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양약품이 한해 400억원을 벌어들이며 돈줄 역할을 하는 중국 현지법인을 청산키로 결정했다. 매출을 올리는 핵심 기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아한 결정이다. 현지 파트너와의 해묵은 갈등이 배경이 되며 청산을 위한 소송까지 불사한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일양약품 중국 사업의 향방이다. 자체적으로 판매망을 꾸리는 방향으로 논의하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책은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원비디 생산 및 판매 거점, 경영효율성 위한 청산 일양약품은 15일 공시를 통해 종속기업인 '통화일양보건품유한공사'를 해산청산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유는 경영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간략하게 설명했다. 2023년 1분기 보고서에서는 '해산청산이 일양약품의 이익에 더 부합한다'고 판단했다고 적시했다.
다만 이사회 결의만으로 해산청산이 진행되는 건 아니다. 합의 해산청산이 불가해 관할법원에 해산청산 절차의 소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공시하며 파트너와의 갈등이 있다는 점을 드러냈다.
'통화일양보건품유한공사'는 일양약품의 핵심 사업인 인삼드링크 원비디를 생산 및 판매하는 역할을 한다. 1971년 개발된 원비디는 1972년 일본시장 진출을 시작으로 중국 등으로 판로를 넓혔다.
'통화일양보건품유한공사'는 1997년 세운 길림성 통화시의 현지법인이다. 일양약품이 지분 45.9%를 보유하고 있다. 오너가인 정도언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이 19.4%, 나머지 34%가 중국의 통화시 소유다.
초창기 원비디에 대한 중국의 지원은 상당히 전폭적이었다. 원비디는 국내 제품 중 당시는 유일하게 보건의약품으로 중국 허가를 받았을 정도였다. 이를 기반으로 영비천 등 신제품 드링크 라인의 수출도 이뤄졌다.
실적도 꽤 좋았다. 연간 400억원 안팎의 매출로 영업이익만 200억원에 달했다. 일양약품의 연결 매출이 3838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10% 비중으로 적잖은 규모였다. 꾸준히 실적 성장세를 보였다는 점도 주목할만 하다.
◇원비디 이미지 재고 급선무, 새로운 중국전략 고민 따라서 일양약품이 이 같은 해산결정을 내린 건 꽤 갑작스럽다는 평가다. 일양약품은 나머지 지분을 소유한 중국 시와의 갈등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일방적으로 합자계약을 위반하고 나섰다는 얘기다. 이러한 갈등으로 해당 파트너는 동사회(이사회)에 장기간 참석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양약품은 중국 내 원비디 브랜드의 입지를 재고하기 위해 다른 판로를 모색할 필요성을 느꼈다는 입장이다. 중국엔 '양주일양유한제약공사'라는 또 다른 종속기업이 있다. 일양약품이 보유한 지분율은 52%고 나머지 48%는 중국 고우시가 보유 중이다.
일양약품 관계자는 "중국 내 원비디 브랜드의 입지를 키지고자 선제적인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 판로 모색을 위한 뚜렷한 전략은 아직 구체화 되진 않은 상황이다. 양주일양유한제약공사를 활용하거나 또 다른 법인을 신설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중국 사업이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한 만큼 내부적으로 상당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양약품 관계자는 "중국시장을 놓치지 않고 앞으로 이익적인 측면을 극대화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