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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풍향계

현대모비스, 불확실성 확대 '안전현금 늘려라'

최소 4.4조원 보유 방침…금융자산 현금화해 투자 지출 대응

김형락 기자  2022-10-12 17:44:16

편집자주

유동성은 기업 재무 전략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유동성 진단 없이 투자·조달·상환 전략을 설명할 수 없다. 재무 전략에 맞춰 현금 유출과 유입을 조절해 유동성을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한다. 더벨이 유동성과 현금흐름을 중심으로 기업의 전략을 살펴본다.
현대모비스는 올해 유동성 안전핀을 보다 높은 곳에 꽂아두고 자금을 집행하고 있다. 매크로(거시 경제) 불확실성에 대비해 최소 보유 현금을 늘렸다. 주주환원은 탄력적으로 운영한다. 앞으로 3년간 투자금 최대 8조원을 자체 유동성으로 소화하기 위해서다. 구체적인 주주환원 금액을 명시하기보다 이익에 연동해 배당과 자사주 정책을 편다는 원칙만 세워뒀다.

현대모비스는 올해 안전현금 및 위기대응 자금을 4조4000억원으로 책정했다. 2025년까지 매년 순현금 중 4조4000억원을 최소 유동성으로 묶어둔다. 1개월분 매입채무와 인건비, 리콜 등 우발적 현금 유출에 대비한 자금 등을 포함한 금액이다. 지난 6월 말 현대모비스 연결 기준 순 현금은 7조5195억원(기타금융자산 포함)이다.

최소 현금 유지액은 지난해보다 4000억원 늘었다. 매크로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를 거치며 긴급하게 집행할 수 있는 자금 확충 필요성을 절감했다. 올해는 미국발 기준 금리 인상, 달러 가치 상승 등으로 반도체 등 원재료 가격이 오르고 있다. 원·달러 환율 변화에 따라 미국 투자 지출이 당초 계획보다 증가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투자 예산은 기존 3개년 계획을 준용했다. 전동화 및 핵심 부품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시설투자(CAPEX)로 3조~4조원을 쓸 예정이다. 반도체, 소프트웨어, 자율주행 등 미래 성장 투자 M&A(인수·합병) 재원으로는 3조~4조원을 잡아뒀다. 총 투자 규모는 8조원으로 직전 3개년 계획과 같다.

주주환원은 유동적이다. 투자 지출, 경영 환경 불확실성을 감안해 탄력적으로 운영한다. 직전 3개년 계획은 주주환원 총액(2019~2021년 총 2조6000억원)을 목표로 설정했다. 올해부터 2025년까지는 주주환원 기준만 제시했다. 현금배당은 배당성향 20~30% 내외에서 지급한다. 자사주 정책은 1년 단위로 발표한다. 올해 자사주 3300억원을 매입하고, 이 중 625억원을 소각한다.

현금흐름 설계자는 CFO(최고재무책임자)인 배형근 재무부문장(부사장)이다. 현대모비스가 현금 사용 계획을 처음 밝힌 2019년부터 3년 단위로 유동성 계획을 짜고 있다. 계획 수립부터 이행 점검, 미세 조정까지 배 부사장이 총괄한다. 2018년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분할합병이 주주 반대에 부딪혀 무산되면서 달라진 모습이다. 주주환원 정책 일환으로 현금 사용 계획과 이행률을 공개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재무 정책은 사실상 유동성 관리가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본업 현금 창출력을 기반으로 투자·재무활동을 펼치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연결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으로 평균 2조6000억원이 발생했다. 현대자동차, 기아 등 캡티브 물량을 바탕으로 이익을 내면서 CAPEX, 지분 투자, 배당, 차입 상환에 부족함 없는 현금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별도 기준 유동성은 온도 차를 보인다. 종속기업보다 본사 위주로 투자가 활발했던 탓이다. 지난해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투자(2491억원), 현대오트론 반도체 사업 부문 양수(1300억원) 자금 등이 나갔다. 2019~2020년 8조원 안팎이었던 별도 기준 총현금은 지난해부터 7조원대로 줄었다. 차입금을 제외한 순현금은 5조6000억원 수준이다. 현금성자산과 더불어 기타금융자산을 현금화해 지분 투자, 차입 상환 등에 투입하면서 나타난 변화다.

올 3분기 예고된 투자 지출도 대부분 별도 기준으로 빠져나갈 금액이다. 지난 8월 설립한 미국 AI 기술 연구소(Boston Dynamics AI Institute) 현금 출자(1104억원) 외에 이번 달 부품 생산 전문 통합 계열사 유니투스(300억원), 모듈 생산 전문 통합 계열사 모트라스(400억원) 설립에도 총 700억원을 투입한다.

내년부터 북미지역 자회사(Mobis America)에 자본금 2억8000달러(4007억원)를 출자하는 안건도 지난 5일 이사회에서 결정했다. 투자 건들이 모회사 미래 영업현금으로 되돌아와야 예년 수준의 유동성을 회복할 수 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유동성은 경영 전략, 경영 환경에 맞춰 유동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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