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이 자사주 매입에 나선다. 최근 주가가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자 주가 안정화를 시도하는 것이다. 한진칼은 진에어 지분 매각으로 대규모 현금을 준비해뒀다. 앞으로의 주주환원 행보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한진칼은 21일 키움증권과 자사주 매입 신탁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계약금액은 200억원, 계약기간은 2023년 3월22일까지(6개월)다. 이번 자사주 매입을 시작으로 주주환원정책을 지속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한진칼 관계자는 “회사의 미래 성장가치가 주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판단해 내린 결정”이라며 “매입 자사주의 소각 여부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한진칼 주가는 8월까지만 해도 6만원 선을 오가고 있었다. 그런데 8월26일 한진칼 지분율 17.91%의 반도그룹(대호개발, 한영개발, 반도개발 합산 기준)이 한진칼 주식을 2.16%만 남기고 모두 매각했다.
이후 한진칼 주가는 8월29일부터 9거래일 연속 하락하는 등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9월15일에는 3만9050원에 장을 마쳐 4만원 선이 붕괴했다. 한진칼 주가의 8월26일 마감가는 6만600원이었다. 13거래일만에 35.56%(2만1550원)이 빠졌다.
반도그룹의 한진칼 지분 매각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KCGI-반도그룹 3자 연합의 경영권 분쟁이 조 회장 측의 승리로 종결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주주들의 지분 확보 동력이 사라진 만큼 주가가 하락세로 돌아서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주가 수준이 한진칼의 기업가치를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는지는 또 다른 이야기다. 상반기 말 기준 실적에 21일 장 마감가인 4만2200원을 대입해 산출한 한진칼 주식의 PER(주가수익비율)은 3.55배다.
한진칼은 대한항공의 지배회사인 만큼 항공운송업종으로 분류되기도 하고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만큼 지주업종(복합기업)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한진칼 주식의 PER 3.55는 항공운송업종 평균인 12.31배는 물론이고 지주업종 평균인 7.14배에도 못 미친다. 한진칼로서는 주가가 과도하게 저평가되고 있다고 판단할 이유가 있다는 말이다.
마침 한진칼은 현금이 두둑한 상태다. 지난 6월 항공사업의 수직계열화를 위해 진에어 지분 54.91%를 대한항공에 매각해 6048억원을 확보했다. 올해 2분기 말 별도기준으로 한진칼의 현금 보유량(현금 및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은 6820억원이다. 지난해 말보다 841%나 늘었다.
이렇게 늘어난 현금을 배당이 아닌 자사주 매입에 활용하는 것은 눈앞의 주가 하락세가 가파른 반면 배당 시기는 멀리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한진칼 정관에는 분기배당과 반기배당 등 중간배당에 대한 내용이 없다. 가장 가까운 배당일은 올해 재무제표를 승인받는 내년 정기 주주총회로부터 1개월 이내다. 약 반년 뒤다.
게다가 한진칼은 2020년부터 일회성 비경상 이익을 제외한 별도기준 순이익의 50%를 배당한다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진에어 지분 매각대금은 배당의 대상이 아니다.
물론 한진칼이 진에어 지분 매각대금을 특별배당 등 형태로 배당에 활용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다만 배당은 한 번 규모를 키우면 다시 줄일 때 투자자들의 반발에 직면하게 될 공산이 크다. 한진칼로서는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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