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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리스크 점검

SK이노베이션, 통화 파생상품 적은 이유는

원유 매입·석유제품 수출 위주 내추럴 헤지 표방…유가 변동성 고려해 익스포저 최소화

김형락 기자  2022-04-27 16:18:35

편집자주

기업이 가장 피하고 싶은 것은 '불확실성'이다. 환율은 예측할 수 없다. 그럼에도 환율 리스크는 기업 입장에서 결코 방치할 수 없는 요소다. 기업 경영 과정에서 관리를 통해 불확실성을 최대한 걷어내는 것이 환율 리스크 관리의 핵심이다. 최고재무관리자(CFO)는 환율 리스크 관리의 총괄이자 책임자다. 더벨은 각 기업이 마주한 환율 리스크 이슈와 관리 현황을 살펴본다.
SK이노베이션은 환 위험 관리 정책에서 통화 파생상품 활용도가 낮은 편이다. 연결 매출 절반 이상을 책임지는 석유사업 외화 매입·매출 거래에 기댄 내추럴 헤지(Natural Hedge) 방안을 채택하고 있다. 원재료인 원유 수입과 석유제품 수출로 달러 유출입이 수시로 맞물리면서 헤지가 이뤄지는 형태다.

SK이노베이션은 외화금융부채가 외화금융자산보다 큰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달러화 금융자산과 금융부채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달러화 금융자산은 51억달러(6조234억원), 달러화 금융부채는 68억달러(8조423억원)다. 달러화 금융부채가 금융자산보다 17억달러(2조188억원) 많다. 환율 변동 시 외화금융자산·부채에서 발생한 이익과 손실이 서로 상쇄되기 어려운 여건이다.




외화 차입 등 조달 재무활동으로 노출된 환 위험 일부는 파생상품으로 헤지하고 있다. 헤지를 실시한 외화 포지션은 순외화금융부채에 못 미친다. 지난해 말 연결 기준으로 SK이노베이션이 보유한 파생금융상품(위험 회피 수단으로 지정되지 않은 파생금융상품 기준) 중 자산으로 분류한 통화스왑 계약은 703억원이다. 통화선도계약 자산과 부채는 각각 61억원, 98억원이다.

통화스왑과 통화선도 계약은 환율 변동 위험 회피에 활용되는 대표적인 파생상품이다. 통화선도계약은 계약된 환율로 정해진 만기에 한 차례 통화를 교환하고, 통화스왑은 일정 기간 정해진 환율로 통화를 교환하는 계약이다.




SK이노베이션은 통화 관련 파생상품보다는 석유사업 영업활동으로 순외화부채 환차손익을 상쇄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환 위험을 벗어난 과도한 포지션만 통화 파생상품으로 헤지를 걸어둔 셈이다.

SK이노베이션은 SK그룹 석유·화학 부문을 총괄하는 중간 사업 지주회사다. 석유사업은 SK에너지, SK인천석유화학,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이 화학사업은 SK지오센트릭, SK인천석유화학이 담당하고 있다. 이외에 윤활유 부문은 SK루브리컨츠가 배터리 부문은 SK온, 소재 부문은 SK아이티테크놀로지 등이 전담하고 있다. 각각 SK이노베이션 종속기업으로 묶여 있는 곳들이다.

석유사업 매출 기여도가 가장 크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46조8429억원) 중 63%(29조5972억원)를 석유사업에서 거뒀다. 나머지 부문 매출 비중은 화학사업 20%(9조5433억원), 윤활유 7%(3조3509억원), 배터리 6%(3조397억원) 순이다.

석유사업은 영업활동에서 환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원유를 해외에서 달러로 사오고, 이를 정제해 생산한 석유제품과 화학제품을 수출해서 달러를 벌어들이는 구조다. 특히 석유사업 부문은 내수보다 수출 비중이 높아 환율 변동으로 인한 현금흐름 영향을 관리 가능한 수준에 두고 있다.

종속기업 SK에너지와 SK인천석유화학의 원재료 매입과 매출실적으로 석유사업 달러 거래 규모를 가늠해볼 수 있다. 지난해 SK에너지와 SK인천석유화학 원유 매입액은 각각 15조6394억원, 4조8458억원이다. SK에너지 매출 비중은 해외판매 44%(27조3459억원), 수출 29%(18조3204억원), 내수 27%(16조6386억원)로 나뉜다. SK인천석유화학 매출은 수출 55%(3조3222억원), 내수 45%(2조7720억원)로 구분된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달러로 원유를 들여오고, 석유·화학제품 수출도 달러로 이뤄져 환율 변동이 상당 부분 저절로 헤지가 된다"며 "세전손익에 반영된 외환차손을 영업이익단에서 상쇄하는 효과를 내 최대한 환율 중립 상태를 만들려 한다"고 말했다.

순외화부채의 환차손익과 영업이익에서 발생하는 환율 변동 영향이 서로 상쇄된다는 설명이다. 관리회계 영역이라 재무제표로는 구체적 금액이 드러나지 않는다. SK이노베이션은 외화 관리 규정에 따라 감내 가능한 목표 익스포저(Exposure)를 설정하고, 설정된 환 위험 허용 한도를 벗어나는 과도한 외화 포지션에 대해서는 헤지를 실시한다는 원론적 지침만 밝히고 있다. 지난해 각 외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5% 변동할 때 뒤따르는 법인세차감전순이익 변동 폭은 플러스(+)·마이너스(-) 572억원이었다.

내추럴 헤지로 환율 변동을 리스크를 줄여도 국제유가 변동에서는 자유로울 수는 없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실적이 유가에 흔들리는 부분을 고려해 환율 노출 익스포저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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