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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리지&커버리지 분석

'현금 가뭄' 롯데하이마트, 상환여력 문제없나

EBITDA 55% 감소, 이자보상배율 '마이너스'…단기성 차입 급중

고진영 기자  2022-12-12 16:35:18

편집자주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려면 레버리지 지표와 커버리지 지표를 함께 봐야 한다. 전자는 '빚의 규모와 질'을 보여준다. 자산에서 부채와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을 비롯해 부채 내 차입금의 비중과 형태 등이 나타난다. 후자는 '빚을 갚을 능력'을 보여준다. 영업활동으로 창출한 현금을 통해 이자와 원금을 상환할 능력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THE CFO가 레버리지 지표와 커버리지 지표를 통해 기업의 재무 상황을 진단한다.
점유율 하락으로 고전 중인 롯데하이마트의 현금흐름 악화가 이어지고 있다. 총차입금은 늘었는데 현금창출력은 메마르면서 빚을 갚을 능력을 나타내는 이자보상배율도 마이너스(-)를 찍었다. 자산과 비교해 비대한 영업권 가액 역시 부담을 높이는 요인이다.

롯데하이마트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약 5년 전부터 추세적인 하향세를 보였다. 2017년 2566억원까지 늘었는데 당시만 해도 하이마트는 롯데그룹의 가장 성공적인 인수합병(M&A) 사례로 꼽혔다.

그러나 이듬해 EBITDA가 2343억으로 소폭 감소하며 주춤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2020년의 경우 마진 좋은 대형 백색가전이 잘 팔린 덕분에 3000억원대까지 반짝 늘어나기도 했으나 일시적 현상일 뿐이었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하이마트의 EBITDA는 975억원에 그쳤다. 작년 같은 기간(2141억원)과 비교해 54.5%가 출어든 수치다.



이는 롯데하이마트의 점유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전시장에서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기존 유통채널은 집객력이 나빠진 탓이다. 비용지출을 견디지 못한 롯데하이마트가 점포를 줄줄히 폐점한 영향도 있다. 롯데하이마트는 2020년부터 작년까지 총 39개의 점포를 닫았고 올해도 12개 점포를 정리했다.

들어오는 돈이 줄었으니 현금성자산 역시 쪼그라들고 있다. 롯데하이마트는 2020년 4000억원대의 현금을 보유했지만 올해 현금성자산은 9월 말 기준으로 1175억원에 불과했다. 작년 말(847억원)보다는 늘었으나 2년 전과 비교하면 4분의 1을 겨우 넘었다. 공정가치 측정 금융자산 등 기타금융자산을 포함한 금액이다.

유동성이 악화한 반면 차입금은 오히려 증가했다. 올 9월 말 기준 총차입금은 7714억원으로 전년 말(7488)보다 227억원 가량 많아졌다. 긍정적인 부분은 현금성자산을 뺀 순차입금이 작년 말 6641억원에서 올해 3분기 6540억원으로 소폭 줄었다는 점이다.

다만 이는 기존 점포의 폐점으로 임차료 등 리스부채가 420억원 정도 감소하면서 총차입금의 증가 폭을 상당부분 방어한 덕분이 컸다. 실제 리스부채를 제외한 은행대출과 시장성 조달만 보면 롯데하이마트가 외부에서 빌린 돈은 작년 말 4782억원에 5427억원으로 645억원 정도 늘었다.

전체 총차입에서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성 차입의 비중이 작년 29.8%(2235억원)에서 올해 3분기 말 50.5%(3898억원)으로 급증한 것 역시 눈에 띄는 부분이다.



레버리지 부담이 무거워진 반면 현금창출력은 악화되면서 커버리지 지표도 위험 수준을 나타냈다. 9월 말 기준 롯데하이마트의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적자 탓에 마이너스(-) 0.5를 기록했다. 이자보상배율이 1보다 낮다는 것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내지 못한다는 것을 뜻한다. 또 3년 연속 1에 못 미칠 경우 한계 기업으로 간주한다.

영업권 관련 출혈도 짐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9월 말 기준 하이마트는 순이익이 마이너스(-) 3801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영업권에서 3428억원의 손상차손을 인식한 탓이다.

영업권은 피인수사가 적정한 수익을 창출할 때에만 자산으로서의 성격이 유지된다. 매년 실시하는 손상검사에서 회수가능액이 장부가액보다 적으면 그만큼 자산에서 깎아 비용으로 덜어내는 방식이다. 이런 손상차손은 순이익을 훼손하는 요인이 된다.

롯데하이마트의 영업권은 2008년 유진기업이 하이마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당시 1조9500억원 규모 매각대금 가운데 약 1조7348억원이 영업권으로 분류됐다. 해당 영업권은 2008년 20년 정액 상각법에 따라 일부가 상각됐으나 이듬해 2017년까지 대부분 그대로 남아있었다.

하지만 2018년 실적이 크게 악화되면서 영업권 회수가액이 장부금액에 미달된다고 판명됐고, 10년 만에 524억원의 영업권 손상차손을 인식한다. 이후로도 실적 하락세가 가속되면서 손상차손 누계액이 커지고 있다. 문제는 남은 영업권 장부가액(9279억원)이 여전히 자산총계(2조5878억원)의 3분의 1에 이른다는 점이다.

IBK투자증권 남성현 연구원은 “영업권의 경우 금리인상 및 부진한 영업환경에 따라 관련 비용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영업환경이 개선된다 하더라도 금리 인상이 지속되는 만큼 영업권 비용에 대한 부담은 향후에도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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