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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시대 리밸런싱

LG디스플레이, 요구불예금 빼서 정기예금 늘렸다

③금리이율 높은 금융기관예치금 비중 확대…유동성 확보방안 마련 시급

손현지 기자  2022-12-08 16:41:18

편집자주

기업들이 예·적금 재테크에 한창이다. 고금리 기조에 투자목적으로 보유하던 주식이나 채권을 처분해 정기예금 등 환금성이 높은 자산으로 바꿔 안정적인 이자수익을 노리고 있다. 각사의 투자 전략 변화 양상을 살펴보고 유동성 확보 방안을 조명해 본다.
LG디스플레이는 올들어 투자 포트폴리오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금리인상 기조에 안정적으로 높은 이자수익을 누릴 수 있는 예금 재테크에 발을 내딛었다.

이자가 거의 붙지 않는 요구불예금을 대폭 축소하고 대신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정기예금이나 LG그룹 협력사업을 위한 예치금쪽으로 보유현금을 옮기고 있다. 이전까지 현금을 대부분 요구불예금 형태로 보유해왔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기조다. 최소의 현금으로 최대의 이자수익을 거둬들이기 위한 포트폴리오 운용 전략이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본업 업황 악화로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이는 현금창출력(NCF)이 악화되고 있다. 당장은 단기차입금 조달로 위기를 모면했지만 내년부턴 유동성 개선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NCF하락, 보유현금 축소…예테크족 합류

LG디스플레이의 3분기 가용현금(현금및현금성자산+금융기관예치금)은 3조2640억원으로 연초 4조2849억원에 비해 1조원 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줄곧 4조원대를 유지해왔던 것과 달리 올들어서는 감소세를 보이며 3조원대로 줄었다.

이처럼 환금성 높은 현금성자산 규모가 줄어들고 있는 건 자체 현금창출능력이 악화된 영향이 크다. 순영업활동현금흐름(NCF)은 올해 9월 1조9246억원으로 전년동기(3조7281억원)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하락했다.
올들어 글로벌 경기위축으로 가전제품 소비가 줄어들면서 후방산업인 디스플레이업계가 직격탄을 입었다. LG디스플레이도 세트사의 주문량 감소로 아직 현금으로 전환되지 못한 재고들이 창고에 대거 쌓인 상태다. 재고 중 대부분은 완성품인 '제품'과 '재고품'이라 미처분 리스크도 불어났다.

재고자산과 매출채권이 늘어나면서 돈이 묶여 버리자 '유동성 리스크'가 부각되기 시작했다. LG디스플레이는 당장 손에 쥔 현금 만이라도 운용 효율성을 극대화하고자 했다.

다만 이제와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가 애매했다. 그간 금융상품 투자나 주식, 채권 운용에 적극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윳돈이 생기면 곧장 생산능력(CAPA) 확대를 위한 설비투자 용도로 활용하기 바빴다.

◇수익 없는 저원가성 예금 축소, 정기예금으로

LG디스플레이는 결국 예금 재테크로 노선을 틀었다. 고금리에 안정적으로 현금을 굴릴 수 있는 수단이라고 판단,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에 나섰다.

우선적으로 금리가 낮아 이자수익을 노리기 어려운 '요구불예금' 규모를 대폭 줄이기 시작했다. 연초 3조5405억원 수준에서 올해 9월에는 1조5396억원으로 절반 넘게 축소한 것이다.

반대로 금리가 높은 '정기예금' 비중은 늘렸다. 올초만 해도 정기예금 계좌 26억원 정도가 들어 있었지만 9월 말 2947억원까지 증가했다.

LG디스플레이는 정기예금 외에도 LG그룹 협력기업 공동지원을 위한 상생협력협약과 관련한 '금융기관 예치금' 규모도 확대했다. 같은 기간 7433억원에서 1조7232억원으로 1조원 가까이 늘어났다. 경상북도 보조금 수령시 투자계획 이행확보 차원의 질권설정에 따른 사용제한 예금, 종속회사 차입담보에 따른 사용제한예금 비중도 많아졌다.

통상 예금은 크게 '요구불예금'과 '저축성예금' 두 부류로 구분된다. 요구불예금은 보통예금이라고도 부르는데 월급통장이 대표적인 예시다. 수시입출금식 예금(MMDA) 등도 포함된다.

저축성예금으로는 거치식 예금과 적립식 예금으로 분류된다. 거치식예금의 대표적 예시는 '정기예금'이다. 1년간 목돈을 맡겨두면 이자를 얹어 돌려받는 방식이다. 적립식 예금의 경우 매달 일정 금액을 납입하고 이자와 원금을 한번에 돌려받는 방식의 예금이다.


요구불예금과 정기예금의 가장 큰 차이는 '금리'다. 최근 기준금리가 3.25%까지 상승하면서 시중금리도 올랐지만, 요구불예금의 금리는 여전히 0.1% 수준이다. 예금주 입장에선 필요할 때 언제든지 인출해 쓸 수 있지만, 이자수익을 거의 누릴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정기예금은 이자수익을 내기 유리한 재테크 수단으로 급부상했다. 정기예금을 활용하면 고액현금을 예치해 한번에 이자 수익을 볼 수 있기에 소액을 나눠 납입해 목돈을 모으는 방식인 적금보다도 편리하게 여겨진다. 금리도 최근 5%대까지 치솟았다.

LG디스플레이는 현금성자산(현금+요구불예금) 중에서도 요구불예금을 별도로 구분해 기재해왔다. 현금성 자산 대부분을 차지했을 만큼 비중이 컸기 때문이다. 그 외 '현금'은 양도성예금증서(CD), 환매조건부채권(RP), 어음관리계좌(CMA), 신종기업어음(CP), 정기적금, 초단기수익증권(MMF) 등 1년 만기 단기금융상품을 포괄한다.

◇유동성 개선 방안 마련 시급

LG디스플레이는 유동성 개선 과제가 어느때보다 시급하다. 올들어 유동자산은 연초 13조에서 9월 말 11조원대로 감소했다. 해당기간 비유동자산이 24조원대에서 28조원대로 증가했다는 점과 상반된다.

주식이나 채권 등도 투자처로 활용하진 않고 있다. 보유 중인 지분증권들도 매매차익 용도로 취득한 게 아니기에 비유동자산(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으로 분류하고 있다. 나노시스(Nanosys Inc.) 지분 146억원만 3분기 중 당기손익-공정가치 측정 금융자산으로 변경 분류했다. 주주권리 변동으로 이사선임권을 상실한 탓에 경영개입이 어려워진 탓이다.

당장은 1년 만기 은행 차입으로 자금을 조달했다. 9월 말 단기차입금은 2조5211억원으로 올초 6137억원에 비해 4배 가량 늘어난 상태다. 코로나19로 인한 영업력 저하, 지난달 10월 레고랜드 사태로 시장 내 자금경색 우려로 향후 유동성 대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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