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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 미국 투자기지 또 델라웨어에

기업 친화적 회사법 정립, 현지 법인 설립지로 인기

김형락 기자  2022-10-18 08:43:25
롯데케미칼이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주체로 세운 LBM(LOTTE Battery Materials USA Corporation)은 미국 델라웨어주에 설립한 법인이다. 기업 친화적인 회사법을 구축한 주에 법인을 세워 경영 활동 자율성을 누리려는 행보다. LBM은 미국 배터리 소재 투자를 총괄하는 지주사 역할을 수행한다.

롯데케미칼은 델라웨어주에 LBM 법인 등기를 진행했다. 지난 6월 자본금 1달러로 설립한 100% 자회사다. LBM 설립 직후 별도 주식 발행 없이 롯데케미칼이 13억원(100만달러)을 출자하고, 지난 7월 내년 말까지 1383억원(1억640만달러) 규모 추가 출자를 결정했다. 지난달 LBM이 발행한 신주를 인수해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대금 일부인 2750억원(2억달러)도 내려줬다.

LBM이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자로 나선 건 공정거래법상 제약을 극복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롯데케미칼이 직접 나서면 롯데지주 증손자회사로 들어가는 일진머터리얼즈 자회사(아이엠지테크놀로지 등) 지분을 100% 인수하거나 처분해야 한다. 해외 자회사를 활용하면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행위제한 요건을 피할 수 있다.

LOTTE Battery Materials USA Corporation(LBM) 법인 등기 [출처: 델라웨어주정부]

LBM은 단순히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하는 도관 역할만 하지 않는다. 롯데케미칼 역시 LBM 주요 사업을 배터리 소재 사업 투자라고 명시했다. 미국 내 배터리 소재 사업을 추진하고 총괄하는 지주사로 만들겠다고도 발표했다. LBM 종속기업으로 들어가는 일진머티리얼즈는 향후 미국 증설 계획을 가지고 있다.

지난 7월에는 LBM이 '롯데 알미늄 머티리얼즈 USA(LOTTE ALUMINIUM MATERIALS USA)' 지분 70%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롯데케미칼과 롯데알미늄이 각각 미국 내 100% 자회사를 통해 약 3300억원을 투자한다. 미국 켄터키주 양극박 생산기지 건설에 쓰일 자금이다.

롯데케미칼은 LBM 법인 등록지로 미국 여러 주 중에서 델라웨어를 택했다. 델라웨어주는 국내 기업들이 미국 현지 법인으로 선호하는 곳이다. 주 정부 회사법이 지배구조와 경영 활동 자유를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이사회를 구성할 때 이사가 1명 이상이면 되고, 나머지는 기업 재량에 맡긴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지난 6월 델라웨어주에 미국 신사업 투자·관리 법인 HMG Global LLC(가칭)를 세우기로 했다.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기아가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과 현금을 HMG Global LCC에 출자한다.

미국은 연방 정부 차원에서 일률적으로 법인 설립 절차를 정해두지 않았다. 주별로 법인 설립 절차를 별도로 규정하고 있다. 다른 주에서도 영업활동이 가능해 법인 운영이 유리한 조건을 가진 주를 선택할 수 있다.


롯데케미칼이 델라웨어주 법인을 투자 기지로 활용한 건 처음이 아니다. 종속기업 LC USA(Lotte Chemical USA Corporation)는 석유화학계 기초화합물 사업 미국 시장 진출 목적으로 2014년 델라웨어주에 설립한 법인이다. LACC(에탄크래커 합작사), Lotte Chemical Louisiana LLC(에틸렌글리콜 생산)를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다. 지난 6월 말 LC USA 연결 기준 자산총계는 2조8389억원이다.

LC USA는 롯데케미칼 출자금과 자체 차입으로 에탄크래커, 에틸렌글리콜 생산시설 건설 자금을 만들었다. 총 투자금액은 2조9000억원으로 잡았다. 롯데케미칼은 8848억원을 출자해 LC USA 지분 60%를 확보했다. 나머지 지분 40%는 롯데케미칼 종속기업 롯데케미칼타이탄홀딩(Lotte Chemical Titan Holding Berhad)이 댔다.

부족한 자금은 롯데케미칼이 차입 보증을 서서 해결했다. LC USA는 2016년 10월 수출입은행 등 대주단 8곳에서 15억9400만달러(1조9263억원)를 조달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2019년부터 7년 동안 분할 상환하는 방식이다. 롯데케미칼은 LC USA 보유 주식 전체를 담보로 제공했다. 지난 6월 말 기준 롯데케미칼은 LC USA 차입금 4억1860만달러(5412억원)에 지급보증을 제공하고 있다.

LC USA처럼 LBM이 자체 차입을 일으켜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자금을 만드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롯데케미칼은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대금 2조7000억원을 내부자금과 차입금으로 치를 예정이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델라웨어주는 기업 친화적이고, 법인 설립이 용이해서 선택한 곳"이라며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대금 마련 방안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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