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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건설, 신사업 매각 속도…모듈러·IDC·해외 '집중'

비핵심 계열사 연내 정리 전망…재무구조 개선 기대, 신성장 동력 발굴 '숙제'

이재빈 기자  2024-09-26 15:37:41
허윤홍 대표가 GS건설 포트폴리오 재편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GS엘리베이터 매각을 두고 최근 법적 구속력이 있는 매매계약을 체결했고, 수처리 자회사 GS이니마 매각 과정에서도 이달 중 법적 구속력이 있는 인수의향서를 접수한다. 이르면 연내 매각 작업이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매각을 통해 조 단위 현금 유동성이 공급되면 GS건설의 재무건전성이 크게 개선될 수 있다. GS건설은 현재 이자비용이 영업이익을 상회하고 부채비율이 200%를 웃돌고 있다. 허 대표 입장에서도 취임 1년 만에 재무구조를 개선했다는 시장의 평가를 받게 된다. 다만 신사업 부문 매출이 감소할 수 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GS엘리베이터 SPA 체결…GS이니마, 이달 법적 의무 있는 제안서 수령

26일 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전날 GS엘리베이터 지분 매각에 관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구체적인 계약 조건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SPA는 기업 인수합병(M&A) 거래에서 주식 매매의 조건과 세부사항 등을 규정하는 핵심이다. 거래 당사자와 대상 주식, 가격, 지급방법 등이 기재돼 있다. 통상 기업실사와 협상 등을 거쳐 SPA가 체결된 후 M&A가 마무리된다. 법적 구속력이 있는 계약인 만큼 GS엘리베이터 매각작업이 9부 능선을 넘었다고 볼 수 있다. GS건설은 올해 초 매각 작업에 착수했다.

GS건설 입장에서는 아픈 손가락인 자회사를 매각함에 따라 재무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됐다. 앞서 2020년 7월 50억원을 출자해 GS엘리베이터의 전신인 자이메카닉스를 설립했다. 하지만 설립 이후 꾸준히 적자를 기록하면서 9차례에 걸친 유상증자를 통해 325억원을 추가 투입했다.

GS엘리베이터는 2020년부터 2023년까지 4년 동안 228억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봤다. 올해 상반기에도 7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자본총계가 20억원으로 축소됐다. 235억원의 부채를 보유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추가적인 증자 없이는 운영이 어려운 상태다.

수처리 자회사인 GS이니마 매각도 속도를 내고 있다. GS건설은 올해 초 골드만삭스를 매각주관사로 선정하고 GS이니마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스페인 건설사와 호주 인프라 펀드, 글로벌 수처리 업체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구매 의향서를 제출했다. 구매의향서는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계약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는 문서다.

GS이니마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GS엘리베이터와 달리 지난해 522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한 알짜 자회사다. 구매 의향서를 제출한 컨소시엄 외에도 다수의 인프라 펀드가 GS이니마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니마 매각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펀드는 스웨덴 EQT, 스위스 Quaero, 프랑스 Antin 등이다.

GS건설은 이달 중으로 법적 구속력이 있는 매수 희망가격과 인수조건 등이 포함된 블라인딩 오퍼를 제출받을 예정이다. 입찰자로 선정된 기관은 실사와 협상 등을 거쳐 매매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빠르게 진행될 경우 연내 매각작업 완료도 가능하다.

시장에서는 GS이니마 매각이 무난하게 성사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허가와 운영권 획득이 중요한 수처리 산업의 특성으로 인해 신규 설립이 아닌 M&A를 통한 사업확장이 일반적인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의향서를 제출한 컨소시엄 구성 회사들도 M&A를 통한 수처리 사업 확장에 적극적인 기업들이다.

GS이니마의 시장가치는 1조원 이상이다. 컨소시엄의 의향서 제출을 보도한 현지 매체는 GS이니마의 기업가치로 10억 유로를 제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 약 1조5000억원 수준이다. KB증권은 지난 1월 보고서를 통해 GS이니마의 기업가치를 약 1조6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조 단위 현금 유동성 확보, 신사업 매출 30% 이상 감소 '타격'

두 자회사의 매각이 마무리되면 GS건설의 재무건전성이 크게 개선된다. 상반기 말 별도기준 GS건설의 부채비율은 207.7%로 부채가 자본을 2배 이상 웃돌고 있다. 금융비용 부담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순차입금비율도 56%에 달한다. 이자보상배율은 0.6배로 영업을 통해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GS이니마 매각으로 1조5000억원의 현금이 유입된다고 가정하면 차입금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상반기 말 GS건설의 순차입부채 2조4316억원의 61.7%에 달하는 현금이 유입되는 셈이다.

올해 주주총회를 통해 새로운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된 허 대표 입장에서도 경영능력을 입증하게 된다. 허 대표는 검단사태의 조속한 해결과 훼손된 재무건전성 개선을 목표로 GS건설 CEO에 취임했다. 연내 매각 작업이 마무리되면 취임 1년 만에 재무건전성 개선이라는 과제를 해결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신사업 부문에서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GS이니마가 이탈하는 만큼 새로운 신성장 동력 발굴이 필요할 전망이다. 지난해 GS이니마의 매출은 4930억원으로 1조4144억원을 기록한 신사업본부 전체 매출의 34.9%를 기록했다. 경영권을 포함한 전체 매각을 실시하면 당장 재무건전성 개선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는 대가로 신사업본부 매출이 급감하게 된다.

남게 되는 신사업 중 가장 규모가 큰 분야는 프리팹(Pre-Fab) 사업이다. GS건설은 글로벌 모듈러 시장 진입을 위해 폴란드의 단우드(Danwood S.A.)와 영국의 엘레멘츠(Elements)를 보유하고 있다. 각각 목조와 철제 구조의 모듈을 생산 및 공급한다.

베트남 개발사업도 GS건설의 신사업본부가 맡고 있다. 호치민에서 남쪽으로 약 10km 떨어진 냐베 지역에 민간 주도로 한국형 신도시를 개발하는 한편 도로도 건설하고 있다.

다만 해당 사업들은 아직 실적에 유의미한 기여를 하지 못 하고 있다. 엘레멘츠는 상반기 77억원의 순손실을 보면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다. 베트남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두 법인도 상반기에 도합 48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단우드를 지배하고 있는 GS건설의 폴란드 법인 정도가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120억원을 기록하며 선방하고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신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진행하고 있다"며 "데이터센터를 비롯해 프리팹, 해외개발 등 공간과 에너지에 관련된 신사업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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