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 기업 쿠팡이 자본적 지출(CAPEX)을 점검하면서 현금흐름 개선을 모색하고 있다. 풀필먼트와 물류 부문에 초점을 맞춰 유형자산 투자 계획과 자금 집행 내역을 관리할 인력을 보강하는 상황이다.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을 향상하고 경제 환경의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취지가 반영됐다.
29일 헤드헌팅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GO CAPEX팀' 인력을 찾고 있다. 'GO'는 '글로벌 오퍼레이션(Global Operation)'의 줄임말이다. 국내외에 포진한 사내 조직과 계열사가 원활히 운영될 수 있도록 조력한다는 의미가 녹아들었다.
스와미나탄 크리슈나무르티(Swaminathan Krishnamoorthy) 상무가 GO CAPEX팀을 총괄하고 있다. 크리슈나무르티 상무는 인도 타밀나두 공과대학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영국 웨일스대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취득했다. 전자제품 위탁생산 전문 다국적 기업 플렉스트로닉스(Flextronics), 미국 백화점 체인 콜스(Kohl's) 등에서 △자산 관리 △예산 수립 △비용 통제 업무를 맡은 경험을 갖췄다.
이번에 확충되는 인력은 CAPEX 계획을 세우고, 당초 전망한 대로 집행됐는지 점검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풀필먼트 센터와 물류 부문에 주안점을 뒀다. 풀필먼트는 전자상거래 판매자 대신 △상품 재고 관리 △배송 △고객 서비스(CS) 등을 수행하는 사업이다. 궁극적으로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 등 자회사 관리까지 염두에 뒀다.
쿠팡은 재무 학사 소지자 가운데 MBA를 받은 인물을 적격자로 설정했다. 동시에 재경 분야에서 4~10년 동안 몸담은 경우만 지원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최소 2년에 걸쳐 CAPEX나 자산을 관리한 경험을 갖춘 인재를 찾는 대목이 돋보인다.
GO CAPEX팀 인원을 보강하는 움직임은 현금 창출력을 강화하는 기조와 맞물려 있다. 올해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거라브 아난드(Gaurav Anand) 쿠팡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잉여현금흐름(FCF)의 플러스 전환을 중장기 목표로 제시했다.
FCF는 당기순이익과 비현금성 지출을 더한 값에서 CAPEX와 배당금 지급분 등을 제외한 금액이다. 그동안 쿠팡의 FCF는 마이너스 추세를 이어왔다. △2018년 -7억8800만달러 △2019년 -5억3000만달러 △2020년 -1억8300만달러 △2021년 -10억8400만달러 등으로 집계됐다. 올해는 3분기 말까지 7억1800만달러(9464억원)의 순유출을 기록했다.
쿠팡이 현금흐름 개선에 관심을 드러낸 배경은 무엇일까. 기업가치 제고에 기여한다는 판단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경영진은 증시 침체 국면에서 FCF가 탄탄한 기업들이 투자자들의 선호를 받은 대목을 눈여겨봤다. 주가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작은데다,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등 주주 환원책을 적극적으로 전개할 여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미국 상장사 가운데 △컴캐스트 △델 △APA코퍼레이션 등이 대표적 사례다.
금리 인상과 원자재 가격 급등의 여파로 국내외 경기가 후퇴에 접어든 상황도 영향을 끼쳤다. 거시경제 불확실성을 감안해 현금 창출력을 강화하는 '보수적 경영'을 구사할 필요성이 대두됐다. 외부 조달 여건의 악화를 감안해 앞으로 핀테크,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등 신사업에 쓸 실탄을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인식 역시 한몫했다.
FCF의 플러스 전환을 이끌어낼 수단 중 하나로 CAPEX 점검을 염두에 두고 있다. 2018년 말 CAPEX는 9300만달러(1225억원)에 그쳤으나 올해는 3분기 말 누적으로 7억300만달러(9258억원)까지 불어났다.
비대면 방식의 소비 트렌드에 부응해 최근 5년간 대형 물류센터를 다수 구축하고 배송 인프라를 확장했기 때문이다. 기존에 수립한 투자 계획을 원활히 마무리한 만큼, 앞으로는 연간 CAPEX의 적정 규모를 설정하고 유지하는 방향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현금흐름을 좌우하는 CAPEX를 과도하게 줄이거나 늘리지 않고 고정적 수준을 유지하는 기조에 공감하고 있다"며 "영업활동의 수익성 개선과 현금 창출력 증대가 궁극적으로 기업 경쟁력 제고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