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케미칼이 은행에 자금 확보 경로를 열어두며 증설 투자금을 집행해가고 있다. 2024년까지 양·음극재 생산능력을 확충하는 자본적 지출(CAPEX) 계획을 수립해두고, 이에 대비해 조달처를 확보해두는 모습이다. 올 하반기 여러 은행들과 여신 지원 업무협약을 맺은 데 이어 차입 한도 설정액도 기존 금액을 유지했다.
포스코케미칼 이사회는 지난 14일 단기 차입 약정 한도를 1000억원으로 설정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향후 탄력적으로 운영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차입 한도를 잡아뒀다.
포스코케미칼은 매년 이사회 의결로 단기 차입 한도 설정액을 결정한다. 2019년 10억원에서 2010억원으로 증액한 뒤 이듬해 3000억원까지 늘렸다. 지난해 한도를 1000억원으로 축소해 올해는 기존 규모를 유지했다.
포스코케미칼은 올해 차입 기조가 달라졌다. 지난해 연결 기준(이하 동일)으로 총차입금(1조146억원)보다 현금성 자산(1조3512억원)이 많은 순현금(3366억원) 상태에서 지난 3분기에는 현금성 자산(1조1909억원)보다 총차입금(1조6331억원)이 큰 순차입(4422억원) 형태로 바뀌었다. 올 3분기까지 현금성 자산은 1603억원 줄고, 총차입금은 6815억원 늘었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61%에서 79%로 상승했다.
포스코케미칼은 2차전지 수요 증가에 발맞춰 양·음극재 제조 공장 증설 투자가 한창이다. 올해 생산설비 예상 투자액은 5063억원이다. 지난 3분기까지 유형자산 취득 명목으로 투자활동현금흐름에서 4486억원이 빠져나갔다. 내년에는 5990억원, 내후년 778억원을 양·음극재와 전구체 생산 라인 증설에 투입할 예정이다. 2025년까지 전구체 21만5000톤, 양극재 34만톤, 음극재 17만톤 생산능력 확보가 목표다. 올해 생산능력은 각각 전구체 1만5000톤, 양극재 10만톤, 음극재 8만2000톤 수준이다.
설비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올 하반기부터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조달 경로를 선점해두고 있다. 지난 7월 수출입은행과 체결한 1조원 규모(향후 3년 동안) 기본여신약정(F/A, Framework Agreement)이 신호탄이다. F/A는 한도금액과 지원절차 등 금융지원 조건을 사전에 확정한 뒤 여신 수요가 발생하면 금융을 제공 받는 거래다. 포스코케미칼은 GM과 추진 중인 ’캐나다 퀘벡주 양극재 합작공장‘ 건립 등에 F/A를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입은행은 이미 포스코케미칼과 거래 중인 금융기관이다. 수출성장자금 한도 약정(1700억원), 시설자금대출 약정(1041억원)을 전액 실행했다. 지난 3분기 단기차입금 1600억원(이자율 1.74%), 장기차입금 1141억원(이자율 1.74~2.25%)을 수출입은행에서 끌어왔다.
그룹 경영 기조에 맞춰 추가 대책도 세웠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지난 7월 그룹 경영회의에서 비상경영체제 돌입을 선언하며 각 계열사에 현금흐름과 자금상황이 문제되지 않도록 현금 중심 경영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김주현 포스코케미칼 기획지원본부장도 발빠르게 움직였다. 지난 9월부터 은행들과 차례로 금융지원 업무 협약을 맺었다. KB국민은행(1조원 규모 여신 한도 지원 업무 협약)을 시작으로 NH농협은행(3년간 5000억원을 지원하는 금융협력 프로그램 업무 협약)에 이어 지난달 신한은행과 추가로 3년간 1조원 여신을 지원받는 금융지원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금융기관에서 △수출입 관련 대출 △해외사업 관련 대출 등을 지원 받을 수 있도록 사전 조치를 취해둔 셈이다.
금융지원 업무 협약은 차입 약정 한도 설정보다 낮은 단계의 조달처 확보 방안이다. 금융지원 업무 협약은 금리를 확약해 차입 한도를 설정해둔 걸로 보기 어렵다. 추후 협의해야 할 사항이다. 반면 금융기관 차입 한도 약정에는 약정금액에 따른 수수료가 부과되고, 한도 소진율에 따라 약정 한도 미사용 수수료가 징수되기도 한다.
포스코케미칼은 국내 은행 4곳, 외국계 은행 8곳과 약정을 체결 중이다. 올 하반기 금융지원 협약을 체결한 NH농협은행, 국민은행과는 기존에도 수입신용장, 일반대출 약정으로 거래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포스코케미칼 관계자는 "기존에 발표한 투자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외부 조달이 필요하다"며 "차입 약정 한도는 향후 자금 조달을 위해 최소한의 한도를 설정해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