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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사 넥스트 오너십

정유석 사장 '지분승계' 키, 재무실적 성장에 달렸다

[일양약품]3000억대 매출정체, 신약·신사업 '불확실'…'칸테크' 활용 재원 마련 예상

최은진 기자  2023-04-25 07:54:02

편집자주

국내 제약사들은 창업세대를 넘어 2세, 3세로 전환되는 전환점에 진입했다. 공교롭게도 '제네릭'으로 몸집을 불린 업계가 공통적으로 새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도전에 직면한 상황에서다. 새로운 오너십을 구심점으로 신약개발·투자·M&A·오픈이노베이션 등에 나서고 있다. 이들 후계자들이 어떤 전략을 펼치느냐에 따라 제약사 더 나아가 국내 제약업계의 명운이 갈린다. 더벨은 제약사들의 오너십과 전략 등을 살펴봤다.
일양약품에서 실적과 재무적 성장은 '승계'에 있어서도 꽤 중요한 요건이다. 지분승계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배당과 급여는 오너 3세가 현금을 쥘 가장 기본적인 수단이 된다. 성장 없이는 배당도 급여도 늘리기 어렵다. 일양약품과 오너3세가 함께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를 활용한 재원마련도 예상해볼 수 있지만 이 역시도 일양약품이 탄탄한 기반을 갖추고 있어야만 가능한 시나리오다.

따라서 오너 3세인 정유석 사장이 대표이사에 오르면서 일양약품의 신사업도 한층 더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3000억원대에 머문 매출을 끌어올릴만한 혁신 모멘텀을 만들며 경영자로서의 입지를 다지는 한편 지분승계 기반을 만들 것이란 예상이다. 다만 지분승계를 위해선 수백억원의 재원이 필요한 만큼 쉽지 않은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1990년대 한때 제약사 2위권, 오너 2세 승계 후 성장 정체

일양약품은 별도기준으로 지난해 매출 2351억원, 영업이익 118억원을 벌었다. 당기순이익은 94억원이다. 전년대비 매출은 2.1%, 영업이익은 1.5% 늘었지만 당기순이익은 6.9% 줄었다. 다만 중국 합작법인의 실적은 꾸준히 호조세를 보이면서 연결 매출액은 3838억원으로 전년대비 3.4%의 성장을 이뤘다. 국내 제약업계 매출 기준 20위권이다.

1990년대 일양약품이 제약업계서 매출 2위로 확고한 선두주자 입지였다는 걸 기억하는 사람은 몇 없다. 당시 원비디, 영비천 등 건강음료를 주력제품으로 아진탈, 노루모 등 약국용 대중약을 주로 생산하며 1000억원대 매출을 올렸다. 특히 일찌감치 원비디 등의 중국수출에 적극 나서면서 이례적으로 상당한 해외실적을 올리는 제약사로 이름을 떨쳤다. 지난해 기준 중국법인 두곳에서 창출되는 매출은 총 1500억원에 달한다.

일양약품은 신약개발은 물론 반도체 제조용 원료 및 백신개발, 건강기능식품 사업 등에 나서며 신사업 모색에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이렇다 할 성과는 없었다. 신약 역시 2012년 슈펙트 외 없다. 최근까지도 수펙트를 코로나19 치료제로 밀 정도로 새로운 모멘텀이 없는 상황이다.

일양약품은 중국사업과 함께 일반의약품 시장으로의 확대를 신성장 동력으로 펼치겠다는 계획이지만 뚜렷한 전략은 없는 상황이다. 오너 2세가 대표이사에서 빠지고 오랜 시간 전문경영인 체제가 이어지면서 성장동력 부재의 상황이 이어졌다.

대표이사에 오른 정희석 사장에게 부여된 역할은 성장 모멘텀을 만드는 일이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방향이나 계획 등이 가시화한 건 없다.

일양약품 관계자는 "일반의약품과 중국을 중심으로 계속 기반을 넓혀가는 전략을 고민하고 있지만 오너3세의 대표이사 승진 후 구체적인 방향성 등이 공표되진 않았다"며 "현 상황에서 당장의 변화는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일양약품에 신성장동력이 필요한 이유는 현금흐름에서도 감지된다. 작년 영업활동 현금흐름으로 17억원 순유입되는 데 그쳤다. 현금성 자산은 60억원에 불과하다. 물론 차입금이 740억, 부채비율이 84%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차입여력은 충분하지만 새로운 실적기반을 넓힐 필요성은 감지된다.

◇정도언 회장 지분 22%, 시가 700억…일양약품 활용 승계재원 만들 듯

정 사장으로의 승계에 있어 일양약품의 성장동력이 필요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후계자로서 리더십이나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한다는 것 외에도 지분승계를 이루기 위한 재원마련의 중심축일 수밖에 없다.

일양약품의 최대주주는 정 사장의 부친인 정도언 회장으로 지분은 21.84%다. 시가 기준 721억원 규모다. 4%에 불과한 정 사장의 지분을 정 회장만큼 늘려야 안정적인 승계가 가능하다. 증여나 상속을 통해 정 사장이 지부을 확보한다면 300억원 안팎의 세금재원이 필요하다.


현재로서 정 사장이 세금재원을 만들 정상적인 창구는 일양약품의 급여와 배당 외에는 없다. 매년 배당으로 정 사장이 수취하는 재원은 대략 1억원 정도에 그친다. 공시의무에서 제외되는 급여기준을 고려하더라도 연간 회사에서 챙길 수 있는 돈은 6억원에 불과하다. 수백억원대의 세금을 마련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일양약품과 정 사장이 공유하고 있는 칸테크라는 회사를 통한 재원마련도 고민해볼 수 있다. 칸테크는 IT 계열사로 일양약품이 지분 80%, 정 사장이 20%를 보유하고 있다. 정 사장이 대표이사, 그의 동생 정희석 일양바이오팜 대표이사가 사내이사로 있다.


일양약품은 이 회사에 매년 30억원 안팎의 일감을 준다. 이 규모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연간 매출은 100억원 규모다. 칸테크에 일감을 주고 배당 등의 방법으로 재원을 마련하는 방법이 활용될 수 있다.

다만 이 모든 방법이 동원되기 위해선 가장 기본적으로 일양약품의 안정적인 실적 및 성장이 이뤄져야 가능하다. 이 작업을 위해 정 사장이 전면에 나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다.

일양약품 관계자는 "자사 신약 슈펙트를 중국에 진출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는 한편 약물 재창출로 적응증을 확대하는 방안으로 신사업을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정유석 사장의 승계 방안 등은 오너 개인의 이슈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알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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