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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환 CJ CFO의 묘수? CGV지원에도 '배당' 여력 유지

현금 지원 대신 대여금 출자전환 검토…전임자와 다른 전략, 금융비용 통제

김형락 기자  2022-06-16 10:28:56
지주사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위아래로 챙길 게 많다. 신종환 CJ 재무전략실장(경영리더)도 마찬가지다. 위로는 최대주주인 이재현 CJ 회장을, 아래로는 계열사 재무사정을 살펴야 한다. 지주사인 CJ 배당을 늘리면서 계열사 재무 지원책을 수립하는 고차 방정식을 풀어가야 한다.

섣불리 조달활동을 할 수도 없다. 금융비용이 늘어날수록 배당 여력은 떨어지기 때문이다. 신 실장도 CJ가 과중한 이자 부담을 지지 않도록 신경 쓰는 모습이다. CJ가 종속기업 CJ CGV로 현금 납입 대신 대여금 출자전환을 저울질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CJ가 CJ CGV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참여 계획을 가지고 있다. CJ CGV로 나간 신종자본대출 2000억원(만기 30년, 2년간 금리 4.55% 이후 가산 조건)을 일부 혹은 전부 상계납입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CJ CGV가 4000억원을 조달하기 위해 진행하는 주주 우선 공모 CB(전환사채) 청약에 참여하지 않는 대신 유상증자에 단독으로 출자한다는 구상이다. CB 구주주 청약(다음 달 12일) 전에 합의사항을 공시할 예정이다.



자금 운용은 CJ CFO인 신 실장에게 주어진 임무다. CJ는 신 실장과 강상우 재경실장(경영리더)을 CFO로 두고 있다. 재무전략실장이 자금 운용·조달, IR 등 대외 업무를 담당하고, 재경실장은 회계, 세무 등 대내 업무 전담한다.

신 실장은 지난해 말 CJ CFO에 올랐다. CJ제일제당 재무전략실장(CFO)을 거쳐 지난해 4월 CJ 재경팀으로 전입했다. 당시 재경팀장은 강 실장이었다. CJ가 재경팀을 재무전략실과 재경실로 재편하면서 지금과 같은 재무조직이 꾸려졌다.

신 실장은 CJ CGV 공모 CB 청약을 손 놓고 구경만 할 수는 없다. CJ CGV가 기존에 발행해둔 32회차 CB(잔액 2226억원)가 잠재 물량으로 쌓여있기 때문이다. 추가로 CB를 발행하면 최대주주 지분 희석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CJ가 35회차 CB에 미청약 시 CJ CGV 지분율은 기존 39.97%에서 최대 25.59%(32·35회차 CB 주식 전환 시)까지 떨어질 수 있다. 지주비율(상장 자회사 20%)을 유지하는 수준의 지배력이다.



그렇다고 CJ CGV로 현금을 퍼줄 수도 없다. 지난 1분기 말 CJ가 별도 기준으로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243억원(단기금융상품 포함)이다. CJ CGV 최대주주에게 배정된 35회차 CB 청약 물량은 약 1599억원 규모다. 청약대금을 마련하려면 차입이 불가피하다.

CJ는 순수 지주사다. 현금 창출력은 자회사 실적에 따라 오르내린다. 브랜드 사용으로 인한 로열티, 투자 부동산 임대를 통한 임대료, 자회사에서 받는 배당금이 수익원이다. 주력 자회사인 CJ제일제당과 CJ ENM은 이익에 연동한 배당정책을 펴고 있다.

대규모 차입은 이자 지출을 수반한다. 금융비용이 증가할수록 배당재원은 줄어들 공산이 크다. 금융비용은 당기순이익 차감 요인이다. CJ는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을 기반으로 배당을 책정한다. 2020년부터 올해까지 별도 당기순이익(일회성 비경상이익 제외) 70% 이상 배당정책을 수립해뒀다.

CJ는 주당배당금을 유지 또는 상향하는 배당 기조도 지켜오고 있다. 현금 배당금 총액(우선주 포함)은 2019~2020년 600억원을 넘어, 지난해 772억원을 기록했다. 신 실장도 배당 기조에 부응하는 재무활동을 펼쳐야 한다. CJ 최대주주는 지분 42.07%를 보유한 이재현 회장이다.



전임 CJ CFO는 차입을 일으켜 CJ CGV를 지원했다. 2020년 당시 CJ 경영전략 총괄이었던 최은석 CJ제일제당 대표이사는 단기차입금을 끌어와 CJ CGV로 내려보냈다. CJ는 2020년 7월 CJ CGV 주주 배정 후 실권주 일반 공모 유상증자에 828억원을 출자하고, 12월에는 신종자본대출 2000억원을 집행했다. 2019년 말 660억원이었던 CJ 별도 기준 단기차입금은 이듬해 말 2800억원으로 늘었다.

2020년 말 재경팀장으로 CJ CFO에 오른 강 실장은 차입 구조를 손봤다. 회사채로 차환자금을 마련해 차입금 이자율을 낮추고, 만기를 장기화했다. CJ는 지난해 2월 공모 일반사채 3년물 1000억원(이자율 1.24%), 5년물 1500억원(이자율 1.57%)을 발행했다. 2500억원을 조달해 그해 4월이 만기인 공모 사채 1000억원(이자율 1.534%), 우리은행 단기차입금 800억원(금리 1.89%), 산업은행 단기차입금 700억원(금리 1.6%)을 상환했다. 2020년 말 3800억원이었던 CJ 별도 기준 총차입금은 지난 1분기 말 3294억원으로 여전히 3000억원 선을 웃돌고 있다.

신 실장에게 남은 출구 전략은 CJ CGV 신종자본대출 출자전환이다. CJ는 추가 현금 유출 없이 CJ CGV 지배력을 쥐고, CJ CGV는 이자 지출을 줄여 지주사와 계열사 모두 윈윈하는 방안이다. CJ가 CJ CGV 유상증자에 1500억원을 상계납입하면 최소 지분 31.47%를 사수할 수 있다.

CJ 관계자는 "CJ가 CJ CGV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지주사 보유 현금을 감안해 추가 차입 없이 기존 투입 자금을 활용하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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