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재무건전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려면 레버리지 지표와 커버리지 지표를 함께 봐야 한다. 전자는 '빚의 규모와 질'을 보여준다. 자산에서 부채와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을 비롯해 부채 내 차입금의 비중과 형태 등이 나타난다. 후자는 '빚을 갚을 능력'을 보여준다. 영업활동으로 창출한 현금을 통해 이자와 원금을 상환할 능력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더벨은 레버리지 지표와 커버리지 지표를 통해 기업의 재무 상황을 진단한다.
올해 초 두산그룹 지주사 ㈜두산은 상징적인 딜(Deal)을 이뤄냈다. 시스템반도체 테스트 업체인 '테스나'를 4600억원에 인수한 것이다. 두산솔루스(현 솔루스첨단소재)를 비롯해 두산인프라코어(현 현대두산인프라코어) 등 계열사 매각에 정신이 없었던 때를 뒤로 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에 과감한 승부수를 내건 셈이다.
두산그룹 회장 박정원 회장(사진)도 지난 달 테스나 사업장을 방문하는 등 새식구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두산그룹은 이날 반도체 사업에 향후 5년간 1조원 규모를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두산의 새로운 엔진이 될 반도체 사업의 중심이 되는 회사인 만큼 재무지표와 실적 등도 업계 관심사다. 이 지표들을 보고 테스나가 두산을 얼마나 빨리 회복시킬 지도 가늠해볼 수 있다.
◇3년 만에 매출·수익성 '3배 성장'…커버리지능력 '우수'
2002년 설립된 테스나는 성장 중인 기업이다. 작년(별도 기준) 매출은 2076억원으로 2020년(1325억원)보다 56.7% 늘어났다. 작년에서 시계를 2018년으로 돌리면 테스나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2018년 테스나의 매출은 작년 대비 3분의 1 수준인 653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도 매출이 늘어난 비율만큼 늘어났다. 2018년 테스나의 영업이익은 188억원이다. 작년에는 이 숫자가 541억원까지 늘어났다. 작년 영업이익률은 무려 26%다. 영업이익률 26%는 두산그룹 어떤 계열사에서도 기록하기 힘든 수치다.
각종 비용을 제외한 순이익 역시 빠른 성장세를 보인다. 작년 순이익은 472억원으로 전년(372억원)보다 약 100억원 많고 2018년(162억원)보다 약 3배 많다.
올해 역시 순항 중이다. 올해 1분기 기준 테스나는 매출 604억원, 영업이익 150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1분기와 비교하면 매출(440억원)은 37%, 영업이익(99억원)은 51.5% 늘어났다. 순이익도 올해 1분기 106억원을 기록해 작년(74억원)보다 43% 늘어났다.
뛰어난 현금창출력에 힘입어 차입에 대한 커버리지능력에는 이상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테스나의 이자비용은 31억원으로 이자보상배율은 17배가 넘는다.
◇저렴한 금리로 은행 대출 활용
테스나는 이자비용 자체는 현금창출력에 비해 적지만 차입금 규모가 작은 것은 아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테스나가 보유한 총차입금은 2246억원이다. 자산총계(5513억원)의 약 40.7%가 차입금인 셈이다.
이중 두산이 테스나 인수 과정에서 함께 사들인 신주인수권부사채(482억원)와 유동리스부채(184억원), 비유동리스부채(277억원)을 제외한 순수 은행차입 규모는 약 1178억원이다. 1분기 말 단기차입금 잔액은 240억원, 장기차입금 잔액은 938억원이다.
단기차입금 차입처는 KDB산업은행과 신한은행, IBK기업은행으로 이자율은 0.97~2.63%이다. 장기차입금은 1.40~2.58%의 연 이자율로 KDB산업은행을 이용하고 있다. 비교적 저렴한 이자율이 양호한 레버리지·커버리지지표의 비결이었던 셈이다.
견조한 현금창출력에 힘입어 테스나는 5월 말 장비투자에 나섰다. 시스템반도체 테스트 장비 신규 취득을 위해 총 1238억원의 현금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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