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투시인베스트먼트(이하 웰투시)는 최근 수년간 사모투자(PE)업계에서 가장 급격히 성장하는 중견 하우스로 꼽힌다. 지난해에는 사상 처음으로 블라인드펀드를 조성한 데 이어 올해에도 투자와 회수로 기세를 이어갔다.
지방의 중견기업 경영권 인수(바이아웃) 투자를 성사시켰고 포트폴리오 자산을 매각하며 내부수익률(IRR)이 30%에 달하는 고수익을 거뒀다. 또 벤처캐피탈(VC)을 설립하고 대형 하우스들이 참전한 입찰 딜에도 모습을 드러내면서 존재감을 시나브로 키우고 있다.
◇타이밍 좋았던 첫 블라인드 조성, '신일정밀' 인수에 알뜰히 활용웰투시는 정승원 대표가 2014년 창업한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다. 설립 후 아주캐피탈(현 우리캐피탈), 두산엔진(현 HSD엔진), 전진중공업(현 전진건설로봇) 등 1000억~3000억원대의 바이아웃을 성사시키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다수의 투자를 진행하며 명성을 쌓았지만 블라인드펀드 조성은 작년에 이뤄졌다. 한국교직원공제회, 노란우산(중소기업중앙회), 군인공제회 등이 진행한 출자사업에서 위탁운용사로 낙점받았고 작년 12월 2000억원 규모의 블라인드펀드를 결성했다.
블라인드펀드 조성이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았지만 오히려 웰투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올 들어 급격한 금리 인상 등으로 자본시장이 급격히 경색되면서 국내 기관투자가(LP)들이 작년보다 출자에 소극적으로 나섰다. 이 때문에 대형 하우스가 아니면 블라인드펀드 위탁사로 선정되기 어려웠다. 웰투시로서는 막차에 올라타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기회를 맞게 됐다.
웰투시가 블라인드펀드의 첫 투자처로 낙점한 기업은 신일정밀이다. 신일정밀은 강원도 강릉 향토기업이다. 풍력발전기·굴삭기 등 각종 산업용 장비에 사용되는 대형 선회 베어링을 생산한다. 민성기 대표 등 오너일가는 2세에서 3세로 넘어가는 승계 이슈에 대한 고민이 컸다.
여기에 최근 노무 이슈도 발생했다. 웰투시는 전후 사정을 파악하고 수의계약(프라이빗 딜)을 추진했다. 약 석달 간 공들여 매각 측과 협의했다. 막판에는 일부 경쟁자들이 나타나기도 했지만 웰투시는 최종 승자가 됐다. 에스아이지가 지분 100%를 보유한 신일정밀과 관계사 4곳의 경영권을 1500억원에 인수했다.
웰투시는 올 2월 거래를 종결했다. 총 거래금액 중 550억원은 블라인드펀드로 충당했다. 나머지 950억원은 인수금융으로 채웠다. 인수금융은 우리은행이 주선했다. 당시는 미 연준(Fed)이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상승)을 밟기 전이었고 인수금융 조달이 순조롭게 이뤄졌다.
◇윌비에스엔티 매각 대박·VC 설립 '영역 확장'…넥스플렉스 딜 '분루'웰투시는 올해 투자금 회수(엑시트)에서도 괄목할 성과를 거뒀다. 앞서 웰투시는 지난해 포트폴리오 자산 엑시트에서 연달아 홈런을 치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전진건설로봇은 투자원금 대비 머니멀티플 1.6배, IRR이 18.5%릴 기록했다. 소시어스와 함께 투자한 HSD엔진의 경우 투자원금 대비 머니멀티플 2배, IRR은 20%대를 기록했다.
올해는 '윌비에스엔티' 매각으로 대박을 터뜨렸다. 1987년 설립된 윌비에스엔티는 반도체 제조장치에 사용되는 리테이너 링과 디스플레이용 부품 등을 생산하는 업체다. 웰투시는 2019년 11월 어센트PE(옛 ACPC PE)와 공동운용사(Co-GP)로 프로젝트펀드를 결성해 윌비에스엔티를 인수했다.
웰투시·어센트PE는 카무르프라이빗에쿼티로부터 윌비에스엔티를 인수했다. 통상 PEF 운용사는 기업에 투자한 뒤 인수후통합(PMI)를 통해 가치제고(Value up)에 나선다. 이미 PEF 운용사가 인수했던 터라 추가적인 상승잠재력(Upside potential)이 있을지 주목했다.
윌비에스엔티는 웰투시·어센트PE가 인수한 뒤 호실적을 거듭했고 매각도 순조롭게 진행됐다. 올해 진행된 매각에는 다수의 재무적투자자(FI)와 전략적투자자(SI)가 관심을 드러내며 흥행했다. 최종 인수자로는 키움캐피탈·로터스프라이빗에쿼티(PE)·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이 낙점됐다. 한라그룹이 펀드 출자자(LP)로도 참여했다.
거래는 올 7월 완료됐다. 매각금액은 1700억원이다. 웰투시·어센트PE의 투자원금 대비 머니멀티플은 2.4배, 펀드 IRR은 30%대를 기록했다.
웰투시가 올해 다른 분야에도 진입하면서 사세를 확장한 점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올 2월 웰투시벤처투자를 설립하며 벤처캐피탈(VC)로 영역을 확대했다. 초대 대표로는 마그나인베스트먼트에서 대표 펀드매니저를 맡았던 정명 대표를 영입했다. 자본금 30억원 대부분은 웰투시에서 출자했고 정 대표도 일부 출자해 주주가 됐다.
올해 웰투시가 진행한 딜은 대부분 순조로웠지만 분루를 삼킨 일도 있었다.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가 매각하는 넥스플렉스 인수에 나섰지만 무산됐다. 애초 넥스플렉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는 JCGI였다. 그러다 웰투시·우리PE가 컨소시엄을 이뤄 협상을 진행했지만 거래가 성사되지 못했다.
다만 넥스플렉스 딜은 투심이 크게 악화한 올 하반기에 진행됐다. 웰투시·우리PE 컨소시엄은 인수 의지가 있었지만 시장 환경이 뒷받침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