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그룹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인사 경향은 2019년 12월에 허태수 회장 체제가 출범하면서 달라졌다. 자금 관리에 특화된 '재무통'을 중용하던 기존 원칙을 탈피했다. 사업 로드맵 수립과 시장 분석에 잔뼈가 굵은 '전략통'을 선임하는 사례가 잇달아 나왔다.
이태형 GS 전무, 김성욱 GS글로벌 상무, 김원식 GS리테일 전무 등은 전략 입안 경험을 갖춘 인물들이다. 유망 기업 투자와 인수·합병(M&A)에 방점을 찍은 허 회장의 기조와 맞물린다. CFO를 단순한 자금 관리자가 아닌 신사업 확장의 조력자로 바라보는 관점이 반영됐다.
◇'경영기획 전문' 이태형 GS 전무, 김원식 GS리테일 전무 '해외개척 경험'
허태수 회장 취임 이래 선임된 GS그룹 CFO의 경력을 살피면 '기획'과 '전략'이라는 열쇳말이 눈에 띈다. 올해 지주회사 GS의 재무팀장으로 부임한 이태형 전무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전무는 2014년과 2020년 두 차례에 걸쳐 GS에너지 경영기획부문장을 맡은 경험이 있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인천종합에너지 대표도 역임했다.
GS에너지 경영기획부문은 재무부문과 달리 시장을 분석해 사업 전략을 수립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회사의 경영 실태를 점검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 방안을 도출하는 기능도 수행한다.
2021년 7월 GS리테일 경영지원본부장으로 중용된 김원식 전무 역시 중장기 전략 입안에 능통한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김 전무는 2000년대 GS홈쇼핑에서 투자전략 담당 본부장을 역임했다. 증권사에서 근무했던 경력을 살려 산업군과 개별 기업을 분석하는 데 잔뼈가 굵었다.
GS홈쇼핑이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데도 김 전무가 기여했다. 그는 2011년 인도 법인을 이끌면서 손익분기점(BEP)에 도달하는 성과를 실현했다. 덕분에 2014년 해외사업부 상무로 영전했다.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권역에서 입지를 넓혔다.
지난해부터 GS글로벌 재무관리실장을 맡은 김성욱 상무의 커리어도 돋보인다. △인사팀 △재경팀 △싱가포르 법인 △영업부문 △지원부문 등 다양한 조직을 거친 가운데, 경영전략실에도 몸담았다. 미래 사업 로드맵을 설계해 궁극적으로 사세의 꾸준한 확장을 촉진하는 데 방점을 찍은 조직이다.
◇신성장동력 구축 기여, '사업 시너지 검토' 역량 부각
비용 통제와 회계 사무에 잔뼈가 굵은 재무통을 선호하던 종래 CFO 인사 원칙이 변화를 맞은 배경은 무엇일까. 허 회장 취임을 계기로 GS그룹의 투자와 M&A가 탄력을 받은 흐름과 맞닿아 있다는 평이다.
2020년 GS는 미국 실리콘밸리 투자사 GS퓨쳐스를 설립해 유망한 기술 스타트업에 베팅할 기반을 조성했다. 작년에는 IMM인베스트먼트, CBC그룹 등 재무적 투자자(FI)와 컨소시엄을 꾸려 국내 보톡스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휴젤도 인수했다.
GS리테일 역시 지난해 국내 2위 배달 앱 '요기요' 운영사인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의 지분을 사들였다. 올해는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 GS벤처스가 출범했다. 지주회사와 계열사들의 출자금을 토대로 약정총액 1300억원의 펀드를 결성했다.
운용사 설립, 펀드 결성, 기업 지분 매입 등 일련의 행보는 성장성이 확고한 회사를 발굴해 신성장 동력을 구축하는 목표와 맞물렸다. 딜(Deal)의 옥석을 가려내는 과제가 중요하게 부각됐다. 투자 타깃이 되는 업체의 중장기 수익 실현 가능성을 전망하고 △인수 타당성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 등을 검토하는 역량이 주목을 받았다.
자연스럽게 CFO가 재무 건전성을 관리하는 전통적 업무에만 집중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대두됐다. 투자와 M&A에 보조를 맞추는 등 신사업 확장의 조력자 역할이 강조됐다. 전략통을 CFO로 선임하는 사례가 잇달아 나온 이유다.
GS그룹 관계자는 "CFO는 재무 회계 분야의 전문 지식뿐 아니라 기업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관련된 시각도 갖고 있어야 한다"며 "그룹 차원에서 활발한 투자 기조를 설정한 만큼, 미래 지향적 성장 전략을 수립하고 잘 이해하는 인물을 CFO로 중용하는 건 필수"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