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라그룹은 이탈리아 스포츠 브랜드 ‘휠라’를 품에 안은 후 2011년 또 다시 대규모 인수합병(M&A)에 돌입했다. 이를 통해 2016년 타이틀리스트·풋조이 브랜드로 유명한 아쿠쉬네트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를 통해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아쿠쉬네트의 최초 영업권으로 3829억원을 계상했다. 이로부터 5년 뒤 지난해 말 해당 가치는 3958억원으로 책정됐다. 금액으로만 보면 영업권 가치가 높아진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환산차이에 의한 결과로 분석된다.
실질적으로는 아쿠쉬네트 사업부 중 2018년 풋조이에서 96억원, 2020년 쉬스에서 45억원의 손상차손이 각각 발생했다. 이외의 타이틀리스트 등의 사업부는 손상차손이 일어나지 않은 최초 영업권 가치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휠라그룹은 아쿠쉬네트가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면서 실적 목표 등을 제시했고 영업권이 높게 책정됐다고 설명했다. 이를 감안하면 손상차손을 최소화한 것으로 나름 선방한 성적이라고 평가했다.
◇미래에셋PE의 제안과 대담한 결정
휠라그룹은 2011년 미래에셋자산운용 프라이빗에쿼티(미래에셋PE)로부터 제안을 받으면서 아쿠쉬네트 인수에 전략적투자자로 참여하게 됐다. 당시 미래에셋PE가 5억2500만달러, 우리블랙스톤PE-네오플럭스가 1억달러를 투자했다.
그리고 휠라그룹이 1억달러를 들여 지분 12.5%를 확보했다. 아쿠쉬네트 지분 100%의 인수금액 12억2500억달러(1조4000억원 가량) 중 나머지 5억달러는 산업은행으로부터 조달했다. 이 가운데 휠라그룹은 매년 4.15%씩 5년 동안 총 20.6% 지분을 추가로 인수해나갔다.
2016년 아쿠쉬네트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고 미래에셋PE는 2017년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아쿠쉬네트 보유 지분을 모두 매각했다. 이로써 현재 휠라그룹은 매그너스홀딩스를 통해 아쿠쉬네트 지분 52%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난해 7월 휠라그룹은 매그너스홀딩스에 출자한 자금을 통해 아쿠쉬네트 인수에 따른 채무 전액을 조기 상환했다. 이로써 아쿠쉬네트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모두 온전히 수취할 수 있게 됐다. 휠라그룹이 인식한 매그너스홀딩스의 장부가액은 지난해 말 기준 5372억원이다.
해당 자금을 투입하면서 휠라그룹은 아쿠쉬네트 지분 52%를 채무 없이 온전히 소유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그 기간 동안 아쿠쉬네트의 지난해 매출은 2017년 대비 39% 증가한 2조4576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2061억원으로 130% 증가했다.
◇아쉬운 손상차손 ‘풋조이·쉬스 사업부’
아쿠쉬네트 인수에 따른 영업권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지만 아쉽게도 풋조이와 쉬스 사업부에서 손상차손이 발생했다. 먼저 2018년 아쿠쉬네트 내 풋조이 사업부에서 영업권 손상차손이 발생했다. 풋조이 사업부의 영업권은 96억원 손상차손이 반영되면서 현재 261억원으로 낮아졌다.
골프볼·골프클럽·타이틀리스트기어·타이틀리스트어패럴 사업부에서는 2016년 상장하면서 목표했던 실적을 달성하면서 손상차손이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풋조이 사업부는 장부금액이 회수가능액을 초과하면서 영업권 가치가 다소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이후 아쿠쉬네트는 2019년 스키와 골프의류 브랜드 쉬스(Kjus)를 인수함에 따라 휠라그룹은 2020년 해당 사업에 대한 영업권으로 45억원을 계상했다. 쉬스는 알파인스키 선수 출신의 라세 쉬스(Lasse Kjus)와 스위스 기업 디디 세레나(Didi Serena)가 공동으로 출시한 브랜드다.
이를 통해 아쿠쉬네트는 스위스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또한 타이틀리스트·풋조이에 이어 쉬스까지 품에 안게 됨에 따른 브랜드 다각화 효과도 노려볼 수 있었다. 다만 기대만큼의 실적을 거두지 못하면서 2020년에 45억원의 영업권 손상차손을 인식했다.
이러한 손상차손이 발생했지만 휠라그룹은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아쿠쉬네트 인수는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다. 여전히 핵심 사업인 타이틀리스트의 볼·클럽·기어·어패럴의 영업권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중이다. 그만큼 아쿠쉬네트의 기업가치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는 의미다.
휠라그룹 관계자는 “아쿠쉬네트가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면서 목표를 높게 제시했고 이에 따라 영업권이 최초 계상됐다”며 “이에 비하면 나름대로 선방한 성적을 거뒀고 영업권 손상차손도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