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재무건전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려면 레버리지 지표와 커버리지 지표를 함께 봐야 한다. 전자는 '빚의 규모와 질'을 보여준다. 자산에서 부채와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을 비롯해 부채 내 차입금의 비중과 형태 등이 나타난다. 후자는 '빚을 갚을 능력'을 보여준다. 영업활동으로 창출한 현금을 통해 이자와 원금을 상환할 능력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THE CFO가 레버리지 지표와 커버리지 지표를 통해 기업의 재무 상황을 진단한다.
리튬 2차전지용 분리막 제조업체 더블유씨피(WCP)가 해외지역 설비투자를 공격적으로 추진하는 데는 지난해 기업공개(IPO)로 확충한 막대한 자본이 바탕이 됐다. 여기에 전환사채(CB)의 잇따른 보통주 전환으로 부채비율이 15%로 하락하는 등 재무건전성이 강화되면서 향후 해외지역 추가출자와 신규사업 진출 여력을 키웠다.
◇헝가리공장 증설자금 투입…IPO 자본확충 바탕
더블유씨피가 기업설명회(IR) 자료를 통해 밝힌 해외거점 계획에 따르면 헝가리 공장 증설 투자는 2025년 상반기 완료될 예정이다. 앞서 더블유씨피는 유럽과 북미 지역 진출을 계획하고 유럽지역 진출을 먼저 진행해왔다.
이에 따라 더블유씨피는 지난해 12월 100% 자회사 헝가리법인(WHP·W-SCOPE HUNGARY PLANT) 유상증자에 1억유로를 먼저 출자했다. 더블유씨피는 지난해말 헝가리법인 지분가치(장부가액 기준)을 1781억원으로 평가했다. 헝가리법인은 유상증자 자금을 분리막 공장 건설에 전액 사용한다. 지난해 약 82만㎡ 규모 헝가리 공장부지에 대한 토지계약을 체결했으며 현재 건축공사를 착공한 상태다.
더블유씨피는 합산 약 1조원의 자금소요가 예상되는 충주공장 7·8 생산라인 증설과 헝가리 생산라인 증설이 2025년 완료될 경우 국내외 합산 연간 23억㎡의 2차전지 분리막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북미지역 진출도 추진 중이다. 북미지역의 경우 선(先)수주-후(後)투자 경영정책을 유지하며 올해 하반기 구체적인 진출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더블유씨피가 유럽과 북미 지역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가능한 것은 지난해 9월 IPO로 대규모 자본을 확충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당시 IPO 발행총액 4320억원 중 구주매출분을 제외한 신주모집분 4216억원에서 법인세비용 등을 제외한 4151억원이 자본으로 포함됐다.
더블유씨피는 IPO 발행총액 4320억원의 대부분인 4150억원을 국내 생산라인 증설과 헝가리공장 신설에 사용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말까지 이중 1086억원이 사용됐다. 이외에 일부인 1681억원을 보통예금으로 운용하고 있으며 올해 이후 국내와 헝가리 지역 시설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을 명시했다.
◇부채비율 15% 여유…CB 전환에 차입금 감소
더블유씨피는 2019년부터 꾸준히 상각전영업이익(EBITDA) 흑자를 이어오고 있으며 특히 2021년 별도 기준 729억원, 지난해 1036억원의 호실적을 거뒀다. 하지만 운전자본 부담과 자본적지출(CAPEX)로 잉여현금흐름이 넉넉한 편은 아니었는데 IPO로 확충한 자본이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현금성자산도 1852억원까지 쌓았다.
2020년말 1634억원이었던 자본총계는 2021년말 기존 전환사채(CB) 일부 전환(2524억원)으로 4058억원으로 커졌고 CB 추가 전환(604억원)과 IPO에 따른 유상증자(4151억원)를 거친 지난해말에는 9374억원까지 확대됐다. 반면 부채총계는 갈수록 감소해 지난해말 1428억원까지 줄었다. 이에 따른 부채비율은 15.2%에 불과하다.
부채총계가 감소한 데는 총차입금이 줄어든 영향도 있다. 지난해말 총차입금은 리스부채(4억원)를 제외한 865억원이다. CB 전환이 주효했으며 장기차입금(유동성·비유동성 포함)도 소폭 감소했다. 다만 단기차입금은 소폭 늘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지출한 금융비용은 13억원에 불과했다.
더블유씨피는 IR 자료를 통해 해외거점 계획 외에 신규사업 전망도 밝혔다. 신규제품으로 이온교환막 사업을 확대하고 전고체전지용 제품 개발을 지속할 계획이다. 더블유씨피 2차전지 분리막의 핵심기술은 다공성 필름 제조기술이다. 더블유씨피는 다공성 필름 제조기술을 다양한 사업영역에 적용하는 기술플랫폼으로 활용해 이온교환막 등 개발을 병행하고 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