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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기, 운전자본 부담 틀어막은 가동률 선제조치

컴포넌트사업부 가동률 65%까지 하락, MLCC 재고 적정선…2분기 반등 예상 앞서 기반 다져

이민우 기자  2023-02-06 07:53:16
삼성전기가 선제적인 가동률 조치를 통해 지난 수요 둔화 흐름에도 성공적인 재고 관리에 성공했다. 사업에서 큰 비중을 지닌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의 재고가 적정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코앞으로 다가온 업황 반등에 앞서 실적을 대폭 개선할 수 있는 기반을 다져놓은 셈이다.

글로벌 MLCC 산업은 과거 반도체 산업보다 선행해 하향세 흐름을 보였던 만큼, 회복과 실적 개선 시기도 한발 앞설 것이란 전망을 받는다. 중국 리오프닝과 스마트폰 플래그십 출시 등에 따라 2분기부터 반등하리란 예상이 우세하다. 중국 시장은 전체 MLCC 교역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곳으로, 삼성전기에서도 MLCC 매출 비중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신속한 가동률 조정, 운전자본 부담 감소로 이어져

삼성전기의 지난해 말 재고자산은 1조9016억원이다. 2021년 말 재고자산인 1조8184억원 대비 5% 늘었다. 일각에선 전년 말 대비 늘어난 재고자산 규모와 저조한 지난해 4분기 실적을 결부해 우려를 표한다. 삼성전기가 사업에서 여전히 재고 문제를 털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만 업계 및 증권가는 현재 삼성전기 재고자산 규모를 적정 수준으로 평가 중이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감소가 재고 적체보다는 MLCC를 다루는 컴포넌트 사업부의 가동률 하락에서 비롯됐다는 판단에서다. MLCC 공급이 스마트폰 등의 수요 둔화로 감소했지만, 가동률 조정으로 재고를 업황에 부합하도록 해 운전자본 부담을 덜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MLCC 수요 고공행진이 끝에 다다랐던 2021년 말, 삼성전기 컴포넌트 사업부 가동률은 빠르게 하락했다. 2021년 3분기 95%에서 같은 해 4분기 89%로 떨어졌고, 지난해 3분기에는 65%에 이르렀다. 1년 사이 기존 생산능력의 3분의 1 이상이 휴식을 취하게 된 셈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기의 분기별 재고자산은 2분기 연속 하락하는 추세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삼성전기 분기 실적의 가파른 하향 요인은 컴포넌트 부문의 탄력적인 가동률 하락에 따른 것"이라며 "가동률을 낮추면서 재고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돼, 수요 회복 시에는 가동률 상승으로 실적 개선을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MLCC 반등 시점 코앞, 2분기 컴포넌트 사업 회복 기대

업계는 삼성전기의 가동률 상승 시점을 코앞으로 전망 중이다. 근거는 반도체 업황보다 앞섰던 지난해 MLCC의 하락 흐름과 중국 시장 개방이다. MLCC 하향세가 반도체보다 선행했던 만큼, 회복도 같은 과정으로 진행될 것이란 예상이다. 반도체 수요 회복 예상 시점이 2분기 이후인 만큼, MLCC 수요는 2분기부터 정상화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

중국 시장의 리오프닝은 이런 장밋빛 전망을 뒷받침하는 주 배경이다. 중국은 MLCC 및 반도체 기판의 최종 제품인 가전, 스마트폰 시장의 최중요 소비국가다. 지난해 추산되는 스마트폰 시장 규모만 2억8500만대로 인도와 미국 등을 제치고 글로벌 1위다.

글로벌 기업의 전자제품 제조 설비도 다수 위치한 만큼, 전체 MLCC 교역액에서도 중국 비중이 55% 내외에 달한다. 2021년 3분기 월 9조원에 육박해 고점을 찍었던 중국의 MLCC 수입액은 최근 5조원 내외까지 줄었다. 리오프닝으로 중국의 매입이 다시금 활발해지면 삼성전기도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삼성전기는 MLCC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중국을 포함한 중화권에서 얻는다.

국내 전자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스마트폰 교체 사이클이 막바지에 다른 것으로 보여, MLCC나 기판 등 수요가 머지 않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통상 25~30개월 내외였던 주기가 현재 40개월 이상으로 늘어진 만큼, 올해 상당한 교체 수요가 중국에서 발생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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