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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달전략 분석

에코프로비엠, 해소되지 않는 '투자금 부족' 상태

①최근 7년 중 6년, 사업으로 필수 설비투자금 확보 못해...지난해는 7000억 부족

양도웅 기자  2023-04-20 15:33:16

편집자주

조달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업무의 꽃이다. 주주의 지원(자본)이나 양질의 빚(차입)을 얼마나 잘 끌어오느냐에 따라 기업 성장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결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난다는 특징이 있다. 최적의 타이밍에 저렴한 비용으로 딜(Deal)을 성사시키는 것이 곧 실력이자 성과다. THE CFO는 우리 기업의 조달 전략과 성과, 이로 인한 사업·재무적 영향을 추적한다.
7년 전 에코프로에서 물적분할로 떨어져 나와 설립된 에코프로비엠은 딱 한 해를 제외하면 매년 설비투자금을 사업으로 자체 조달하지 못했다. 이차전지 소재인 양극재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 증가로 순이익이 증가했지만 '실제' 회사가 손에 쥐는 현금은 필수 설비투자금보다 모자랐거나 아예 없었기 때문이다.

2016년부터 2022년까지 에코프로비엠의 잉여현금흐름은 2020년을 제외하면 매년 '마이너스(-)'였다. 최근 2년을 보면 2022년 잉여현금흐름은 -6965억원이었고, 2021년은 -3368억원이었다. 에코프로비엠의 잉여현금흐름은 현금흐름표 계정과목인 영업활동현금흐름에서 유형자산의 취득을 차감해 구했다.


◇잉여현금흐름은 늘 '마이너스(-)'

유형자산은 토지와 공장, 기계설비 등을 가리킨다. 에코프로비엠은 양극재 생산 확대를 위해 이들을 꾸준히 사들여야'만' 하고 그 규모도 생산 확대에 따라 늘려나가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증가하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고 시장점유율 확대도 도모하기 어렵다. 유형자산 취득을 '필수 설비투자(CAPEX)'로도 부르는 이유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사업으로 회사에 들어온 현금을 말한다. 발생한 순이익만큼 회사에 현금이 들어오는 건 아니다. 여기에서 실적과 현금의 괴리가 발생한다. 일례로 고객사에 제품을 인도했는데 고객사가 물건 대금을 차후에 주겠다고 하면, 즉 외상 매출이면 실제 회사에 들어오는 현금은 없다.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라는 건 이 영업활동현금흐름보다 유형자산 취득 규모가 더 크다는 뜻이다(영업활동현금흐름<유형자산 취득). 바꿔 말해 특정 기간에 사업으로 회사가 버는 현금보다 필수로 설비투자에 써야 하는 현금이 더 많다는 뜻이다. 에코프로비엠이 바로 이와 유사한 상황이다.

다소 차이가 있다면 사업으로 버는 현금이 아예 없는 해도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지난해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마이너스 2412억원이었다. 순이익은 사상 최대 규모인 2726억원을 기록했으나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이 각각 6707억원, 5239억원 증가하면서 현금 유입을 막았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순이익과 다른 모습을 보인 주요 원인이다.

매출이 6707억원, 판매 대기 중인 재고가 5239억원어치 늘어났기 때문에 긍정적으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추후 외상 대금을 지급하기로 한 고객사가 지급 일정을 미루거나, 혹은 판매 대기 중인 물건의 가격이 하락하는 등의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 문제를 해결 못하면 지난해처럼 순이익에도 영업활동현금흐름은 개선되지 않는다.


◇일단 재고자산회전율 향상 주력...동시에 외부 조달 진행

이처럼 필수 설비투자금을 사업으로 벌지 못하는 기업에 선택지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재고자산이 빨리 매출로 인식되도록 하고 고객사들이 매출채권을 되도록 빨리 갚도록 하는 등의 방법이다. 소위 현금회전율을 높이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외부에서 돈을 끌어오는 것이다. 회사채 발행과 금융기관 차입, 신규 주식 발행 등이 해당한다.

에코프로비엠은 두 가지 방법을 모두 사용하고 있다. 일례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재고자산 회전율은 4.7회에서 5.2회, 8.1회로 개선됐다. 이에 따라 현금회전율도 소폭 향상된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기간 재무활동현금흐름은 매년 '플러스(+)'였다. 회사채 발행과 금융기관 차입 등이 재무활동이다. 이 활동으로 매해 현금이 들어왔다는 의미다.

단 계속해서 현금회전율을 높이고 외부에서 돈을 끌어는 것엔 한계가 있다. 고객들이 외상으로도 제품을 살 수 있도록 해주고 결제일을 길게 가져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게 하나의 영업전략일 수 있다. 이 전략을 포기할 순 없다.

특히 지금처럼 시장점유율 확보를 위해 고객사 확보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현금회전율 개선 전략에만 집중하긴 어렵다. 고객사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전보다 현금을 빠르게 회수 할 수 있는 적정한 수준이 어디인지 판단하는 지혜가 경영진에게 필요한 시점이다.

더불어 회사채 발행과 금융기관 차입을 지속하면 이자비용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부담할 수 있는 이자비용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하게 파악하는 분석력이 경영진에게 요구되는 시점이다. 대표적인 재무 안정성 지표인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127%로 양호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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