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가 배당정책의 기준을 잉여현금흐름(FCF)에서 당기순이익으로 바꿨지만 지난해 연말 배당금 규모는 큰 변화를 맞지 않았다. 배당성향도 평년과 비등한 수준으로 유지됐다.
현대모비스 실적과 배당금의 연관성이 더 끈끈해지면서 앞으로 안정보다 성과에 따른 유동적인 배당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실적 반등이 곧 주주가치 제고의 키가 된 셈이다.
◇현대모비스, 주당 4000원 배당 결정…배당규모 유지현대모비스는 2022년 연말 결산배당금으로 보통주 1주당 3000원, 우선주 1주에 3050원을 책정했다고 14일 공시했다. 보통주의 경우 중간배당과 결산배당금을 합하면 주당 4000원으로 책정된다. 연말 결산 배당금 총액은 2760억4261만원, 중간배당금 총액은 910억5133만원으로 약 3671억원의 배당금을 주주들에게 배분하게 됐다.
배당금 총액은 평년 수준을 유지했다. 2018년 3788억원, 2019년 3750억원, 2020년 3701억원, 2021년 3649억원을 지급한 바 있다.
배당성향은 23.2% 수준으로 목표치에 부합했다고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밝혔다. 현대모비스는 배당성향 산식에 배당총액과 당기순이익에서 지분법 이익을 뺀 금액을 활용한다. 현대모비스가 1월 말 발표한 2022년 연말 실적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매출액 51조9063억원, 영업이익 2조265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2조4872억원으로 분기별 지분법이익 합산액은 1조2215억원이다.
그동안 배당성향은 20~30% 안에서 움직여 왔다. 2018년 23.8%, 2019년 20.6%, 2020년에는 28.2%, 2021년에는 21.7%다. 현대모비스가 기존에 활용해 왔던 FCF와 대입하면 2018년 25.2%, 2019년 26.5%, 2020년에는 36.9%, 2021년 123.3%으로 집계됐다.
이번 연말 결산배당은 현대모비스가 배당정책을 변경한 뒤 처음으로 진행한 배당이다. 현대모비스는 2022년 2월 '주주가치 제고 정책'을 발표하며 배당정책의 기준을 FCF에서 배당성향으로 교체했다. 현대모비스가 제시한 배당성향은 20~30% 수준(지분법이익제외 순이익 기준)이다. 중간배당 유지 기조도 함께 고지했다.
보유 현금량보다 실적과의 연관성이 훨씬 커진 셈이다. 현대모비스도 배당정책 공시에 '탄력적 운영'이라는 표현을 담았다. 주주환원의 중심축이 당기순이익으로 바뀐 만큼 현대모비스도 성장을 통한 장기 주가수익률 제고가 곧 주주환원 정책이라는 입장을 비쳤다.
◇배당정책 변화, 자사주 매입 축소…미래투자 재원 마련자사주 매입 규모는 평년대비 줄었다. 1500억원을 매입하기로 했는데 지난 5년간의 매입 규모 대비 가장 적다. 2022년 매입 규모는 3132억원, 2021년에는 4286억원을 매입했다. 올해 매입한 자기주식은 전량 소각할 방침이다.
현대모비스가 배당정책을 변경하는 한편 자사주 매입 규모를 축소한 배경으로는 앞으로 예고된 대대적인 투자 계획이 꼽힌다. 현대모비스는 이날 공시를 통해 새 중기계획(2023~2025년)을 발표했다. '모빌리티 플랫폼 공급자'라는 신설 목표에 따라 3년간 모두 10조원의 자금을 전동화와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 산업 핵심기술 확보에 쏟아부을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올해부터 2025년까지 전동화와 핵심부품 등 경쟁력 확보를 위한 내부 투자에 기존 계획보다 2조원가량 늘어난 5조~6조원을 투입한다. 자율주행, ADAS(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과 소프트웨어 등 외부투자에도 3조~4조원을 투자한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에도 CAPEX로 1조476억원을 지출했다. 목표치 대비 적었지만 목표치가 전년대비 높았을 뿐 평년과 비교하면 투자금은 줄지 않았다. 연구개발(R&D) 투자 비용도 예상보다 컸다. 지난해 R&D 투자 목표치는 1조2710억원이었는데 실제로 쏟은 돈은 1조3709억원이다.
올해 CAPEX 목표치는 지난해 2조원을 뛰어넘는 2조6406억원이다. 지난해 실제 투자금인 1조476억원과 새 목표치의 1조6000억원 가량의 간극은 북미 전동화 공장 구축 등으로 채운다. 현대모비스는 올해부터 2030년까지 약 1조8000억원을 들여 미국에 전동화 부품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