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본시장에서 사모투자펀드(PEF) 운영사는 여전히 부정적인 꼬리표를 달고 있다. 기업을 싼 값에 산 뒤 비싸게 되팔아 시세차익을 남기는 '투기자본' 또는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기업의 경영권을 공격하는 '기업사냥꾼'이라는 인식이다.
하지만 경영 전문가들이 모인 사모투자펀드가 경영권을 인수해 기업의 이사회 구조를 바꾸고 더 효율적이고 투명하게 개선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미용기기 전문기업 '클래시스'도 그 중 한 곳이다.
클래시스는 2022년 글로벌 PEF운용사 베인캐피탈이 경영권을 인수했다. 베인캐피탈은 경영권 인수 이후 이루다 볼트온 등 PMI 전략을 구사했다. 이사회 구성도 대폭 변경됐다. 구성뿐만 아니라 이사회 내 소위원회도 대폭 신설됐으며 선임사외이사도 선임되는 등의 변화도 있었다.
◇베인캐피탈 심사역 4명,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사회 합류 기존 클래시스 이사회는 사내이사 중심의 이사회였다. 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3명 등 총 7명으로 운영됐다. 이사회 의장은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정성재 대표이사가 맡았다. 사내이사진도 클래시스에 오래 몸담은 임원들로 구성됐다.
베인캐피탈이 경영권을 쥐면서 이사회 구성은 대폭 변경됐다. 2022년 3월 말 주주총회를 통해 이사회는 8명으로 다시 꾸려졌다. 기존에 과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던 사내이사 대신 기타비상무이사가 대거 진입하며 사내이사 1명, 기타비상무이사 4명, 사외이사 3명으로 구성된 이사회가 새로 탄생했다.
기타비상무이사는 모두 베인캐피탈 소속 심사역들이다. 지난 6월 말 기준으로는 김동욱 파트너 김현승 전무, 최용민 전무, 박완진 상무가 등재돼있다. 경영권 인수 직후에는 이정우 베인캐피탈 한국대표가 기타비상무이사로 참여했지만 올해 3월 주총에서 최용민 전무에게 바통을 넘겼다.
김동욱 파트너와 김현승 전무는 베인캐피탈 PE부문 소속으로 클래시스 투자를 이끌었던 이들이다. 투자를 계기로 포트폴리오 관리를 위해 기타비상무이사까지 맡은 것으로 보인다. 김동욱 파트너는 베인앤컴퍼니,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을 거쳐 2020년부터 베인캐피탈 한국사무소에 몸담고 있다. 김현승 전무는 베인앤컴퍼니와 유니슨캐피탈에서 활약하다 2018년 베인캐피탈로 자리를 옮겼다. 두 사람은 2022년 인사에서 나란히 승진하기도 했다.
베인캐피탈은 앞서 2017년 국내 보톡스 전문기업 휴젤을 인수해 2021년 엑시트(투자금 회수)했다. 당시에도 4명의 기타비상무이사가 휴젤 이사회에 합류했다. 베인캐피탈 소속 인사가 휴젤 기타비상무이사를 겸직하면서 경영에 관여했다.
◇소위원회 3개 신설, 선임 사외이사제도 도입 클래시스 이사회가 베인캐피탈 산하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은 소위원회다. 기존 창업주 체제 하에서 소위원회는 감사위원회뿐이었다. 클래시스는 별도 기준 자산 총액이 2조원 미만 상장사로 감사위원회 설치 의무 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2020년 감사위원회를 신설했다.
클래시스는 베인캐피탈 체제 2년차인 지난해 5월 소위원회 3개를 새로 설치했다. 보상위원회와 이사후보추천위원회, 사외이사협의체다.
보상위원회는 이사 및 경영진의 보수의 적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치됐다. 통상 기업 이사 또는 경영진의 보수는 주주총회에서 한도를 정하고 이사회에서 결의를 통해 지급한다. 이때 사내이사는 ‘셀프’ 보수 지급하는 사례도 간혹 나온다. 하지만 지배구조 선진화를 꾀하는 기업의 경우 보상위원회를 별도로 설치해 이 같은 사례를 미연에 방지한다.
클래시스의 경우 보상위원회는 사외이사 1명과 기타비상무이사 2명으로 구성됐다. 성과에 따른 보수 지급 대상이 되는 사내이사를 배제하고 사외이사와 기타비상무이사로만 구성원을 꾸려 급여 지급의 객관성을 높였다. 통상 PE 소속 심사역들은 포트폴리오 기업 이사회에 참여해도 기업으로부터 보수를 받지 않는다.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사외이사 1명, 사내이사 1명, 기타비상무이사 1명으로 꾸려졌다.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이사회 구성원 선발에서 독립성과 투명성을 높일 목적으로 설치된다. 상법상 자산 총액 2조원 이상인 상장사는 의무적으로 설치해야하는 위원회 중 하나다.
선임 사외이사제도 도입됐다. 선임 사외이사제도는 대표이사 또는 사내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을 경우 적절한 균형과 견제를 위해 별도로 사외이사를 대표하는 선임 사외이사를 선정하는 제도를 말한다. 클래시스 이사회는 선임사외이사로 박준홍 사외이사를 선임했다. 박 사외이사는 소속 사외이사 3명으로 구성된 사외이사협의체를 소집할 권한을 가진다. 사외이사협의체 또한 사외이사의 경영 감독 및 지원 기능을 높인다는 목적으로 지난 5월 신설됐다.
이 같은 지배구조 개선 노력에 외부 ESG평가 등급도 해마다 개선됐다. 클래시스는 올해 MSCI ESG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다. 2022년 B등급, 지난해 BBB등급에 이어 한 계단씩 높아졌다. 국내 서스틴베스트 ESG 경영 종합평가에서도 지난해 하반기 ‘AA’ 등급을 획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