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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시대 리밸런싱

크래프톤, 공모자금 여윳돈 재테크는 '주식·채권' 투자

⑩'JP모간 출신' 배동근 CFO, 강점 살린 1년 현금운용법 '금융투자'…무차입 경영

손현지 기자  2022-12-29 10:31:19

편집자주

기업들이 예·적금 재테크에 한창이다. 고금리 기조에 투자목적으로 보유하던 주식이나 채권을 처분해 정기예금 등 환금성이 높은 자산으로 바꿔 안정적인 이자수익을 노리고 있다. 각사의 투자 전략 변화 양상을 살펴보고 유동성 확보 방안을 조명해 본다.
크래프톤은 올 한해 주식과 채권 투자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게임사다. 작년 기업공개(IPO)로 '조 단위' 실탄을 마련한 만큼 현금적 여유가 생긴 영향이다. 당초 글로벌 인수합병(M&A)을 위해 조달한 공모자금이지만, 투자할 기업을 정하기 전까진 단기 재테크에 활용하기로 했다. 현금을 그대로 방치하지 않고 금융투자상품 운용으로 수익을 극대화한 것이다.

나머지 현금은 단기금융상품으로 굴리고 있다. 예금 금리가 5%대까지 치솟은 만큼 3개월~1년짜리 펀드·예금을 활용하면 쏠쏠한 이자수익을 거둬들일 수 있어서다. 경기위축기조에 유·무형자산이나 투자부동산, 관계기업 신규 투자는 자제하며 투자 리스크를 줄이는데 집중했다.

◇IPO 4조3000억…M&A 이외엔 '금융투자'로 굴렸다

크래프톤은 작년 8월 상장 후 총 4조3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공모 목적은 자체 게임 개발 역량 확대를 위한 투자자금 마련이다. 당초 공모자금의 70%를 글로벌 인수합병(M&A)에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후 수차례 M&A를 단행했다. 미국의 독창적인 PC·콘솔 게임 개발사인 '언노운 월즈'를 시작으로 챗봇 서비스 헬로우봇 제작사인 '띵스플로우', 로드 투 발러: 월드워2 개발사로 유명한 '드림모션', 740게임즈, 5민랩 등을 차례로 인수했다.


M&A 금전대가는 대부분 현금으로 지급했다. 드림모션만 이전대가 377억원 가운데 288억원을 현금으로, 나머지는 자사주로 지급했다. 언노운 월즈 계약 형태는 언아웃 형태로 첫 인수금액 5억달러(5858억원), 이후 2억5000만달러(2929억원)을 추가 지급하는 방식이었다. 그 사이 현금 보유량은 작년 9월 말 3조5939억원에서 올해는 1조원대로 감소했다.

안살림을 맡고 있는 배동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현금 중 일부는 수익증권이나 채권, 펀드, 우선주 등 금융투자에 활용했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신규 취득액만 3조1802억원에 달하며 처분액은 1조2115억원이다.

추가 M&A를 진행하기 전까지 잉여 현금을 그대로 방치하기 보다는 짧은 기간이라도 운용해 투자수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배 CFO는 JP모간 출신의 IB업계에서는 유명한 투자전문가로 크래프톤에는 2018년 합류했다.

그의 주도하에 올들어 크래프톤의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자산은 올초 849억원에서 9월 2조978억원으로 증가했다. 이 중 유동성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자산의 경우 올초 '0'에서 지난 9월 1조9889억원까지 늘어났다.

당장 1년 내 시세차익을 누릴 목적이 아닌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 규모도 작년 61억원에서 올해 359억원으로 확대했다. 관계기업 투자비중도 소폭 확대했다. 서울옥션블루, 엑스바이블루, 너바나나, Tamatem Inc. 등 다수의 기업에 신규 투자했다. 다만 관계기업투자로 3분기 176억원이 발생했다.

◇투자부동산·파생상품 등 리스크 투자는 축소

금리인상 기조속 남은 현금 관리를 위해 예금상품도 어느정도 활용했다. 기준금리가 3.25%까지 상승하면서 예금금리 6% 문이 열렸고 이자수익을 취하기 좋은 시점이란 판단에서다. 단기금융상품 예치액은 올들어 232억원, 장기금융상품은 358억원 늘렸다. 양도성예금증서(CD), 어음관리계좌(CMA), 신종기업어음(CP), 금전신탁, 정기예금, 정기적금, 수시입출금식예금(MMDA) 등을 포괄한다.

두둑한 현금 만큼이나 금리인상 기조속에 차입금을 늘리지도 않았다. 올해도 40억원 수준의 단기차입 대환대출만 실시했을 뿐이다. 장기채무나 장기차입금, 리스부채도 상환하며 이자비용 지출액을 줄였다. 오들어 재무활동으로 인한 현금 지출액만 455억원에 달한다.

금융투자상품 외의 투자처 지출은 최소로 줄였다. 최근 미국발 금리인상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위축으로 투자환경이 부정적이라고 판단해서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투자부동산 투자액은 총 71억원으로 전년동기 1065억원에 비해 큰 폭으로 줄였다. 유형자산 취득량도 558억원에서 192억원으로 축소했다. 파생상품 투자도 자제해 자산은 7억원대로 감소한 상태다.

크래프톤은 향후 M&A 방향성을 콘텐츠 기업 등으로도 넓히고 있다. 최근 블록체인 업계의 신뢰성 하락으로 기존 NFT 투자의 경우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하자 콘텐츠 사업으로 시야를 확대했다. 배틀그라운드 세계관을 웹툰, 웹소설, 숏필름,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미디어로 확장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이달 자체 제작 스튜디오를 보유한 미국 엔터 기술 기업 '트리오스코프'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한게 대표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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