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젠이 다시 가족경영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분위기다. 이사회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빠지고 오너일가가 투입된다. 사외이사를 제외하고 모두 오너일가다. 실적이 급전직하 하는 상황을 방어하기 위해 오너일 중심 체제로 전환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씨젠은 24일 주주총회를 열고 최진수 사장을 사내이사로 신규선임 하고 이창세 사외이사와 천경준 기타비상무이사를 재선임 할 계획이다. 임기가 만료되는 CFO인 김정용 전무는 재선임하지 않기로 했다.
정관상 씨젠의 이사회 총원은 3인 이상 7인 이하로 규정한다. 기존 이사회가 사내이사로 천종윤 대표, CFO인 김 전무, 기타비상무이사인 천 이사 그리고 사외이사 2인으로 총 5인이었기 때문에 누구를 제외하지 않고도 최 사장을 신규 선임하는 데 문제가 없다. 그럼에도 CFO인 김 전무를 내려오게 했다는 점에 주목된다.
이번 변화로 씨젠의 이사회는 완전한 오너 중심 의사결정 체제가 구축됐다. 기타비상무이사는 천 대표의 삼촌이고 최 사장은 고종사촌이다. 사내이사 3인이 모두 가족인 셈이다.
최 사장은 2013년 입사해 2020년까지 사내이사로 활약하다가 2021년 자리를 내려놓고 회사를 떠났다. 그리고 지난해 다시 경영부문 총괄로 재입사하고 또 1년만에 사내이사로 복귀하게 됐다.
그의 복귀와 함께 CFO인 김 전무가 주요 의사결정자에서 배제된 점도 눈에 띄는 변화다. CFO가 사내이사로 선임된 건 2021년이다. 천 대표의 동생인 천종기 씨젠의료재단 이사장이 사내이사에서 자진 사임하면서 그의 측근인 김 전무가 추천됐다. 표면적으로나마 친족경영에서 한발 물러나는 진화를 이룬 셈이다.
당시는 한창 코로나 팬데믹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쌓아올리면서 신규 투자처 발굴 등이 이슈로 떠올랐다. CFO 역할에 힘이 실리면서 김 전무가 등용된 것이란 해석도 제기됐다.
하지만 코로나 엔데믹이 현실화 된 상황에서 씨젠은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대응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인수합병(M&A)을 비롯한 투자전략보다 급전직하 하는 실적을 방어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고조됐다.
씨젠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대비 38% 떨어진 8534억원, 영업이익은 71% 축소된 1959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67% 줄어든 1800억원이다. 비교대상으로 꼽히는 에스디바이오센서가 매출이 0.1%,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8% 안팎 줄어드는 데 그쳤다는 점과 대조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빠른 의사결정과 오너십의 단결 등을 위해 가족 중심 경영체계를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 다시 코로나 팬데믹 이전의 경영체계로 회귀하는 셈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재계의 ESG 트렌드에 적극 대응하는 차원에서 이사회 제도의 진화를 고민했지만 실적 저하로 전략을 다시 변경하게 됐다. 씨젠은 작년 초 ESG 관련 외부 컨설팅을 받는 한편 법무실 산하에 전담팀을 만들기도 했다. 이사회 내 소위원회를 만들기 위해 정관 변경 등도 추진했다.
씨젠 관계자는 "최진수 사장은 2013년부터 근무한 씨젠을 가장 잘 아는 임원"이라며 "씨젠에 대한 전문성을 감안해 사내이사로 추천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