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는 아시아, 유럽 등 해외에 주요 거점을 두고 있다. 외환 거래가 활발한 만큼 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관리하는 사안이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다.
대표적인 정책 수단이 '통화선도계약'으로, 약정 환율을 토대로 외화를 사고 팔면서 환율 변동성에 대응한다. 중국 현지 법인은 통화선도계약을 활용해 3억8500만달러(4741억원) 규모의 자금을 위안화 뭉칫돈과 교환하는 등 환 리스크 관리에 주력하고 있다.
외화자산과 부채의 균형을 갖추는 건 지속적인 해결 과제다. 미화로 표시된 화폐성자산과 부채의 격차가 약 7400억원으로, 차이가 400억원대인 유로화 자산·부채와 견줘 상당히 많은 편이다. 환율 등락에 따른 손익 변동 위험이 큰 만큼 달러화 자산·부채의 갭(gap) 해소가 시급하다.
◇달러 환율 5% 상승하면 세후손익 280억 감소
삼성SDI는 환율의 등락에 따른 영향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정책 목표를 수립했다. 2021년 사업보고서를 통해 "수용 가능한 한계 이내로 '시장 위험' 노출을 통제하는 목적을 설정했다"며 "미래 예상 환율 변동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율 변화로 공정가치나 미래현금흐름이 바뀌는 리스크는 시장 위험의 일종이다.
외화자산과 부채의 균형을 도모하는 게 관건이다. 외화환산손익의 변동 폭이 작아지는 만큼 환율 변화에 따른 위험을 완화할 수 있어서다. 작년 말 달러화로 표시된 화폐성자산은 3조1204억원을 기록했다. 달러화 부채의 장부 금액은 3조8600억원으로, 7400억원가량 갭이 발생한다.
반면 유로화로 표시된 자산과 부채의 격차는 작은 편이다. 유로화 자산이 1898억원으로, 1403억원인 부채의 장부가보다 약 495억원 많다. 엔화 등 기타 외화 역시 차이가 미미하다. 자산(4297억원)과 부채(4732억원)의 갭이 435억원에 그쳤다.
여타 외화와 견줘볼 때 달러로 표시된 자산과 부채의 차이가 상대적으로 크다. 달러 환율의 등락에 따라 순손익이 큰 폭의 변동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삼성SDI의 2021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5% 오르면 세후손익은 280억원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안·톈진 배터리 자회사, 달러 차입금 상환
삼성SDI는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줄이기 위해 통화선도계약을 활용한다. 미리 정한 교환 가격에 맞춰 미래에 특정 통화를 매매하는 내용에 주안점을 뒀다. 만기일에 약정한 금액을 금융기관에 넘겨주면 계약한 시점에 정했던 환율로 바꾼 자금을 받는 방식이다.
작년 말 연결 기준으로 삼성SDI가 공시한 통화선도계약은 10건이다. 모두 중국 현지 자회사에서 체결했다. 시안에서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운영하는 'SAPB'에서 5건을 약정했다. 톈진에서 2차전지 생산 시설을 가동하는 'SDITB'에서 나머지 5건의 계약을 맺었다.
달러화와 위안화를 교환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계약 규모는 3억8500만달러로, 4741억원에 이르는 금액이다. 시안 법인 SAPB에서 1억6000만달러(1970억원)를, 톈진 법인 SDITB에서 2억2500만달러(2771억원)를 매입했다. 약정한 환율은 1달러당 6.5~6.9위안 구간대에 형성됐다.
시안·톈진 법인은 달러 자금을 주로 차입한다. 금융기관에서 달러화 표시 금액을 대출 받으면서 적용금리가 위안화보다 낮은 대목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빌린 금액은 현지 생산 시설을 확충하고 유지·보수하는 데 쓰인다.
삼성SDI 관계자는 "달러화로 표시된 부채를 상환하는 전제 조건은 위안화 자금의 달러 환전"이라며 "자연스럽게 달러당 위안 환율의 변동성에 대응하는 게 관건인 만큼 통화선도계약이 리스크 관리에 적절한 정책 수단"이라고 덧붙였다.
통화선도계약 10건의 유지 기간을 살펴보면, 2건의 만기가 올해 도래한다. 나머지 8건은 2023년까지다. 앞선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만기가 다가오는 통화선도계약은 새로운 약정환율에 맞춰 갱신한다"며 "이달 기간이 만료된 건도 달러당 위안 환율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만기를 늘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