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문턱을 넘은 항암 신약 ‘렉라자’로 주식시장에서 유한양행의 존재감이 상당폭 달라졌다. 올해 3월 시가총액이 6조원대에 불과했지만 이달 기준 12조원대까지 확대됐다.
코스피 시장에서 유한양행의 몸값은 상위 30위권으로 높아졌다. 10조원대 매출을 벌어들이는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데 주목된다. 당장 시장에서는 유한양행이 렉라자의 글로벌 진출로 2조원대 매출이 4000억원 더 늘어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지만 주식시장에서 보는 잠재가치는 그 이상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8월 파트너사 얀센 '렉라자' 병용으로 FDA 승인 '주가 상승' 모멘텀
유한양행은 24일 주식시장에서 주가 14만8200원, 시총 11조8870억원으로 출발했다. 오전 한 때 시총이 12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불과 반 년 전인 올해 3월만 해도 유한양행의 시총은 6조원에 불과했다. 계속된 하락장 탓에 5월 말에는 시총이 5조원 중반대로 떨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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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상승의 불씨를 당긴 이벤트는 6월 미국임상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ASCO 2024)부터였다. 당시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의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파트너사인 얀센은 MARIPOSA(렉라자+리브리반트) 3상 연구에서 경쟁약물 타그리소 단독요법 대비 질병 진행 또는 사망위험을 30% 감소시켰다는 데이터를 공개했다.
얀센은 MARIPOSA 3상 연구결과를 기반으로 FDA 승인 절차를 준비한다고 밝혔고 이 소식으로 5조원 중반대였던 유한양행 시총이 6조원 중반까지 확대됐다. 이후 시총은 꾸준히 상승세를 타다가 FDA 승인 발표 시점인 8월 20일 이후 더욱 가파르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당시 8만원대 주가가 현재 16만원대까지 올랐다. 시총은 3개월 만에 12조원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코스피 상위 50개 중 ‘유일한’ 제약사, 10조 매출 차이에도 우뚝
코스피 시장 내 유한양행의 입지도 달라졌다. 현재 코스피 시총 순위 34위에 이름을 올렸다. 상위 50개 기업 목록에 이름을 올린 유일한 제약사이기도 하다.
유한양행과 비슷한 입지에 자리하고 있는 기업은 삼성SDS와 SK텔레콤 등이다. 이들은 모두 연간 10조원 이상의 매출을 꾸준히 올리고 있는 기업이다.
작년 기준 연간 매출액이 1조8590억원에 불과한 유한양행이 10조원대 매출을 올리는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결국 렉라자 효과라는데 의견이 몰린다.
유한양행이 렉라자로 벌어들일 수 있는 매출은 글로벌 판매 로열티와 국내 판매 매출 정도일 것으로 추산한다. 렉라자와 리브리반트가 세계 폐암치료제 시장의 70%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보는 시장의 전망치를 감안하면 유한양행이 연간 수취할 로열티는 3000억원가량이다. 국내 매출액 역시 건강보험 급여 적용 영향으로 1000억원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를 고려하면 렉라자의 해외진출로 유한양행은 2조원 매출이 대략 2조 5000억원 정도로 늘어날 것으로 단순계산된다. 그러나 시장에서 보는 유한양행의 몸값은 이보다 10배 많은 매출을 기록하는 기업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렉라자 이상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배경으로 거론된다.
우선 렉라자 단독요법에 대한 타 국가 진출 및 단독요법 상업화 기대감이 있다. 최근 국제폐암연구협회(WCLC)에서 렉라자 단독요법이 경쟁 약인 ‘타그리소’와 무진행 생존기간이 유사한 것으로 발표됐다. 미국 외 글로벌 전역에서 렉라자 단독으로도 상업화 할 길이 열린 셈이다. 물론 이 역시 판권은 얀센이 보유하고 있지만 유한양행은 추가 마일스톤 및 로얄티를 수령할 수 있다.
렉라자의 미국 진출을 계기로 R&D에 더욱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데 따라 새로운 파이프라인의 추가 성과도 기대감으로 꼽힌다. 후속 파이프라인으로 △YH32367(면역항암제 이중항체) △YH35324(알레르기 치료제) △YH35995(고셔병 치료제)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지아이이노베이션으로부터 도입한 YH35324가 가장 빠른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