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최근 국내 게임업계는 기존 성장공식을 뒤엎고 있다. 코로나19 특수가 사라지면서 반짝 실적은 신기루처럼 사라졌고, 확실한 성장동력이었던 확률형 아이템은 규제의 올가미에 얽히고 있다. 게임사마다 불황에 대처하는 방법은 다채롭다. 튼튼한 재무구조를 기반으로 '버티기'에 돌입하는 곳부터 오히려 공격적인 투자로 '정면돌파'하는 곳도 있다. 불황을 예견하지 못한 게임사엔 구조조정 찬바람이 가시지 않고 있다. 호황기를 기다리는 국내 주요 게임사의 불황 극복 전략을 살펴본다.
카카오게임즈가 게임산업 불황에도 웃을 수 있는 이유는 탄탄한 기초체력 덕분이다. 연이은 신작 출시로 실적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안정적인 현금창출력까지 선보이고 있다. 불황의 여파로 수익성이 고꾸라졌던 경쟁사들과 대비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글로벌 게임사'라는 기치를 내걸고 과감한 투자 행보까지 보이고 있다. 불황이라는 이유로 긴축경영의 고삐를 죄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외부자금까지 활용해 전도유망한 외부 개발사 투자에 힘을 쏟는 모습이다.
◇'불황은 남의 일' 카카오게임즈, 수익성도 성장 행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 기준 카카오게임즈 매출액은 전년 대비 13.3% 증가한 1조1476억원이었다. 2013년 설립 이후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이다. 성장세는 2019년부터 3년 연속으로 이어지고 있다. 불과 3년 전까지는 매출액이 4955억원(2020년)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파른 성장 속도를 보이고 있다.
수익성도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7.1% 증가한 1758억원을 달성했다. 7년 연속 흑자행진에도 성공했다. 영업이익률로 환산하면 15.3%로 오히려 전년 대비 4.3%p 상승했다. 불황에 따른 인건비 증가로 인해 매출 성장에도 적자를 기록한 여타 경쟁사와 대비되는 모습이다.
물론 당기순손실이 발생하긴 했지만, 현금창출력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당기순손실을 야기한 주요인이 현금흐름과는 무관한 지분법 손실이었기 때문이다. 지분법이란 종속회사 및 관계회사에서 발생한 순손익을 보유 지분만큼 반영하는 제도다. 실제 발생한 손실이 아니라 단순 회계적 비용인 만큼 현금흐름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만큼 기업의 현금창출력을 가늠하는 지표인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지난해 1338억원으로 나타났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년 동안 영업활동을 통해 실질적으로 벌어들인 현금을 의미한다. 2016년부터 7년 연속으로 플러스(+)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의 탄탄한 현금창출력은 불황을 견디게 하는 기초체력 역할을 하고 있다.
◇비욘드 코리아 본격화…투자활동현금흐름>영업활동현금흐름적극적인 투자 기조 역시 불황에도 변하지 않았다. 지난해 카카오게임즈의 투자활동현금흐름은 마이너스(-) 9635억원으로 나타났다. 통상 투자활동현금흐름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기업이 1년 동안 적극적으로 자산에 투자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카카오게임즈는 호황기였던 2021년(-8039억원)보다 더 많은 금액을 투자활동에 썼다.
더욱 의미 있는 것은 투자활동현금흐름(-9635억원) 규모가 영업활동현금흐름(1338억원)을 상회하고 있다는 것이다. 카카오게임즈가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보다 많은 금액을 투자활동에 쏟고 있다는 의미다. 불황을 의식해 긴축경영에 돌입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을 목표로 차입까지 일으키며 과감한 승부수를 던지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카카오게임즈의 올해 목표는 '비욘드 코리아'다. 국내를 넘어 해외를 공략해 글로벌 게임사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우선 국내에서 흥행성이 검증된 대표작으로 해외의 문을 두드린다. 구체적으로 대표작 '오딘'을 일본과 북미, 유럽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다. 또 다른 대표작 '에버소울'도 연내 글로벌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 카카오게임즈 매출에서 해외 비중은 29.3%(3조3650억원)로 집계됐다. 2021년에는 16.7%(1조6953억원)에 그쳤다는 점을 고려하면, 빠른 속도로 해외 매출이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현재는 북미와 유럽, 일본, 동남아 시장에 집중하고 있지만, 최근 외국 게임에 대한 문호를 열고 있는 중국도 잠재적인 공략 시장으로 지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