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금융그룹이 1년 만에 다시 계열사 매각 카드를 꺼냈다. 의료기기와 골프 등 비금융 계열사 군살 빼기를 시작했고 이번에는 웰컴캐피탈을 매각하며 주력인 금융 계열사에 역량을 집중하려는 모습이다.
이번 매각을 통해 몸집 불리기를 멈추고 핵심 자회사를 중심으로 내실 성장을 위한 실탄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웰컴금융그룹의 지주사인 웰컴크레디라인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도 증가할 전망이다. 웰컴금융그룹은 계열사 매각으로 확보한 유동성을 통해 자본 배치를 효율화할 과제를 안게 됐다.
◇2년간 계열사 3곳 정리 웰컴금융그룹은 최근 2년간 계열사 3군데를 정리했다. 첫 번째 매각 대상은 지난 2022년 1월 인수했던 미건의료기다. 약 21억 원에 지분 100%를 사들였으나 1년 8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보유 지분 전량을 매각했다.
골프용품 제조업체 '케이디엑스(KDX)골프'도 지난해 3월 파산했다. 웰컴금융의 오너 개인회사인 디에스홀딩스(25.92%)와 케이엠엘벤처스(32.22%)가 보유하고 있던 KDX골프는 중국 현지 공장 생산 중단 등 악재에 파산 선고를 받았다.
이번에 매각을 완료한 웰컴캐피탈은 웰컴금융그룹이 정리한 사업 중 가장 규모가 크다. 미건의료기 인수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웰컴금융그룹은 에너지 전문회사인 ST인터내셔널에 웰컴캐피탈 지분 100%를 1000억원 안팎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웰컴금융그룹의 유동성에 숨통을 틔울 것으로 보인다. 웰컴캐피탈은 4대 금융지주 계열 캐피탈사보다 낮은 A3-등급에 머무른 탓에 조달비용 부담이 커지고 부동산PF 악화로 연체율이 급등하는 상황이었다. 웰컴금융 측에서는 단기간 내 경영 정상화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매각을 통해 확보한 유동성으로 위기 관리와 자본 재배치를 도모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그간 웰컴캐피탈은 웰컴금융그룹 내에서도 유동성이 취약한 계열사였다. 1년 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부채 대비 자산 비율이 88%에 달하면서다. 게다가 외부 차입금의 약 64%는 그룹 계열사의 보증을 통해 이뤄졌다. 사모사채 일부도 그룹 계열사가 인수하는 등 그룹의 재무적 지원이 활발했다. 이번 매각으로 웰컴금융그룹 차원에서도 재무 부담을 덜어낼 전망이다.
◇ 포트폴리오 재편 위한 실탄 마련 웰컴크레디라인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019년 약 720억 원에서 2020년 4191억 원으로 6배 가까이 증가했다. 2021년과 2022년에도 각각 5290억원, 6651억원 수준으로 늘었다. 작년에는 3138억 원으로 반토막난 상태였다. 1000억원대로 추정되는 웰컴캐피탈 매각 대금이 그룹 핵심 계열사에 자본을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데 여력을 더해줄 것으로 보인다.
비금융 계열사 정리도 이미 시작됐다. 웰컴금융은 미건의료기 매각에 이어 렌탈업 계열사인 웰릭스렌탈의 신규 사업도 중단했다. 추가 영업에는 나서지 않으면서 기존 고객 서비스만 유지하는 식이다. 웰컴금융 측은 "당분간 추가적인 계열사 매각이나 M&A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자본의 효율적 배치도 한창이다. 웰컴캐피탈의 자본은 지난 2020년 약 430억원에서 2021년 1012억원, 2022년 1040억원으로 증가해 왔다. 하지만 작년 말 기준으로 964억원으로 줄었다. 지난해 초부터 Sh수협은행이 웰컴캐피탈 인수를 시도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웰컴금융 측이 이전부터 매각을 염두에 두고 효율적 자본배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웰컴캐피탈 매각을 마무리한 웰컴금융그룹이 선택과 집중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부터 수협은행을 상대로 웰컴자산운용 매각도 시도한 바 있어 핵심 법인인 웰컴저축은행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란 관측이다.
캐피탈업계 관계자는 "캐피탈과 저축은행이 할 수 있는 비즈니스가 비슷한데다 조달금리에 있어서 메리트를 받기 어려웠던 웰컴캐피탈은 경쟁력이 없다는 판단에서 포트폴리오를 재편한 것으로 보인다"며 "수신기능이 있는 웰컴저축은행의 자금조달 경쟁력을 바탕으로 핵심 자회사 위주의 영업을 전개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