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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불참'의 의미

원충희 THE CFO부 차장  2024-10-11 07:49:50
불참. 사전적으로는 '어떤 자리에 참가하지 않거나 참석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불참하는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아프거나 다른 급한 사정이 생겼거나 거리가 멀어 약속장소까지 이동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등.

기업 이사회에서도 불참 사례가 간혹 눈에 띈다. 예컨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경우 지난 2월 26일과 3월 27일에 열린 이사회에 불참했다. 다른 스케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이사회 불참은 공적, 개인적 사정에 의한 게 많다.

의도적으로 불참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 같은 행동은 안건에 대한 반대 의사 표명으로 해석되고는 한다. 사외이사의 경우 경영진(사내이사)들이 있는 이사회 회의장에서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히는 게 부담스러워서다.

그렇다면 기타비상무이사는 어떨까. 사내이사도 사외이사도 아닌 이사회 구성원으로, 주로 지분관계가 있는 곳의 임원들이 연결고리 차원에서 들어와 맡는 직책이다. 해당 회사와 비즈니스 관계가 있다 보니 사외이사 또는 사내이사와는 지향하는 바가 다를 수밖에 없다.

이렇기에 기타비상무이사의 불참은 꼭 반대를 뜻하진 않는다. 요즘 한창 뜨거운 고려아연을 보자. 지난 2일 이사회를 열고 2조7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공개매수를 의결했다. 주당 83만원에 최대 15% 지분을 확보한다는 의안이다. 표면적인 이유는 주주가치 제고지만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조치임을 알만한 사람들은 안다. 반대 측인 영풍·MBK파트너스는 해당 안건에 찬성한 이사진을 고소할 정도로 반발했다.

이날 기타비상무이사 자리에 있는 김우주 현대자동차 전무는 불참했다. 반대라기보다 애초 경영권 분쟁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의도다. 현대차 입장에선 분쟁 당사자들보다 고려아연 자체가 사업적 파트너로서의 가치가 있고 누가 승리하던 현대차와의 협력을 저버리지 않는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1년 전으로 시간을 돌려보자. 고려아연 이사회는 지난해 8월 한화그룹을 대상으로 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안건을 통과시켰다. 기타비상무이사인 장형진 영풍 고문이 이사회에 불참하면서 등기이사 11명 가운데 10명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장 고문의 불참은 반대 의미였다. 다만 소수인 만큼 반대를 피력해봤자 대세에 영향을 주지 못하니 이사회에 나서지 않는 것으로 의사를 밝혔다.

이사회 불참이란 행동으로 의사를 표명하는 것을 옳고 그르냐로 따질 순 없다. 혹자는 소신 없는 행동이라 비판하는 반면 또 다른 측에서는 면전에서 옥신각신하며 감정 상하기보다 자리를 피해줌으로써 껄끄러운 대립을 완화한다는 시각도 있다. 어느 쪽이든 이사회를 좀 더 역동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는 실마리가 된다는 점에서 유심히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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