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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엘앤에프는 범GS가로 분류되는 기업이다. 오너 일가인 허제홍 의장이 13년째 이사회를 이끌고 있다. 허 의장은 GS그룹 창업주인 허만정 명예회장의 증손자다. 허 의장은 2021년부터 엘앤에프를 전문경영인 체제로 바꾸며 대표이사 직에서 내려왔지만 이사회 자리는 지키고 있다. 오너 일가가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는 점에서 이사회 구성 요소에서 감점 요인으로 작용했다.
평가개선프로세스는 유독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사회 다양성이나 참여도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이사회 활동을 평가하기 위한 시스템 마련은 개선이 필요하다.
◇ 총점 255점 중 135점에 그쳐…폐쇄적 이사회 영향 탓
THE CFO가 실시한 '2024 이사회 평가'에서 엘앤에프는 총점 255점 중 135점을 받았다. 이사회 평가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구성 △참여도 △견제기능△정보접근성 △평가개선프로세스 △경영성과 등 6개 분야에서 이사회 구성 및 활동 내역이 평가됐다.
먼저 구성 분야에서는 평균 2.4점을 얻었다. 9개 항목, 45점 만점에 총 22점을 얻는데 그쳤다. 구성 분야 평가 항목은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선임 여부, 사외이사 비율, 사외이사 소위원회 위원장 선임 여부, 이사회 규모, 이사회 내 위원회 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구성, BSM(Board Skills Matrix) 활용 여부, 다양성, 지원조직 유무 등이다.
엘앤에프는 오너 일가인 허제홍 의장이 이사회를 오랜 기간 이끌어오면서 구성 점수를 깎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허 의장은 현재 13년7개월째 이사회 의장을 맡아오고 있다. 지난 2000년 엘앤에프가 설립된 이후부터 계속해서 허 의장이 이사회를 이끌고 있다. 최근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 운영이 중시되며 여러 기업들은 의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추세다.
견제기능의 총점은 3.3점으로 엘앤에프의 각 부문 점수 중에서는 양호한 편이다. 다만 오너 중심의 이사회 특성상 경영진이 참여하지 않는 사외이사만의 회의를 열기가 어렵다는 점, 최고경영자 승계정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반면 내부거래위원회를 통해 내부거래(특수관계자 거래)를 적절히 통제하는 점은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다.
◇ 전방산업 부진에 경영성과 '미흡'…평가개선프로세스 최하위
엘앤에프는 이사회 평가를 가늠하는 평가개선프로세스 부문에서도 최하위 점수를 받았다. 총점 35점 중 13점 얻어 평균 점수가 1.9점에 그쳤다. 참여도나 견제기능 분야에서 각각 3.5점, 3.3점을 받은 점을 감안할 때 매우 낮은 점수다.
전방산업 부진으로 최근 실적이 부진한 탓에 경영성과 부문에서도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경영성과 부문은 총 7개 항목으로 구성돼 총 35점 만점이다. 엘앤에프는 경영성과 부문에서 13점을 받았다. 자기자본이익률(ROE), 총자산이익률(ROA) 등 수익성 지표는 모두 1점을 받아 평균치를 밑돌았다.
전기차 배터리 소재인 양극재를 공급하는 엘앤에프는 최근 전기차 업황 부진으로 지속적인 적자를 나타내고 있다. 올해 엘앤에프는 연간 영업적자가 3680억원으로 작년(2220억원) 대비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원자재 가격 하락과 맞물린 전기차 수요 둔화 현상이 이어지면서 내년에도 큰 폭의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