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사업 재편에 한창인 SK케미칼이 최근 '파이낸셜 스토리'에 미묘한 변화를 줬다. 석유화학 제품에서 친환경 소재 사업으로의 방향성에는 큰 변화가 없는 가운데 그린소재 관련 목표 매출액과 투자액을 소폭 낮춰서 제시했다.
금액이 축소된 원인으로는 경제 불확실성이 꼽힌다. SK케미칼은 시장 전망 등을 감안해 1000억원 안팎의 수치 변경이 이뤄졌다고 설명한다. 현재 CFO 역할을 맡고 있는 김기동 재무지원실장이 SK케미칼의 중장기 재무계획을 컨트롤하고 있다.
◇목표 매출 및 투자액 감소최근 진행된 SK케미칼의 3분기 기업설명회에 따르면 회사는 그린소재 관련 매출액이 2025년 1조5000억원, 2030년 2조6000억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번에 2030년까지의 목표 매출액이 공개된 가운데 2025년 제시액의 경우 올해 3월 발표한 파이낸셜 스토리(2025년 1조6000억원)와 비교해 1000억원 감소했다.
투자액에서도 차이가 발생했다. 이날 SK케미칼은 그린소재 관련 약 '1조원 이상' 투자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3월 회사는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중장기 전략'을 발표하며 그린소재에 1조2000억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8개월 새 2000억원이라는 투자액이 사라진 셈이다.
경제 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시점에서 SK케미칼의 목표 수정은 눈여겨볼 만한 지점이다. 화학 업계는 전방 산업인 석유화학 업계의 침체와 맞물려 재무구조와 실적 모두 악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재 SK케미칼은 전체 매출에서 77% 이상이 코폴리에스터(Co-polyester) 등 그린케미칼 사업부문에서 발생한다.
혹한기를 맞아 투자 전략에도 수정이 불가피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달 CEO 세미나를 통해 각 계열사에 "'파이낸셜 스토리' 달성을 위한 세부 실행계획을 마련하라"는 주문을 내놓은 바 있다. 이러한 지침에 따라 SK케미칼은 2030년으로 확장된 사업 전략을 내놓으면서 세부 측정치 역시 가다듬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번 기업설명회에서는 인수합병과 지분투자 등의 '인오가닉 성장 전략'이 SK케미칼 투자 전략에서 빠졌다. 해외 시장 확대와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 등의 내용은 남겨뒀다. 대규모 지출에 관련한 내용을 줄여 투자 불확실성을 사전에 차단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SK케미칼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 등으로 인해서 시장이 주춤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투자액의 경우 인오가닉 전략 등이 빠지는 등 여러 내용이 종합돼 일부 숫자가 조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주가치 제고에도 기여해야현재 SK케미칼의 재무는 김기동 재무지원실장이 책임지고 있다. 김 실장은 1971년생으로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SK케미칼을 비롯해 SK디스커버리 계열사를 거쳤다. 2019년 SK신텍 대표이사와 SK디스커버리 재무실장을 겸직하다가 올해 초부터 SK케미칼로 돌아와 재무지원실장을 맡고 있다.
SK케미칼이 대대적인 포트폴리오 전환기를 거치는 상황에서 김 실장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SK케미칼의 변경된 투자 계획을 종합하면 회사는 향후 2025년까지 그린소재 사업에 1조원 이상, 제약·바이오 사업에는 6000억원 이상을 투입한다.
투자금 마련에 역량을 모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주주환원정책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SK케미칼은 내년까지 당기순이익의 30%(비경상적인 이익·손실 제외)를 배당에 쓰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 3월엔 약 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실시하겠다고 밝히며 자사주 소각까지 가능성을 열어뒀다.
단순히 돈을 잘 관리해야 할 뿐 아니라 한정된 재원으로 주주가치 제고에도 기여해야만 하는 셈이다. 그나마 김 실장의 어깨를 가볍게 하는 건 SK케미칼이 양호한 재무구조다. 올해 3분기 SK케미칼의 별도 기준 부채비율과 유동비율은 각각 65%, 120%다.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보다 약 900억원 늘어난 4793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