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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우량기업 리뷰

에이테크솔루션, 삼성과의 전략적 동거 '왜'

②2009년 이후 최대주주 유영목 대표 32%, 2대주주 삼성전자 15.92% 체제 유지

정유현 기자  2022-06-07 10:29:49

편집자주

매년 5월이면 코스닥 상장사들의 소속부 변경 공시가 쏟아진다. 2022년 5월 기준 전체 1554개 코스닥 상장사 중 442개사(28%)가 우량기업부에 이름을 올렸다. 71개사가 우량기업부로 승격했다. 한국거래소는 코스닥 상장사를 우량기업부, 벤처기업부, 중견기업부, 기술성장기업부로 분류하고 있다. 기업규모, 재무요건 등을 충족한 기업만 우량기업부에 들어갈 수 있다. 다만 심사 기준 외에 우량기업부에 소속된 개별 기업들의 면면은 드러나지 않는다. 더벨은 새롭게 우량기업부 타이틀을 거머쥔 기업들의 사업, 재무, 지배구조를 들여다본다.
에이테크솔루션은 주주 구성의 변동이 적은 기업 중 하나다. 설립 초기에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유영목 대표(사진)를 중심으로 삼성벤처투자, 한국산업은행이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해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2009년 삼성전자가 FI 보유 지분을 인수하며 2대주주로 등극한 것이 지배구조의 마지막 이벤트였다. 이후 유영목 대표 32%, 삼성전자 15.92%의 지분 구조는 13년째 이어지고 있다.

2009년 삼성전자가 장비·부품 업체의 지분을 인수한 것은 에이테크솔루션이 처음이었다. 당시 삼성전자 계열사 편입에 대한 기대감이 솔솔 흘러나왔지만 협력사를 넘어선 관계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고객사이자 2대주주인 삼성전자와 에이테크솔루션은 전략적 사업 파트너 관계를 공고히 유지하고 있다.

에이테크솔루션의 최대주주는 올해 3월 말 기준 지분율 32%를 보유한 유영목 대표이사다. 유 대표는 홍익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후 삼성전자에서 △생산기술센터 정밀기술팀장 △생산기술센터 정밀기기팀장 이사 △금형사업부 상무를 거쳤다. 2001년 삼성전자 금형사업팀을 분사시켜 에이테크솔루션을 설립, 대표이사로서 회사를 이끌고 있다.

유 대표는 금형 기술뿐 아니라 금형을 이용한 부품 제작 분야로 외연을 확장시키며 기술 경영자로서 인정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유지하면서 증권가에서 기업가정신이 우수한 경영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에이테크솔루션 설립 당시 유 대표는 40.58%의 지분율을 보유했다. 특수 관계인 지분을 포함하면 48.2%의 지분율을 보유하며 독립적인 경영권을 유지했다. 2대주주는 10%의 지분을 보유한 삼성벤처투자의 'SVIC 5호 신기술투자조합'이었다. 2003년 한국산업은행을 대상으로 3자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하면서 2008년까지 지분율 5% 이상의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삼성전자가 주요 주주로 등장한 것은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해인 2009년 11월이다. 삼성전자는 시간외 매매 방식으로 삼성벤처투자의 'SVIC6호·14호'가 보유중인 에이테크솔루션의 주식 159만2000주를 263억원(주당 1만6550원)에 사들였다. 삼성전자는 보유 목적에 '에이테크 솔루션사와 협력관계 강화'라고 명시했다.

삼성전자가 에이테크솔루션에 투자한 것은 핵심 금형기술 유출을 막기 위한 사전 포석이자 금형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고(故) 이건희 회장의 경영 철학에서 비롯된 행보다. 이 전 회장은 디자인 경쟁력을 줄곧 강조해왔는데, 이 경쟁력을 위해서는 금형 기술력이 필수라고 판단했다. 2004년에는 금형, 사출 등의 협력사 지원 자금으로 1조원을 투입하라는 특별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2005년 '밀라노 선언' 이후 삼성전자는 디자인에 핵심 역량을 쏟으며, 제품 디자인 차별화의 기본 요소인 금형에 집중 투자한다. 에이테크솔루션에 지분 투자를 단행 후 1년 후인 2010년에는 광주광역시 첨단산업단지에 '삼성전자 정밀금형 개발센터'를 건립하기도 했다. 에이테크솔루션에 투자를 진행한 것은 금형 경쟁력 강화의 일환이자 핵심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특히 2019년 4월 코스닥 상장 후 에이테크솔루션의 기술력을 알아본 소니 등 일본 업체들이 에이테크솔루션의 지분 인수를 꾸준히 시도했다고 전해진다. 이를 파악한 삼성전자가 삼성벤처투자가 보유 중인 지분을 빠르게 인수하면서 협력 관계를 공고히 했다는 평가다. 고품격 디자인 경쟁력을 방어하기 위한 전략적 동맹을 선택한 것이다. 이때부터 유영목 대표 32%, 삼성잔자 15.92%의 지분율 구조가 형성됐다.

삼성전자는 에이테크솔루션이 실적 하락 등 부침을 겪을 때도 지분율에 변화를 주지 않았다. 특히 에이테크솔루션은 2012년 이후 배당도 실시하지 않고 있다. 주주 환원에 적극적이지 않은 기업이지만 투자 목적이 뚜렷하기 때문에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에는 삼성전자가 소부장 기업 등 다양한 협력사에 투자를 활발하게 진행하지만 이때만 해도 협력사에 투자를 진행하는 것이 생소했다. 이 때문에 에이테크솔루션이 삼성전자 계열사로 편입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계열사 편입을 위해 지분을 추가 매입한다는 시나리오였다.

하지만 증권가의 기대감은 실현되지 않았다. 금형 산업은 가전, TV, 휴대폰 등 전자 제품보다 자동차 산업에서 수요가 큰 편이다. 삼성전자의 계열사로 편입돼 삼성 중심의 매출 구조를 가져가는 것보다 독립적인 회사로서 다양한 기업들과의 거래 관계를 맺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을 내렸을 것으로 보인다.

에이테크솔루션은 삼성전자의 TV와 생활가전 금형을 제작하기도 하지만 자율 주행 등 자동차 관련 부품과 금형 기술에 무게를 싣고 있다. 삼성전자와 주주이자 협력사 관계를 유지하면서 자동차 부품사로의 미래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에이테크솔루션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지분참여 외에는 당사의 경영에 일절 참여하지 않고 있다"며 "삼성전자의 상생협력 분야 외에는 고객사를 넘어선 관계는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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