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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탄 확보' LG디스플레이, 잠자던 'P10' 깨우나

중국 다녀온 정철동, IT OLED 투자시점 관심

김도현 기자  2024-09-30 16:43:29
2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할 LG디스플레이의 행보가 주목을 받는다. 올 4분기 흑자전환까지 예고되면서 추가 투자 여력이 생겼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전환 중인 만큼 방향은 확실한 상황이다.

관건은 디스플레이 업황과 경영진의 결단 여부다. 오랜 적자로 재무구조가 악화한 만큼 투자 결정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방산업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점도 한몫한다.

업계에 따르면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이달 25일 중국 광저우로 가 다음날 현지 액정표시장치(LCD) 공장 매각 계약을 체결한 직후 한국으로 돌아왔다. 앞서 TV용 패널을 주로 생산하는 광저우 LCD 공장을 처분하기로 한 것과 관련된 계약이다. 중국의 저가물량 공세로 수익성이 크게 낮아진 데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BOE, CSOT 등 중화권 업체들이 관심을 표했지만 올 8월 CSOT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당초 해당 팹의 몸값은 1조원 내외로 추정됐으나 경쟁이 붙으면서 1조원대 중반~후반까지 뛰었다는 후문이다.

*CSOT가 운영하게 될 LG디스플레이의 광저우 LCD 공장

이후 양사는 긴밀하게 협상을 진행했고 최종 매매 대금은 108억위안(약 2조300억원)으로 정했다. 내년 3월 말 거래가 완료된다.

금액 규모는 기대 이상이란 평가가 많다. 정 사장이 직접 협상 테이블에 앉는 등 적극적인 자세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들어 5년 만에 신디케이트론 차입 계약을 체결하는 등 자금 마련에 심혈을 기울였다. 작년에는 최대주주인 LG전자로부터 총 1조원을 빌리고 1조3600억원의 주주배정 유상증가를 결의하기도 했다. 수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낸 여파다. 이번 실탄 확보가 더욱 의미 있는 배경이다.

매각 목적에 대해 LG디스플레이는 "대형 LCD 생산법인 지분 매각을 통한 OLED 사업 중심으로의 체질 개선"이라고 밝혔다.

해당 계약과 별개로 LG디스플레이는 정보기술(IT) 및 차량용 LCD 사업은 지속한다. 다만 언급한 대로 무게중심은 OLED에 맞췄다.

이에 따라 LG디스플레이가 언제, 어디에 조단위 자금을 활용할 것인가가 관심사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2023년과 2024년 연간 시설투자액으로 3조5000억원, 2조원을 책정했다. 2조원이 들어올 내년에는 최소 올해보다 많은 돈을 쓸 것으로 관측된다.

LG디스플레이는 용처에 대해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나 일부는 차입금 상환에 사용될 확률이 높다. 나머지 또는 추후 벌어들일 자금을 생산능력(캐파) 증대에 투입할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올 4분기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추산한다.

투자 측면에서는 세부 영역이 관전 포인트다. 업계에서는 OLED 중에서도 8.6세대 IT용을 유력 후보처 중 하나로 꼽는다.

8.6세대 IT용 OLED는 유리원장을 키워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것이 골자다. 이미 삼성디스플레이와 BOE는 관련 작업에 착수했고 CSOT, 비전옥스, 티엔마 등도 투자를 예고했거나 준비 중이다.

LG디스플레이는 아직이다. 메인 플레이어 중 가장 늦지만 반전의 계기는 있다. 경기 파주사업장 내 'P10' 공장이 대상이다. 이곳은 10.5세대 TV용 OLED 라인을 구축하려던 곳이나 업황 악화로 2023년 초에서 2028년 초까지 마무리 일정이 밀린 상태다. 외관공사를 끝낸 지 5년이 훌쩍 넘었지만 중간에 용도가 변경되는 등 LG디스플레이의 아픈손가락으로 여겨진다.

OLED TV 확산세가 예상보다 더딘 가운데 P10에 8.6세대 IT OLED 라인이 들어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미 LG디스플레이는 복수의 협력사들과 관련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파악된다.

안팎에서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여긴다. 초대형 공장을 언제까지 놀릴 수 없는데다 경쟁력 유지 차원에서 8.6세대 IT용 OLED 투자가 적어도 내년까지는 이뤄져야 한다는 평가가 다수이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10.5세대용으로 지어졌기 때문에 물리적인 환경이 적합한 공장"이라며 "일부 설비 투자까지 단행돼 전용 시설만 추가하면 전환하는 데 큰 무리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현시점에서 LG디스플레이는 8.6세대 IT용 OLED 투자 관련 외부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와 별개로 내부에서는 고민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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