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은 2012년 조선업 불황이 시작된 이후 고질적인 순손실로 고전 중이다. 지난해까지 3개 연도를 제외하고는 순이익을 창출하지 못했다. 지속적인 손실은 결손금 확대로 이어졌다.
지난해는 누적 결손금이 3조원에 육박하면서 자기자본이 3분의 1수준으로 줄었다. 사실상 부채와 다름없는 신종자본증권 효과를 제외하면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대우조선해양은 한화그룹 편입 과정에서 이뤄질 자본확충에 기대를 걸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자본총계가 2년 연속으로 급격히 떨어졌다. 2020년 3조8990억원이었으나 2021년 2조2176억원, 지난해는 7450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결손금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은 2014년 연결 기준 이익잉여금이 1조3000억에 상당했지만 2015년 8593억원의 결손금 상태로 전환했다. 2012년부터 수년간 순손실이 이어지면서 미처리결손금(보전되지 않은 결손금)이 쌓인 탓이다. 미처리결손금은 미처분이익잉여금의 반대개념인데 전 결산기 이월이익으로 메울 수 없을 만큼 손실이 클 때 생긴다.
이후로도 순손실 기조를 쉽게 벗어나지 못했다. 2017년, 2018년, 2020년에 순이익을 내긴 했으나 누적된 미처리결손금을 털어내기에는 모자랐다. 2021년과 2022년의 경우 각각 1조6999억원, 1조7448억원에 달하는 손손실을 냈다.
손실이 계속되면서 작년 연말까지 대우조선해양의 미처리결손금은 6조3853억원이 누적됐다. 이를 3조4500억원 규모의 시설적립금과 이익준비금, 배당평균적립금 등이 일부 상쇄했고 남은 결손금은 2조7007억원이다.
결손금이 자기자본을 갉아먹었는데도 자본잠식에 빠지지 않은 것은 순전히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덕분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작년 기준으로 2조3328억원의 영구채를 가지고 있다. 자기자본의 3배 수준이다. 수출입은행에서 수혈받은 공적자금인데 갚지 못할 상황이 되자 전환사채(CB)로 돌렸다. 영구채는 회계기준상 자본으로 분류되지만 사실상 부채의 성격이 강하다.
만기는 30년, 금리는 1%로 대우조선해양에 유리한 조건이다. 전환사채 규모가 큰 탓에 낮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연간 이자규모가 245억원에 이른다. 다만 경영 사정에 따라 이자 납부를 미룰 수 있다는 규정을 적용해 작년 연말까지 누적된 이자(1325억원)는 내지 않았다.
스텝업(step-up) 부담도 일단은 피했다. 애초 올해 ‘5년만기 공모 무보증회사채 기준수익률에 매년 0.25%를 가산한다’는 조건이 붙어있었지만 지난해 수출입은행이 한화그룹과의 거래 종료일로부터 5년까지 금리를 동결해줬다.
리스크를 당분간 잠재우긴 했으나 이 전환사채의 성격이 사실상 부채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5년 뒤 갚지않을 경우 연 수천억원의 이자부담이 생긴다. 14일 BBB-등급의 5년물 민평수익률(10.83%, 한국자산평가)을 기준으로 적용해보면 매년 2500억원 수준의 이자를 내야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또 대우조선해양 주가가 2만원대를 맴돌고 있다는 점에서 주식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
이 전환사채를 자본으로 분류하지 않을 경우 대우조선해양은 2022년 자기자본이 마이너스(-) 1조5879억원인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부채는 11조원대에서 약 13조8000원으로 불어난다. 스텝업 조항이 발동되는 약 5년 뒤까지는 결손금 상태를 벗어날 필요가 있는 셈이다.
재경본부장으로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을 하고 있는 안호균 전무로선 결손금 대응을 두고 고민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안 전무는 1991년 7월 대우조선해양에 입사, 경영정상화추진 TFT(태스크포스팀)장과 경영전략본부장을 거쳐 지난해 4월 재경본부장으로 부임했다. 다만 '산업은행 경영관리단'과 논의를 거쳐야하다 보니 조달활동에 상당한 제약이 있다.
안 전무는 별도의 보전을 통해 결손금을 해소하기보다는 한화그룹 편입과정에서 유입될 유증 자금, 순손익 반등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손금은 자본준비금(주식발행초과금) 및 이익준비금의 총액이 자본금의 1.5배를 초과하는 경우, 이사회결의나 주주총회를 거쳐 자본에 전입하는 보전 절차를 통해 없앨 수 있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은 2022년 연말 기준 자본금이 5415억원이고 주식발행초과금은 105억원, 이익준비금 953억원, 유형자산재평가잉여금이 5545억원 등이기 때문에 여기 해당하지 않는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결손금과 관련한 재무적 방안은 크게 두가지인데 우선 한화 인수합병이 마무리되면 자본확충이 이뤄지는 부분이 있고, 또 회사가 계속 순이익이 나도록 하는 부분이 있다"며 "다행인 것은 지금 시황이 괜찮고 올해부터는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본계약을 지난해 12월 16일 체결했다. 2조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해 대우조선해양 최대주주(49.3%)에 오르는 방식으로 이번 인수합병(M&A)을 진행한다. 현재 국내외 기업결합심사가 진행 중이며 올 상반기 내에 인수 마무리를 목표하고 있다.
다만 유증으로 자본이 확충되더라도 결손금과 영구채 부담을 모두 해소하기에는 충분치 못하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결국 순이익 구조를 오래 유지하는 방법밖에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