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이앤씨는 건설업계에서 가장 우수한 재무구조를 자랑한다. 부동산 경기가 건설사 전반을 무겁게 짖누르고 있는 가운데 수조원대 단기차입금과 회사채 상환을 앞두고 있는 곳들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올해 별도기준 만기 도래 단기차입금 및 유동성장기부채 규모는 900억원 미만이다. 같은 기간 현금 및 현금성 자산 9800억원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절대적인 채무 부담이 적은 만큼 고금리 기조에도 전액 상환을 한다는 게 올해 리파이낸싱 전략이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DL이앤씨의 지난해 말 연결기준 단기차입금 및 유동성장기부채는 총 2612억원으로 나타났다. 단기차입금과 유동성장기부채 각각 1858억원, 754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안에 갚아야 하는 부채 규모가 2600억원대 수준이다. 단기차입금은 만기가 1년 이내 도래하는 차입금을, 유동성장기부채는 사채 및 장기차입금 등에서 1년 내 상환될 부채를 의미한다.
DL건설 등 자회사 부채를 제외한 단기차입금 및 유동성장기부채 규모는 더욱 줄어든다. 지난해 말 별도기준 총 896억원으로 나타났다. 단기차입금 596억원, 유동성장기부채 300억원 수준이다.
DL이앤씨는 올해 896억원의 단기차입금 및 유동성장기부채의 전액 만기 연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부채 규모가 크지 않은 만큼 상환을 하지 않더라도 이자율 상승 등에 따른 영향이 미미하다고 판단한 영향이다.
단기차입금 중 올해 3월 만기가 도래한 300억원에 대해서는 이미 차환을 완료했다. SC제일은행에서 받은 대출로 지난해 말 기준 이자율은 5.13%였다. 고금리 영향으로 만기 연장시 이자율은 소폭 증가했을 것으로 보인다.
1년 이내 만기 도래 부채 규모는 대형건설사 중에서도 압도적으로 적은 편이다. 연결기준인 2610억원과 비교해도 10대 건설사 중 최하위 수준이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물산은 3조5570억원, GS건설은 2조1520억원을 기록했다. 1조 미만인 현대건설과 포스코건설도 각각 5240억원, 7930억원을 나타냈다.
지난해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 규모 역시 단기차입금 및 유동성장기부채의 수배에 달한다. 연결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조7524억원, 별도기준 9796억원을 나타냈다. 별도기준으로 볼 때 연내 만기 부채 규모 896억원의 10배 이상을 쌓아둔 셈이다.
DL이앤씨는 사실상 무차입 경영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총 차입금에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뺀 순차입금이 수년째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DL이앤씨의 지난해 말 연결기준 순차입금은 -6543억원, 별도기준 -3073억원을 나타냈다. 전년 말보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 규모가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수천억원대 현금 유동성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단기간 유동성 위기를 불러올 수 있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도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직접 신용보강에 해당하는 지급보증, 자금보충을 제공한 채무보증 금액이 전체 현금 및 현금성자산 총액보다도 적다.
DL이앤씨는 재개발정비사업을 진행하는 특수목적법인(SPC) 에이블호계유동화전문유한회사의 미상환잔액 1600억원에 대해 지급보증을 맡았다. 이 외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두 개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 효제PFV와 투게더대전문화PFV에 각각 470억원, 350억원 자금보충 약정했다.
지난해 말 부채비율은 연결기준 91.3%, 별도기준 81.1%로 나타났다. 신용평가등급은 AA-(안정적)을 유지하고 있다. 두 지표 모두 건설업계에서 가장 우수한 수준이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올해 만기 도래 부채 차환 외 회사채 발행 등 별도 자금조달 계획은 없다"고 설명하면서 "건설업계 최고 수준 재무구조를 유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