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후공정(OSAT, 외주 반도체 패키지·테스트) 업체 SFA반도체가 3분기 재무안정성을 제고하고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늘렸다. 특히 순차입금이 크게 줄었고 곳간엔 1230억원까지 채워 투자 실탄을 마련해뒀다.
21일 SFA반도체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누적) 매출액은 5433억원, 영업이익 598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의 경우 전년 동기(501억원)보다 약 19% 증가했다. 기업의 실질 현금창출능력을 나타내는 에비타(EBITDA, 상각 전 영업이익)는 935억원으로 집계됐다.
◇현금흐름 둔화에도 보유현금↑전체 보유 현금은 1230억원으로 지난해 말(1142억원) 보다 조금 증가했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658억원이 순유입되며 전년 동기(713억원) 보다 다소 둔화됐지만 투자와 재무활동으로 빠져 나간 돈이 줄었기 때문이다.
이익이 개선됐음에도 영업활동현금흐름의 순유입액 규모가 줄어든 것은 법인세 납부액이 그만큼 늘어난 탓이다.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788억원이 순유출됐다. 표면적으로 보면 벌어들인 돈보다 많이 쓴 셈이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실제 유형자산 취득액은 456억원이다. 캐펙스(CAPEX, 설비투자) 집행 규모가 영업현금흐름 범위 안에 있다.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측정 금융자산'으로 분류된 채권형랩에 396억원을 투자하면서 투자활동현금흐름으로 빠졌는데 이는 늘어난 현금 보유액을 금융상품 투자로 돌린 것이라 현금성자산에 포함된다.
재무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130억원 순유출되며 전년 동기(417억원 순유출) 보다 빠져나간 돈이 크게 줄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50%대였던 부채비율이 3분기 42.7%로 개선되고 순차입금 규모도 전년 말 181억원에서 21억원으로 크게 감소했다는 점이다. 부채비율은 100% 아래로만 떨어져도 우량하다고 본다. 지난해 말까지 차입금을 545억원 정도 상환한 뒤 올해 들어 차입금의 상환 규모가 줄었다. 재무건전성을 제고하고 현금 곳간을 탄탄하게 만들어 투자 재원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넉넉해진 곳간…내년 캐펙스는?내년 캐펙스 계획은 어떨까. SFA반도체에 따르면 매년 350억원 내외를 신규 설비 매입과 기존 설비 유지·보수 비용으로 써왔다. 다만 내년엔 경기 전망과 반도체 업황이 불확실해 캐펙스도 시장 흐름을 보고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해외 사업장의 경우 내년에도 증설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SFA반도체는 중국과 필리핀에서 해외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필리핀 법인(SFA Semicon Philippines) 테스트 라인을 중심으로 증설이 이뤄질 전망이다.
필리핀1공장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의 메모리 반도체 패키징(조립) 외주 물량을 주로 맡고 있다. 1공장에선 고객사로부터 범핑 작업이 완료된 웨이퍼(반도체 기판)를 공급받아 플립칩 패키징을 소화한다. 2공장에선 와이어 본딩도 맡고 있다. 플립칩(Flip Chip)패키징은 반도체 웨이퍼에 동그란 공모양의 금속 접속단자(범핑)으로 연결하는 것으로 미세 와이어로 연결하는 와이어본딩에서 진화한 패키징 방식이다.
내년부턴 D램의 DDR4에서 DDR5로의 전환도 이뤄진다. 조립 부문에선 단가 차이가 크지 않지만 테스트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고 단가가 다소 올라갈 수 있다.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 패키징을 복합적으로 하는 2공장의 경우 2018년 준공됐으며 조금씩 증설을 통해 생산능력(CAPA)을 키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