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암흑기를 보냈다. 핵심 수익 창출원인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가격이 2016년 3분기부터 꺾인 이후 하락 국면에 접어들었다. 2017년 kg당 20달러였던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가격은 2020년 말에 12달러까지 떨어졌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더 빠르게 늘어난 탓이다. 2019년 중국 정부가 태양광 보조금 삭감, 신규 프로젝트 감축 등에 나선 것도 업황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
OCI는 급기야 2020년 2월 태양광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군산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공장을 가동할수록 손해가 쌓였기 때문이다. 현재 군산공장은 반도체용 폴리실리콘만 생산하고, 태양광 폴리실리콘은 말레이시아 공장에서 생산된다. 그해 전 세계로 확산한 코로나19도 업황 부진에 악영향을 줬다.
이에 따라 OCI의 매출과 이익도 하락세를 기록했다. 2017년 연결기준 매출은 3조6316억원에서 2020년 2조25억원으로 급감했다. 영업이익은 2017년 2844억원에서 2019년 1806억원 적자, 2020년 861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 과정에서 현금흐름도 악화됐다. 2019년과 2020년에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각각 -399억원, -1185억원을 기록했다. 2019년엔 영업활동으로 번 현금(101억원)보다 5배나 많은 558억원의 이자비용이 지출됐고, 2020년은 현금 창출 자체가 어려웠다. 2018년 말 7442억원이던 현금성자산은 2020년 4435억원까지 감소했다.
이에 따라 순차입금은 2020년에 처음 1조원을 넘어섰다. 순차입금의존도는 10%대에서 23.3%로 올랐고, 70%대였던 부채비율도 86%로 올랐다.
◇태양광 폴리실리콘에 울고 웃은 OCI...2년 만에 적자 탈피OCI의 곳간이 다시 차기 시작한 건 2021년이다.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수요가 회복되면서 가격이 kg당 20달러를 넘어섰다.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의 원재료인 메탈실리콘 구매처를 다변화하고 기존 재고를 효율적으로 사용한 노력도 한몫했다.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이 포함된 베이직케미칼 사업 부문의 실적은 빠르게 개선됐다. 베이직케미칼 사업 부문이 OCI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달한다. 2021년 1분기 베이직케미칼 부문의 영업이익률은 14%에서 2분기에 38%, 3·4분기에는 40%를 넘어섰다. 그해 OCI의 매출은 2020년 대비 62% 증가한 3조2440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6260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OCI는 2022년에도 상승세를 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벌어진 이후 에너지 안보가 핵심 이슈로 부상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태양광 발전 수요가 늘었다. 이는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OCI가 그동안 말레이시아 공장 설비 개선과 공정 변경 등으로 생산능력이 확대되고 제조원가를 절감해 원가경쟁력을 높인 점도 유효했다. 2021년 말 연산 3만톤 수준이던 말레이시아 공장 생산능력은 작년 말 3만5000톤까지 확대됐다. OCI의 2022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조6713억원, 9806억원으로 10년 만에 가장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영업실적이 회복되면서 현금흐름도 원활해졌다. 2020년 마이너스였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2021년 3777억원, 2022년 5666억원으로 개선됐다. 연간 2000억원대의 자본적지출(CAPEX)을 감당하고도 남아,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지난해 말 1조2460억원까지 쌓였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68.2%로 개선됐고, 1조원을 넘어섰던 순차입금은 5519억원까지 줄었다.
OCI는 지난해 한화솔루션과 2024년 7월부터 2034년 6월까지 1조4500억원 규모의 태양광 폴리실리콘을 공급하는 계약을 맺는 등 사업 안정성을 높이는 장기계약을 확대해나가고 있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
◇中 증설로 폴리실리콘 가격 다시 하락 우려...비중국산 수요 기대다만 올해는 중국 경쟁사들이 대규모 설비 증설에 나설 예정이어서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가격이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 OCI의 수익성이 현 수준보다는 낮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기회 요인도 있다. 지난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 유럽의 공급망실사법 도입으로 비중국산 폴리실리콘이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OCI는 이같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현재 연산 3만5000톤 수준인 생산능력을 풀가동할 계획이다.
또한 2024년까지 5년간 총 3만톤 규모의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설비를 증설해 총 6만5000톤 규모로 생산능력을 확장한다. 올해부터 전년 대비 2배 이상의 CAPEX를 계획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투자 재원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1조원 이상의 현금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누적 감가상각전 이익(EBITDA)의 절반 이상도 투자에 쓸 계획이다.
미국 현지 밸류체인 확대를 위해 인수합병(M&A), 합작법인 설립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다음달 1일 OCI는 지주회사 OCI홀딩스와 신설회사 OCI로 인적분할한다.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사업과 신규 투자는 OCI홀딩스가 맡는 만큼, 지주사로서 역할은 더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OCI홀딩스는 기업분할을 완료하면 투자 확대를 진행해 반도체, 배터리 소재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