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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재무안전성 진단

시평 30위권, 부채비율 최고 400%대 '그룹 차원 조치'

⑤인적분할·증권사 투자협약 묘수 총출동, 10여곳 100% 하회 '극과극'

신민규 기자  2023-04-24 16:23:16

편집자주

지난해 하반기 터진 레고랜드 사태 이후 상위권 건설사들은 과연 어떤 재무적 변화를 겪었을까. 건전성을 둘러싼 소문은 무성하지만 실제 건설사들의 재무구조가 얼마나 약화했는지 등을 세밀하게 비교 진단한 정보는 많이 보이지 않는다. 더벨은 대표적인 재무안전성 지표인 부채비율, 차입금의존도, 유동성 확보 여부 등을 토대로 지난해 시평 10위권 건설사들의 재무구조가 실제 어떻게 바뀌었는지 살펴본다.
중견그룹이 포진한 시공능력평가 30위권(11~30위) 건설사는 지난해말 부채비율이 극단적으로 엇갈렸다. 코오롱글로벌·태영건설·두산건설은 부채비율 400%를 상회했다.

반면 호반건설·디엘건설·우미건설·제일건설과 같은 곳은 100%를 하회할 정도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일부 하락세를 보이기도 한 점을 감안하면 유동성 사태로 인한 충격파는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400%대' 코오롱글로벌·태영건설·두산건설

시평 30위권, 20개사 중에 지난해말 부채비율이 400%를 넘은 곳으로는 코오롱글로벌, 태영건설, 두산건설이 있었다. 이 중에서 태영건설이 부채비율 483%로 가장 높았다. 두산건설(415%), 코오롱글로벌(403%) 순을 보였다.

태영건설은 지주사 체제 전환 계획을 발표한 2020년을 기점으로 부채비율이 상승했다. 2019년말에 276%였던 부채비율이 2020년말에 480%대까지 올랐다. 이후 지난해까지 3년간 400%를 벗어나지 못했다.

차입규모 역시 불어나면서 올해 재무조치를 이미 취했다. 태영건설은 한국투자증권과 손잡고 PF유동화증권 매입을 위한 2800억원 규모 펀드를 조성했다. 1분기말부터는 개선된 재무안전성 지표가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코오롱글로벌의 경우 인적분할을 발표해 부채비율 부담을 덜어낸 케이스다. 지난해 재무제표 상으로는 아직 인적분할 결과가 반영되지 않아 부채비율이 400%를 넘었다. 인적분할에 따른 소유주분배예정자산 및 중단영업손익 대체 이후 금액으로 계산하면 부채비율은 309% 수준으로 내려간다.

지난해 7월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을 분할신설회사로 설립하고 코오롱글로벌을 존속법인으로 하는 단순 인적분할을 결정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코오롱글로벌의 재무안전성 지표가 전반적으로 개선되는 효과를 누리게 됐다.

두산건설은 부채비율이 1년만에 228%에서 415%로 늘어나긴 했다. 3년 추이로 보면 2020년 411%에 달했던 순준으로 복귀한 셈이다. 2021년은 두산에너빌리티가 두산건설 경영권을 넘기는 과정에서 재무지원이 이뤄지던 때였다. 두산건설이 실시한 2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대금이 들어와 부채비율이 개선됐다.

지난해 부채비율은 다시 후퇴한 모양새가 됐다. 다만 부채총계상 초과청구공사 규모가 늘어난 것이라 단순히 위험 부담이 커졌다고 보긴 힘들다. 초과청구공사는 발주처로부터 이미 받은 대가에 상응해 재화나 용역을 이전해야 하는 기업의 의무다. 쉽게 말해 선수금 명목으로 미리 받아둔 공사비다.

지난해 초과청구공사는 6100억원으로 최근 3년간 계속 늘었다. 2021년에 비해서도 1800억원 가량 늘었다. 공사 초기 분양수익이 들어왔는데 아직 그만큼 공사진행이 되지 않아 초과청구공사로 잡혔을 가능성이 있다. 대금을 받아 매입채무를 갚거나 시행사에 대여금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사용했다. 총차입금의 경우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0%대' 금호· 계룡·한신공영·삼성엔지니어링

금호건설·계룡건설·한신공영·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말 부채비율 200%대를 나타냈다.

금호건설은 3년 추이로 살펴보면 2021년 부채비율이 165%까지 낮아졌다가 지난해 211%로 높아졌다. 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인 아시아나항공의 주가 하락이 크게 작용했다. 아시아나항공 평가금액은 4580억원에서 3200억원으로 1400억원 가까이 감소했다. 이로 인해 자본총계가 줄었다.

나머지 건설사는 전년과 비교해 큰 변동이 없었다. BBB급 건설사인 계룡건설산업의 부채비율은 218%로 전년과 큰 차이가 없었다. 한신공영 역시 223%로 소폭 상승한 수준이었다.

삼성엔지니어링의 경우 부채비율을 소폭 낮춘 케이스다. 2021년말 기준 209%에서 지난해말 204%로 낮아졌다. 부채총계 역시 초과청구공사 잔액이 5600억원 가량 증가했기 때문이라 위험부담이 높아졌다고 보긴 어렵다. 선수금 명목으로 들어오는 자금이라 부채의 질 측면에선 오히려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부채비율 하락세' 서희건설·대방건설·두산에너빌리티

시평 30위권 중에선 중흥토건, 동부건설, KCC건설의 부채비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다만 200% 아래에서 소폭 상승하는 수준이라 위험도가 크다고 보긴 어렵다.

중흥토건의 경우 부채비율이 상승했다고 해도 지난해말 100%를 갓 넘기는 정도였다. 2021년말 51%에서 지난해 104%로 상승했다. 동부건설은 지난해말 부채비율 170%를 나타냈다. 1년전에 비해 45%p 늘었다. KCC건설은 지난해말 부채비율 165%를 넘었다.

부채비율이 반대로 꾸준히 하락하는 곳도 있었다. 서희건설(113%), 대방건설(168%), 두산에너빌리티(128%)는 부채비율이 모두 100%대에서 수치가 추가적으로 하락했다.

부채비율이 100%를 하회하는 곳도 다수 있었다. 호반건설, 디엘건설, 동원개발, 우미건설, 호반산업, 제일건설 등이 부채비율 100%를 밑돌았다. 동원개발은 업황 침체에도 무차입기조를 유지하며 부채비율 39%대를 기록했다. 디엘이앤씨 자회사인 디엘건설 역시 시평 12위로 진행 사업장이 많은 편인데 부채비율은 74%로 견조한 수준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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