가까이 줄었다. 다행히 2분기를 기점으로 DDI 판가 하락세가 끝을 맺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만큼, 올 하반기에 반전을 노려볼 수 있을 전망이다.
◇텔레칩스 지분가치, 282억원으로 불었다…주가도 회복 LX세미콘은 지난해 267억원을 들여 텔레칩스 지분을 인수해 2대주주로 자리했다. 반도체 설계 기업(팹리스)인 텔레칩스는 차량용 반도체 분야에서 꾸준히 두각을 드러내왔다. DDI 위주 포트폴리오를 가진 LX세미콘이기에, 자율주행 등 전장 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텔레칩스와의 협력과 투자는 청사진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텔레칩스에 대한 LX세미콘 측의 지분은 10.93%다. 20% 아래 지분이지만 LX세미콘 측에서 이사를 임명할 수 있는 계약적 권리를 가졌다. 유의적 영향력 보유를 통한 관계기업으로 분류되는 만큼, 텔레칩스 지분은 시장가치가 아닌 지분법으로 LX세미콘의 재무에 계상된다.
이에 따라 LX세미콘은 텔레칩스 보유 지분으로 올해 1분기 2억원 규모 지분법손익을 얻었다. LX세미콘은 지난해에도 텔레칩스에서 12억원대 지분법손익을 거둔 바 있다. 이를 통해 LX세미콘 투자금 267억원은 282억원까지 불었다. 증가분은 적지만 목적이 시너지 효과 획득이었던 만큼, LX세미콘은 상당히 기분 좋은 수익을 올렸다. 최근 반도체 산업 및 글로벌 경기 불황에도 텔레칩스가 꾸준히 탄탄한 실적을 보여주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지분법 때문에 재무상 나타나지는 않지만, 최근 텔레칩스 주가가 가파르게 회복했던 점도 LX세미콘에게는 긍정적이다. LX세미콘은 투자과정에서 유상증자 등을 통해 1주당 1만7000원대에 텔레칩스 주식을 인수했다. 이후 텔레칩스 주가는 지난해 말~올해 초 사이 최저 1만550원까지 크게 하락한 바 있다.
LX세미콘에게는 다행히도 텔레칩스 주가 하락은 일시적이었다. 최저를 한 차례 찍은 텔레칩스 주가는 등락을 반복하면서도 우상향해 지난 4월 말에는 최고 주당 2만350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이는 지난 2020년 상장 이후 텔레칩스 최고 주가인 주당 2만2950에 상당히 근접한 가치다. 이후 다시 하락했으나 텔레칩스 주가는 여전히 1만7000원대 내외를 유지 중이다.
◇1분기 영업익 69% 감소, DDI 판가 하락 영향 다만 LX세미콘의 올해 1분기 실적은 반도체 업황 등에 영향을 받으면서 상대적으로 감소했다. 매출 5215억원, 영업이익 391억원으로 각각 지난해 동기 대비 10.9%, 69.4% 줄었다. 영업이익의 가파른 감소는 매출 감소와 더불어 판관비 확대가 겹쳐져 일어났다. 올해 1분기 LX세미콘의 판관비는 977억원으로 전년 1분기보다 21% 이상 증가했다.
매출 감소의 주된 원인은 주력인 DDI의 판가 하락이다. 지난해 1분기 0.65달러, 870원대를 기록했던 TV 등 대형 디스플레이 DDI 가격의 경우 지속된 내림세를 보여왔다. 옴디아, 트렌드포스 등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에 의하면 지난해 2분기부터 DDI 가격은 0.62달러선을 시작으로 꾸준히 하락했다.
올해 1분기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아 DDI가격은 0.5달러 초중반대에 가격이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실적 감소는 IT 및 디스플레이 산업 업황에 따라 등락이 잦은 DDI의 칩 위주로 계속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경우 처후에도 겪을 수 있는 일이다. 텔레칩스와의 협력과 R&D를 통한 차량용 반도체 경쟁력 강화가 요구된다. 차량용 반도체는 DDI 대비 상대적으로 견고한 업황을 보이는 특성이 있다.
다만 업계에 따르면 DDI 판가 하락세는 올해 2분기를 끝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하반기 DDI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점쳐지면서 판가 하락이 둔화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DDI 판가가 2분기에는 현 상태로 유지되거나 하락해도 미미한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계절적으로도 3분기부터 다수 IT 기업의 모바일 신제품 등이 출시되는 시기라 지난해만큼은 아니어도 회복세를 기대해 봄직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