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투스가 주식과 채권 등 투자 자산을 끌어모으고 있다. 주력사업인 게임 매출이 주춤하며 수익성이 떨어진 만큼 적극적인 투자활동으로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3분기에는 판교 빌딩을 팔아 확보한 자금으로 단기 매매 목적의 수익증권, 지분증권 등을 신규로 취득하기도 했다.
예금상품 비중은 대폭 줄였다. 최근 정기예금 금리가 5%까지 치솟으며 은행 예치만으로도 짭짤한 이자수익을 누릴 수 있는 시기라지만, 최근 자회사들의 실적 부진과 늘어난 이자비용 부담 등을 만회하려면 보다 공격적으로 투자수익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컴투스는 연 2000억원대의 차입금에 대한 이자비용 부담도 일년 새 5배로 늘어난 상태다.
◇차입금 이자부담 5배 급증…예금 줄이고 주식투자 공격적컴투스의 3분기 가용현금(단기금융기관예치금+현금성자산)은 2067억원으로 집계됐다. 고점을 찍었던 작년 9월에 5434억원에 비하면 65% 축소된 규모다. 특히 금융기관예치금 규모가 크게 감소했는데 작년 3월 4526억원에서 9월 3207억원으로, 그리고 올해 9월 268억원으로 대폭 줄었다.
예금상품은 기간별로 전략을 달리 가져갔다. 금리가 조금이라도 더 높은 장기금융상품을 확대하는 추세다. 지난 7~9월에만 컴투스는 만기 1년 미만 보유액을 42억원 줄이고, 장기금융상품은 3548만원 늘렸다.
단기금융상품은 만기 1년 이내 예금상품이다. 양도성예금증서(CD), 환매조건부채권(RP), 어음관리계좌(CMA), 신종기업어음(CP), 금전신탁, 정기예금, 정기적금, 초단기수익증권(MMF),수시입출금식예금(MMDA) 등이 이에 해당한다.
컴투스의 '예금 축소' 행보는 최근 다수 기업들과는 사뭇 다른 기조다. 한국은행이 올들어 기준금리를 7번이나 올리면서 정기예금 금리 5% 시대가 열렸다. 기업들에게도 예금은 유동성 확보 뿐 아니라 '이자수익'에도 유리한 운용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경기 불확실성과 더불어 유가증권시장 침체 등을 고려했을 때 안전자산인 예금이 최고의 투자처로 떠올랐다.
대신에 컴투스는 '단기 매매' 목적의 주식 등 수익증권과 지분상품을 대거 취득했다. 당초 회계상 대부분을 장기간 투자 목적의 비유동성 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으로 상계해놨었지만, 작년 말부터 1년 내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으로 재분류했다. 유동성 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 규모는 작년 6월 '0'원에서 올해 9월 말 2299억원으로 늘었다.
여기엔 최근 늘어난 이자비용에 대한 부담감도 깔려있다. 컴투스는 보유 중인 토지나 건물을 담보로 연간 2000억원대 규모로 장단기차입(은행 대출)을 하고 있다. 다만 올해는 1~9월 기준금리가 무려 3.25%까지 올라가며 이자 지출액은 전년 13억원에서 올해 69억원으로 5배 넘게 늘었다. 금융상품 평가손실도 6억원에서 118억원대로 치솟으며 전체적인 금융비용은 총 190억원으로 집계됐다.
컴투스는 1~9월 수익증권 금융상품 운용으로 총 349억원의 수익을 남겼다. 전분기(236억원)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이자수익은 98억원으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금융상품처분이익이 146억원으로 전년(10억원)에 비해 증가해 전체적으로 규모가 늘어났다. 마이뮤직테이스트 지배력을 획득하며 97억원이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처분이익으로 인식됐다.
즉 늘어난 금융비용 부담(190억원)을 금융수익(349억원)으로 만회한 셈이다. 올들어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 규모가 줄어든 건 하락장 여파에 보유주식 자산 가치가 하락한 영향이다. 올해 1~9월 떠안은 기타포괄손실은 781억원으로 전년동기 1657억원 이익을 낸 것과 대비된다.
◇유동성 확보 시급…필요없는 부동산 매각컴투스의 자산 포트폴리오 변화 중 또 눈여겨볼 만한 부분은 바로 '투자부동산' 변화다. 투자부동산 항목으로 분류되는 토지·건물 규모는 작년 말 272억원에서 올해 8억원으로 감소했다.
컴투스는 3분기 중 판교에 위치한 테크노밸리 복합건물 유스페이스 빌딩 중 6개호를 매각해 706억원 가량 현금을 확보했다. 처분이익만 440억원 인식했다. 비유동자산을 처분해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목적이 크다. 현재는 비유동자산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작년 3월까지만 해도 유동자산(6972억원)이 비유동자산(5497억원) 보다 많았다. 하지만 작년 9월부터 비유동자산이 두배 가량 폭증하며 유동자산을 추월하기 시작했다. 올해 9월 유동자산은 6431억원으로 예년 수준을 유지했지만 비유동자산은 1조2209억원으로 유동자산의 두배 수준이다.
유동성 확보에 주력했던 건 올해 연결로 잡히는 종속기업들의 수익이 부진했던 영향도 있다. 데이세븐, 노바코어, 티키타카스튜디오, 올엠, 정글스튜디오, 컴투버스, 위지윅스튜디오 등 대부분의 종속회사들이 영업 손실을 냈다.
올해 1~9월 컴투스의 종속기업투자손상차손은 총 241억원이다. 전년동기 342억원 투자이익을 냈던 것과 대비된다. 이는 고스란히 실적에 반영됐다. 당기순이익은 648억원에서 533억원으로 줄었다. 올해는 종속기업 투자 지출액도 554억원으로 작년(2315억원)에 비해 대폭 줄였다.
주력사업인 게임 수익성이 주춤한 점도 고려한 처사다. 올해 1~9월 게임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200억원 가량 줄어들었다. 모바일 게임 수출이 줄어든 영향이 크다. 핵심IP인 서머너즈워: 천공의 아레나 후속으로 크로니클을 신규 출시했지만 매출 순위도 부진하다.
컴투스 매출에서 매출(5128억원)에서 게임(3648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달한다. 미디어·콘텐츠 누적 매출은 148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약 28%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