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이 멀티 스튜디오 전략을 추진하면서 영업권 관리가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자회사 또는 손자회사로 다양한 제작 스튜디오를 두는 전략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발굴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수익성을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제작 스튜디오 인수 과정에서 영업권이 점차 불어나는 가운데 매년 손상검사를 통한 실적 변동성도 커질 전망이다.
◇2021년 무형자산 23% 급증, 영화콘텐츠 제작사 잇단 인수
CJ ENM은 2021년말 연결기준 무형자산이 1조3219억원이다. 이는 전년대비 23.3%(2498억원) 증가한 규모다. 무형자산은 2019년과 2020년 각각 1조379억원, 1조721억원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해오다 지난해 큰폭으로 증가했다.
무형자산이 증가한 건 CJ그룹 차원의 중장기 비전과도 맞닿아 있다. CJ는 '컬처(Culture)·플랫폼(Platform)·웰니스(Wellness)·서스테이너빌리티(Sustainability)’를 4대 성장엔진으로 삼고 2023년까지 총 10조원 이상의 투자를 실시할 계획이다. 특히 브랜드, 미래형 혁신기술, AI/빅데이터, 인재 등 무형자산 확보와 AI 중심 디지털 전환에 3년간 총 4조 3000억원을 투자한다.
CJ ENM은 이같은 비전 아래 멀티 스튜디오 전략을 펼치면서 무형자산을 늘리고 있다. CJ ENM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산하에 각각 차별성을 갖춘 스튜디오를 자회사로 배치해 K-콘텐츠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최근 신설법인으로 ‘CJ ENM 스튜디오스’를 설립한 것도 이 같은 전략의 일환이다. 지난해 중장기 비전 발표 당시 물적분할로 신규 스튜디오를 설립하려 했지만 더블카운팅 이슈 탓에 주주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대안으로 자본을 출자해 자회사 스튜디오를 새로 만들었다. 이에 앞서 9200억원을 들여 엔데버콘텐트의 경영권을 확보한 것도 멀티 스튜디오 전략의 핵심 퍼즐이었다.
CJ ENM은 더불어 지난해 자회사로 영화 콘텐츠 제작사를 잇따라 인수했다. 엠메이커스(지분율 51%), 모호필름(58%), 밀리언볼트(55%) 등에 투자했다.
엠메이커스는 강제규, 김현석, 조의석, 이병헌 4명의 영화감독이 주축으로 설립한 제작사다. 영화제작사인 모호필름은 박찬욱 영화감독이 대표로 있다. 밀리언볼트는 애니메이션 '라바' 제작진이 만든 스튜디오다. CJ ENM은 이외에 용필름(53.65%), 만화가족(52.73%) 등의 제작사도 사들였다.
◇영업권 손상검사 순손익 변수…'기업가치 1조' 엔데버콘텐트 인수에 '이목'
CJ ENM의 영업권은 이 과정에서 증가했다. 영업권은 장부상 무형자산에 포함되는 계정이다. 인수합병(M&A)을 위해 지급한 대금이 피인수 기업의 순자산가치 등을 초과할 때 발생한다. 5개 제작사에 대해 영업권으로 계상한 금액은 879억원에 달한다
세부적으로 엠메이커스 168억원(취득가격 184억원), 모호필름 131억원(152억원), 밀리언볼트 218억원(277억원), 용필름 130억원(150억원), 만화가족 221억원(229억원) 등이다. 이를 고려하면 제작사 인수금액이 순자산가치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라는 의미다. 그만큼 무형자산에 대한 가치를 높게 책정해 인수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달리 2020년 영화제작사 블라드스튜디오를 532억원에 인수했는데, 영업권은 절반수준인 231억원에 그쳤다.
기업들은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라 영업권에 대한 매년 손상 검사를 시행, 현금창출단위별(Cash Generating Unit. CGU) 회수 가능액이 장부가액에 미달한다고 판단하면 손상차손을 인식한다. 인수기업의 입장에선 피인수기업이 일정수준 이상의 이익을 벌어들여야 장부가치를 유지할 수 있다.
영업권 손상차손은 손익계산서상 영업외손익으로 잡히는데 순이익을 감축하는 효과를 불러온다. 이 경우 CJ ENM의 별도기준 영업실적이 양호하다고 해도 영업권 손상차손에 따라 손익이 악화될 수 있다. 올들어 인수를 완료한 미국 제작 스튜디오 엔데버콘텐트의 영업권이 얼마로 계상될지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체 기업가치만 1조원으로 지분 80%를 9200억원에 인수했다.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등 유형자산이 거의 없는 제작 스튜디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영업권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인수기업 입장에서 실적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를 관리할 필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