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양약품의 우선주가 관리종목 지정 우려에 휩싸였다. 배당을 확대하는 강수를 뒀지만 시장의 관심을 돌리기는 쉽지 않았다. 7월 관심종목 지정 가능성이 높아진데 따라 유통량을 늘리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한국거래소는 이달 3일과 21일 두 차례에 걸쳐 일양약품 1우선주에 대해 관리종목 지정 우려를 예고했다. 월평균 거래량이 1만주 미만이라는 이유다.
2013년 마련된 우선주 퇴출 기준에 따르면 △보통주 관리종목 지정 △반기 상장주식수 5만주 미만 △반기 월평균 거래량 1만주 미만 △기준 시가총액 5억원 미만 △주주수 100명 미만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이후 2반기 연속 상장주식수 5만주 미만, 2반기 연속 월평균 거래량 1만주 미만 등인 경우 시장에서 퇴출(상장폐지)된다.
유통주식수 부족에 따라 주가 변동성이 크다는 문제로 인해 2020년 퇴출 기준이 강화됐다. 상장주식수와 시가총액 기준이 각각 5만주, 5억원에서 20만주, 20억원으로 상향됐다. 시총 유지 일수도 30일 연속에서 90일 내 10일 연속으로 유지 요건이 강화됐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거래된 일양약품 1우선주의 월평균 거래량은 7052주에 불과했다. 5개월간 총 거래량은 3만5261주다.
이번달 거래량도 기준치에 올라서지 못하고 있다. 관리종목 지정을 피하려면 이번달 2만4739주가 거래돼야 하는데 이달 21일까지 거래된 주식수는 1만4192주였다. 남은 5거래일 동안 1만547주가 더 거래돼야 한다. 24일 거래량은 1583주로 집계됐다.
그동안 일양약품 우선주는 유통거래량에 대한 우려가 그리 크지 않았다. 오히려 코로나19 팬데믹 발발 이후로는 수혜주로 분류돼 보통주와 우선주가 활발히 시장에서 거래됐다. 일양약품이 백혈병 치료제 '슈펙트'로 코로나19 바이러스 치료제 개발에 나서면서 시장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코로나19 치료제 3상에서 실패하고 관련해 시세조종 혐의 수사까지 이어지며 일양약품에 대한 관심이 점차 멀어졌다. 이어지는 주가 하락세가 거래를 더욱 지지부진하게 만들었다.
일양약품 보통주와 우선주는 코로나19로 반짝 올랐던 주가가 내리막을 걸은 이후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2020년 한때 10만6500원까지 갔던 우선주는 현재 1만3000원대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상반기에도 월평균 거래량이 아슬아슬하게 1만주를 넘어 관리종목 지정을 간신히 피했다. 올해는 작년보다 더 거래가 적어 관리종목 지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 이후 눈에 띄는 성장 모멘텀을 찾기 쉽지 않다는 점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소외된 배경으로 꼽힌다.
일양약품은 현재 백신 사업 확대를 위한 설비 증축, 대표 품목 '슈펙트'의 중국 진출 등을 강조한다. 모두 허가난지 10년에 다다른 의약품이어서 시장 기대감을 끌어올리기 충분치 않다는 분석이다.
일양약품의 우선주 배당 매력이 그리 높지 않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2023년도 기준 일양약품은 우선주 1주당 175원의 현금을 배당했다. 시가배당률 1.0%다. 전년도 우선주 시가배당률은 0.81%, 그 이전에는 0.23%에 불과했다.
일양약품은 통상 주식거래가 더 활발해지는 하반기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지난해 역시 하반기에 1.6배 더 많은 수준의 거래가 일어났다.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더라도 하반기 충분한 거래가 이뤄지면 상장폐지를 면할 수 있다.
하반기에도 거래가 지지부진할 경우를 대비해 대안을 준비 중이다. 증권사와 유동성공급(LP) 계약을 맺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일양약품 관계자는 "관리종목 지정 후 바로 상장폐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하반기 추이를 지켜보고자 한다"며 "내부적으론 다양한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