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위즈는 2000년 상장 이후 수년간 무배당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작년에는 'P의 거짓'에 대한 기대감으로 국내 게임주들 중 유일하게 주가가 선전했음에도 내부적으로 뚜렷한 배당계획을 설정하진 않았다.
이익잉여금 등이 꾸준히 우상향하면서 배당여력은 충분한 편이다. 다만 인수합병(M&A)이나 신성장 투자재원으로 적립해두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이익잉여금 최대치, FCF도 안정적 결론부터 말하면 네오위즈는 배당여력이 충분하다. 작년 말 연결기준 이익잉여금이 3810억원이다. 2010년 891억원 수준에서 2013년 2189억원으로 큰 폭으로 증가한 뒤 한동안 2000억원 안팎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18년부턴 공격적으로 쌓아 매년 300억~500억원 가량 늘어나는 추세다.
이익잉여금은 자본의 구성요소로 배당여력을 가늠하는 지표 중 하나다. 네오위즈는 이 중 법정적립금과 미처분 이익잉여금 두개 항목을 계상하고 있다.
상법에 따라 기업은 의무적으로 적립해야 하는 법정적립금과 임의로 유보하는 임의적립금, 전년도에 활용되지 않은 이월잉여금과 당해 순이익으로 구성되는 미처분 이익잉여금 등 크게 3가지 계정으로 구성된다.
네오위즈는 매 결산기마다 현금에 의한 이익배당금의 10% 이상을 이익준비금으로 적립하고 있다. 적립한도는 자본금의 50%다. 해당 금액은 현금으로 배당할 수 없으나 자본전입 또는 결손보전이 가능하다. 자본준비금과 이익준비금의 총액이 자본금의 1.5배를 초과할 때 그 초과한 금액 범위에서 자본준비금과 이익준비금을 감액할 수 있도록 했다.
잉여현금흐름(FCF) 추이도 안정적이다. 2011년부터 현금흐름표를 살펴보면 2011년, 2019년, 2021년을 제외하고는 FCF는 줄곧 순유입(+)을 유지해 왔다. 2021년에는 투자활동으로 646억원을 쏟아부으면서 FCF가 급감했지만 작년 본업에서 벌어들인 영업활동현금흐름(NCF)이 400억원대를 넘으면서 다시 플러스로 전환됐다.
보유현금량도 등락폭이 있긴 하지만 꾸준히 증가해 왔다. 2019년, 2020년, 2021년에는 유동금융자산을 취득하느라 현금을 크게 소진했다. 작년에도 자사주 대량 매입으로 현금곳간 규모도 쪼그라들었다. 그런데도 기말현금은 917억원으로 2019년(859억원)보다 많다. 유동금융자산은 1년 내 환금할 수 있는 자산이라 사실상 현금성자산에 가깝다.
◇주주환원정책 불분명 네오위즈는 2011년부터 꾸준히 무배당 기조를 유지해 왔다. 배당 관련한 정관 조항을 보면 제9조3항 신주의 동등배당, 제 44조 이익금의 처분, 제 45조에선 이익배당과 분기배당, 제 46조 배당금 지급청구권의 소멸시효와 관련한 요건 등을 갖췄다.
다만 중장기적 배당관련 방향성을 구축하진 못한 상태다. 네오위즈는 사업보고서를 통해 "장기적인 미래 성장을 위해 신규 지식재산(IP) 확보, 신사업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어 배당 정책을 수립하지 못했다"며 "향후 다양한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략적으로 배당 정책을 수립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물론 배당이 필수적인 요소라고 볼 수는 없다. 기업들은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재원, 재무구조 건전성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게임시장 환경이 급변하면서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업간 M&A 활발해졌다. 제조업과 달리 업력이 짧은 탓에 주주들 조차 배당보다는 재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기를 원하는 기조도 짙다.
오히려 배당자원을 유보해 성장을 위한 밑거름으로 활용하는 것도 유리하다. 꾸준한 수익창출과 펀더멘탈 유지가 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면 더할 나위없는 주주가치제고 활동이다. NHN, 펄어비스, 웹젠, 위메이드플레이(옛 선데이토즈) 등 게임사들도 무배당 정책을 유지하는 이유다.
다만 네오위즈는 코스닥 시장에서 눈부신 성장으로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 게임주들이 크립토 윈터 등의 여파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유일하게 주가가 선전했다. 큰 폭의 실적 개선 등이 아닌 오롯이 'P의 거짓'에 대한 기대감이 기폭제가 됐다. 작년 8월 독일 게임스컴 3관왕 달성 후 주당 4만원을 돌파하며 계속 올랐다. 9일 네오위즈의 종가는 4만5050원이다. 시가총액도 1조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P의 거짓은 고전 피노키오를 성인 잔혹극으로 각색한 콘솔 액션 역할수행게임(RPG)이다. 2020년 사이버펑크 2077, 2021년 엘든링을 잇는 소울라이크 장르 기대작으로 꼽힌다. 올해 8월 콘솔과 PC 두가지 버전으로 출시 예정이다.
일각에선 네오위즈 지분의 51%에 달하는 소액주주들을 위한 가치제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로선 주주환원정책 방향성도 뚜렷하지 않다. 2021년 3월부터 작년까지 2년에 걸쳐 총 350억원 자사주를 매입했지만 이 또한 주주환원과는 무관하다. 자사주 소각계획이 없다는 점에서 완벽한 주주환원정책이라고 볼 순 없다.
네오위즈는 해당 자사주를 핵심 사업에 대한 경쟁력 강화를 위한 M&A 등을 위해 사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자사주를 주고 타사 지분을 받는 등의 방식으로 활용 예정이다. 일부는 직원들의 스톡옵션, 스톡그랜트 등 인센티브 지급용으로 취득했다.
◇문지수 CFO, P의 거짓 '넥스트스탭' 고민 작년 바뀐 문지수 재무책임총책임자(CFO)도 무배당 기조로 일관하고 있다. 문 CFO는 2018년부터 네오위즈의 대표를 맡았던 인물이다. 작년 1월부터 물러난 뒤 일본 자회사 게임온 대표와 네오위즈 CFO를 겸하고 있다. 게임온은 네오위즈의 일본법인으로, 산하에 투자조합 지온인베스트먼트를 두고 있다.
문 CFO는 회사의 성장과 궤를 같이해온 인물이다. 당장의 주주들의 환심을 얻기 위한 배당 정책을 구축하기보다 게임산업과 게임성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전략을 마련해나가고 있다. 네오위즈가 출시한 게임의 시장에서의 포지셔닝을 투자자들에게 보다 정확하게 전달하려는 목적이다. IR팀을 이끌며 게임시장에 대한 세미나를 열며 투자자들과의 소통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네오위즈의 주가는 작년 한해 오롯이 P의 거짓에 대한 기대감만으로 상승했다.
주가랠리가 이어지려면 P의 거짓의 흥행 뿐 아니라 다음 라인업 준비에 더 신경을 써야한다. 네오위즈는 P의 거짓 개발사가 만드는 오픈월드 생존 슈터 신작과 일본 유명 IP를 활용하는 모바일 RPG 등을 준비 중이다.
모회사인 네오위즈홀딩스 역시 캐시카우인 네오위즈의 무배당 기조에 적극적인 배당을 시행하기 어려운 구조다. 자회사로부터 거둬들이는 배당수익도 '제로'다. 네오위즈홀딩스의 소액주주 비중은 50% 정도, 대략 7000여명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