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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AA의 위엄' KT…1500억 모집에 '2.9조' 몰렸다

트랜치별 언더발행 성공…향후 다른 이슈어 딜에도 긍정적 영향

이상원 기자  2023-01-05 12:53:17
KT
KT가 공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오버부킹에 성공했다. 모집금액의 약 19배를 넘어서는 주문을 확보하며 역대급 흥행을 기록했다. 비금융 일반기업 가운데 극소수에 해당하는 AAA 다운 위엄을 제대로 보여줬다는 평가다.

지난해말부터 회사채 시장 분위기가 개선된 데다 연초효과까지 더해지며 모든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는 분석이다. 이번 수요예측의 큰 성공으로 향후 AA급 뿐만 아니라 A급 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AAA의 희소성…실수요 2조9000억 '대박'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4일 KT가 1500억원 조달을 위해 실시한 공모채 수요예측에서 총 2조8850억원의 투자주문을 확보했다. 2년물(400억원)에 4850억원, 3년물(700억원)에 1조5550억원, 5년물(400억원)에 8450억원의 주문이 들어왔다. 목표 금액의 약 19배를 넘어섰다. 증액 기준으로도 10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모집액 기준 조달금리는 모두 개별민평보다 크게 낮은 수준에서 낙찰됐다. 희망금리밴드로 개별민평금리 대비 -30~+30bp를 제시한 가운데 신고가 기준 2년물은 -50bp, 3년물은 -70bp, 5년물은 -100bp에서 수요를 채웠다.

KIS자산평가에 따르면 3일 기준 KT의 개별민평금리는 2년물 4.705%, 3년물 4.800%, 5년물 4.929%다. 이 금리가 발행일까지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2년물은 4.205%, 3년물은 4.1%에 발행되는 셈이다. 특히 5년물의 경우 3.929%로 이날 기준 국고채 5년물(3.616%)과도 근접한 수준이다.

수요예측 흥행으로 KT는 증액 발행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KT는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3000억원까지 증액 가능성을 열어뒀다. 증액 발행을 하더라도 대부분 개별민평금리 대비 -50bp 수준에서 발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결과는 AAA의 초우량 신용도가 주효했다. 국내에서 AAA에는 금융지주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이를 제외하면 한국전력을 위시한 발전 자회사들이 있지만 석탄화력발전으로 반ESG 이슈에 시달려왔다. 아무런 이슈가 없는 비금융사 일반기업으로는 KT와 SK텔레콤뿐으로 그만큼 희소성이 크다.

특히 KT의 이번 수요예측은 지난해 12월 SK텔레콤 공모채 수요예측 기록을 크게 뛰어넘었다. 당시 SK텔레콤은 2500억원 모집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목표금액 대비 약 8배에 해당하는 1조9350억원의 주문을 확보했다.

이외에도 내수업종으로 KT의 우수한 수익성을 비롯해 새로운 콘텐츠 사업의 성공도 투심을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예능 '나는 SOLO'의 인기로 콘텐츠 사업이 빠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모든 기관이 참여…A급 시장에도 긍정적 영향

이번 수요예측에서는 투자자 군도 다양했다. 자산운용사와 증권사, 보험사, 은행 등이 수요예측에 참여했다. 지난해 채권평가손실 확대로 좀처럼 움직이지 않던 연기금도 응찰했다. 연초에 자금이 유입된 가운데 사실상 국내 모든 기관투자자들이 주문을 넣었다.

IB 업계 관계자는 "1500억원 모집에 이렇게 까지 주문이 들어오는 경우가 흔하지 않다"며 "연초효과를 감안해도 모든 기관투자자들이 빠짐없이 참여하는 딜은 상당히 드물다"고 말했다.

향후 예정된 공모채 수요예측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말 채안펀드가 가동되면서 회사채 시장에 온기가 돌기 시작했지만 이번을 계기로 시장의 전반적인 심리를 개선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AA급 가운데 실적이 좋지 않은 곳에도 이러한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기대효과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까지 잘 될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 이번에 낙찰받지 못한 투자자들은 다음을 준비하며 AA급뿐만 아니라 A급 시장에도 훈풍이 불 수 있다"며 "시장 분위기의 개선을 확인한다면 투자자들도 A급에 대해서도 검토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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