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재무건전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려면 레버리지 지표와 커버리지 지표를 함께 봐야 한다. 전자는 '빚의 규모와 질'을 보여준다. 자산에서 부채와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을 비롯해 부채 내 차입금의 비중과 형태 등이 나타난다. 후자는 '빚을 갚을 능력'을 보여준다. 영업활동으로 창출한 현금을 통해 이자와 원금을 상환할 능력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THE CFO가 레버리지 지표와 커버리지 지표를 통해 기업의 재무 상황을 진단한다.
포스코퓨처엠의 빚 부담이 갈수록 늘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부채비율이 크게 늘어났는데 앞으로 시설투자 부담이 커지는 향후 몇 년간은 더 많은 자금 소요가 예정돼 있다. 확장기 길목에서 회사의 재무적 '균형 감각'이 요구된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퓨처엠은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각각 1조1352억원, 20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1.8%다. 분기 사상 최대 매출인 데다 영업이익도 전분기에 비해 515% 늘었다.2차전지용 양·음극재를 판매하는 에너지소재 사업부가 167억원을 올리며 회사 전체의 수익성을 책임졌다.
그야말로 성장 궤도에 올라탔다. 올해 포스코퓨처엠은 삼성SDI와 40조원 규모의 하이니켈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양극재 공급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LG에너지솔루션과는 30조2595억원 규모의 하이니켈 NCM,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양극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제 막 1분기를 지나 온 시점이지만 벌써 두 번의 잭팟이 터졌다.
2차전지 소재 사업은 '수주 산업'이다. 포스코퓨처엠으로서는 수십조원에 달하는 주문을 이미 받아놓은 셈이다. 이날 포스코퓨처엠은 올해 1분기부터 NCMA 하이니켈 양극재의 생산·판매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앞으로 본격적인 물량이 납품되고 추가적인 고객사 확보에 성공하면 향후 회사가 실현할 수 있는 이익도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때'를 기다리는 포스코퓨처엠의 부담감이다. 시설 투자 비용이 크게 확대되면서 회사의 부채 관련 재무지표 역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현재 공격적인 재무 전략을 펼치고 있다. 2010년대 후반까지도 1000억원 안팎이었던 회사의 자본적지출(CAPEX) 규모는 2020년대 들어 2455억원→5622억원→6659억원으로 급증했다. 앞서 언급한 수주 금액은 말 그대로 선주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회사의 양·음극재(각각 10만5000t, 8만2000t) 생산 능력으로는 불가능하다.
포스코퓨처엠의 마음이 시설 투자에 가 있을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현재 회사는 광양(전구체 2단계, 양극재 3·4단계 등)과 세종(천연흑연 등), 포항(양극재 2단계 등)에서 증설 작업을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 세 곳에만 올해 7300억원이 투입된다. 여기에 GM과의 캐나다 합작공장(JV) 설립 및 중국 절강포화와의 전구체 공장 건설 계획도 있다.
눈길은 회사의 재무 상황에 쏠린다. 올해 1분기 포스코퓨처엠의 부채비율은 100%를 넘어섰다. 회사의 부채비율이 100%를 넘어선 건 지난 2020년 이후 처음인데, 이 사이 포스코퓨처엠이 유상증자로 1조2600억원을 조달하며 부채비율을 60%까지 낮췄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부채비율 상승폭이 꽤나 가파르다는 관측이다.
부채비율과 함께 더욱 눈에 띈 증가세를 보이는 지표는 순차입금비율이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포스코퓨처엠의 현금성자산은 6913억원으로 총차입금(1조8952억원)에서 이를 제외한 순차입금은 1조2039억원이다. 이 숫자가 자본총계에 차지하는 비율은 44.6%에 달한다. 불과 작년 1분기까지만 해도 순차입금비율은 6.3%에 불과했다.
외형이 확장되는 과정에서 시설투자와 함께 빚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포스코퓨처엠의 경우, 특히나 빚 증가폭이 크다. 올해 회사는 1분기에만 ESG 채권 4000억원을 발행했다. 증설 완료 시점이 아직 남았고 광양 양극재 신규 공장 가동으로 외상거래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회사가 미래에 짊어져야 할 상환 의무는 가중될 수밖에 없다.
물론 아직까지는 차입 여력이 남아 있다는 게 중론이긴 하다. 국내 신용평가사 3사는 포스코퓨처엠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AA-(안정적)로 평가한다. 예컨대 한국기업평가는 등급하향 변동요인으로 △부채비율 150% 이상을 제시했다. 에너지소재 투자 성과가 미흡할 경우에도 등급이 하향되지만 업계 내 긍정적 전망을 고려하면 충족이 쉬운 건 아니다.
아울러 기존 사업의 현금창출력이 서서히 증가 추세에 있다는 점도 위안거리다. 올해 1분기 포스코퓨처엠의 현금창출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에비타는 491억원 수준이다.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28억원, 전 분기 대비해서는 216억원 가까이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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