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Red & Blue

'도메인 1위' 가비아, 사업 호황에도 외인 '변심'

IT 계열사 속속 편입, 클라우드·SaaS 사업외연 확대 지속

이종현 기자  2024-09-12 08:17:50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How It Is Now

정보기술(IT) 기업 가비아의 사업이 최대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습니다. 본업의 순항과 인수합병(M&A)으로 내실 있는 성장을 이어가는 중입니다. 하지만 이와 대조적으로 가비아의 주가 부진은 장기화되고 있습니다. 최근 4개월 동안 하루 거래량 10만주를 넘은 적이 없을 정도로 투자자의 관심이 싸늘한데요. 최근에는 52주 최저가 수준으로 주가가 내려앉았습니다.

가비아의 주가가 우하향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4월부터입니다. 3월경 2만원대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큰 낙폭 없이 점진적인 하락을 반복했습니다. 국내 증시가 폭락했던 8월 5일 1만2310원까지 하락한 후 1만3000원대로 회복했었지만 지난 10일 종가 1만2430원에 장을 마감했습니다.

가비아에게 있어서 가장 큰 문제는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악재로 인한 주가 하락이라면 실적 상승이나 악재 소멸로 반등할 수 있겠지만 가비아의 주가는 별다른 악재 없이 5개월여 만에 40% 이상 하락했습니다. 글로벌 IT 장애 등 동종업계 기업이 주목받는 이슈 때도 반등하지 않았습니다.

투자자의 무관심이 가장 눈에 띕니다. 지난 5월 8일 하루 거래량 12만주를 기록한 것을 끝으로, 4개월 동안 일일 거래량 10만주를 넘은 날은 하루도 없습니다. 최근 20거래일의 거래량 합은 39만2468주로, 하루 평균 2만주 이하입니다. 지난 5월부터 개인이 10만1342주, 기관이 2만2951주를 매수한 반면 외국인은 11만9635주를 매도하며 주가 하락의 원인이 됐습니다.

가비아의 주가에 대한 열쇠를 쥔 것은 외국인 투자자입니다. 가비아는 지난 10일 기준 외국인 보유율 28.96%로 동종업계 중에서도 특히 높은 편입니다. 특히 한국 스몰캡에 투자하는 피델리티퓨리탄트러스트와 미리캐피탈은 각각 지분 10.03%, 9.93%를 보유한 2·3대주주인데요. 외국인 투자자들의 선택에 따라 주가의 향방이 좌우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Industry & Event

가비아는 1998년 설립된 벤처 1세대 기업으로, 코스닥에는 2005년 상장했습니다. 도메인과 호스팅 사업을 통해 기반을 다졌고 사업 영역을 확장해 왔습니다. KINX, 가비아CNS, 엑스게이트, 에스피소프트, 놀멍쉬멍 등을 종속기업으로 두고 있는데 이중 엑스게이트와 에스피소프트는 코스닥 상장사입니다.

핵심 사업은 호스팅과 클라우드 등으로 IT 인프라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클라우드, 인터넷연동(IX) 등을 주요 사업으로 삼고 있는 가비아와 KINX의 매출이 전체 연결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입니다. 이밖에 그룹웨어와 쇼핑몰·홈페이지 제작, 네트워크 보안, 클라우드 운영관리 등 다방면의 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최근 특히 공을 들이는 것은 클라우드 사업입니다. 가비아는 정부 인증을 받은 서비스형 인프라(IaaS)를 바탕으로 공공 클라우드 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공공 클라우드 시장에서는 네이버클라우드, NHN클라우드, KT클라우드 등에 이어 점유율 4위 수준을 유지 중입니다.

최근에는 클라우드 운영관리 사업(MSP)에도 힘을 싣고 있습니다. 아마존웹서비스(AWS)의 공식 컨설팅 파트너사로, 이용료 지원 등 혜택으로 신규 고객 확보에 나섰습니다. 최근에는 계열사인 에스피소프트가 MSP인 유호스트를 인수하면서 사업을 보다 강화하기도 했습니다.


실적은 순항 중입니다. 공시를 통해 확인 가능한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꾸준히 매출 성장을 이뤘습니다. 특히 성장에 속도가 붙은 것은 2018년부터인데요. 2018년 연결 기준 매출액 1287억원이었던 가비아는 지난해 2615억원으로, 5년 만에 2배 이상 매출을 불렸습니다. 매출 성장 속 순이익률은 매년 10%를 넘겼습니다.

매출 성장의 원동력은 M&A입니다. 사업의 핵심 축을 이루는 가비아를 비롯해 엑스게이트, 에스피소프트 등은 M&A로 계열사에 편입된 케이스입니다.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지닌 기업을 인수하는 기조를 이어왔습니다.


◇Market View

가비아를 다룬 증권사 리포트는 2022년 이베스트투자증권이 마지막입니다. 정홍식 애널리스트는 '인터넷 인프라 서비스의 성장'이라는 당시 리포트를 통해 그룹웨어와 클라우드의 성장을 주목하면서도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는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Keyman & Comments

가비아의 핵심 키맨은 창업주이자 최대주주인 김홍국 대표입니다. 도메인 분야 1위 기업이라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인터넷 연동, 클라우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시키며 지금의 가비아를 만들었습니다. 다만 대외 활동을 꺼리는 '은둔의 경영인'으로 평가됩니다.

더벨은 가비아의 최근 주가 동향과 주요 사업 전략 등을 묻기 위해 김 대표나 주요 임원과의 통화를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습니다. 대신 질문을 할 IR 담당자도 부재중으로 연결되지 않았습니다.

가비아 관계자는 "주가는 어떤 목적이나 의도가 있다기보다는 자연스러운 상황"이라면서 "외부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걸 조심스러워해서 연결이 어렵다"고 답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