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업계가 위기를 겪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과 개인사업자 대출 등에서 부실이 발생하며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다. 충당금 적립액도 커지면 수익성 악화로까지 이어진다. 건전성과 수익성 관리란 '이중고'에 처한 저축은행이 위기대응 체계를 어떻게 구축해 운영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SBI저축은행이 올해 하반기 예치금 운용 전략을 선회했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예치금 규모를 최소화하며 규모를 줄여왔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비중이 작았고, 기업공개(IPO) 등 수신자금 인출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올 하반기에는 예치금 규모를 확대할 방침이다. 만기가 돌아오는 예수금에 대한 유동성 대응에 주력하기 위해서다. 한때 1조6000억원까지 치솟았던 기타예치금 규모가 다시 1조원 수준까지 높아질지 관심이다.
◇부동산PF 비중 0.8%, 중앙회예치금 3분기 연속 '0원'
저축은행은 위기를 직면해 대출 영업을 늘릴 수 없을 때 예치금이란 카드를 꺼내 든다. 예치금 운용 수익이 대출 영업을 통한 이자수익보단 적지만, 부실이 늘어나는 부작용 없이 여유자금을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중앙회나 타 금융사에 예치하는 방식이다.
SBI저축은행은 예치금 운용에 있어 유연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의무적으로 예치해야 하는 지급준비예치금(지준예치금)을 제외하고는 중앙회예치금과 기타예치금 규모가 때에 따라 크게 변하는 모습이다.
중앙회 지준예치금은 예금자의 인출 요구에 대비해 매월 일정 비율을 의무 예탁하고 있다. SBI저축은행은 이 규모를 의도적으로 증감시키진 않고 있다고 밝혔다. 총여신 규모가 줄어들면서 지준예치금도 작년 말부터 감소했다. 올 상반기 말 기준 5159억원으로 작년 말(6110억원)과 비교해 15.56% 줄었다.
주목할 점은 중앙회예치금이다. SBI저축은행은 올 상반기 전체 예치금 규모를 줄여왔다. 특히 작년 말 중앙회예치금은 0원을 기록했다. 작년 9월 말 중앙회예치금 규모는 2500억원이었다.
업계 전체적으로 작년 하반기부터 부동산 대출 부실위험이 커지자 안정적인 자산 운용을 위해 중앙회예치금 규모를 늘리는 경향이 있었는데, 부동산PF 비중이 총대출의 0.87%에 불과한 SBI저축은행은 예외였던 것으로 분석된다.
◇상반기 예치금 최소화→하반기 '수신 만기 집중'에 예치금 늘린다
SBI저축은행은 지난 3분기 동안 중앙회예치금을 이용하지 않고 있다. 예치금 운용 전략은 기타예치금에 방점이 찍혀 있는 모습이다. 국민은행 외 다수 금융기관에 예치된 기타예치금 규모는 작년 9월 말 1조6148억원까지 치솟았다. 전 분기(4908억원)보다 229% 뛴 수치다.
이는 2022년 말 발생한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여파로 유동성 비율을 높게 가져간 결과로 분석된다. 기타예치금 규모는 예년보다 높은 수준이지만, 작년 말부터 눈에 띄게 줄었다. 기타예치금은 작년 말 1조1222억원, 올해 3월 말 9101억원으로 1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올해 6월 말 8252억원으로 정점 대비 48.9% 감소했다.
SBI저축은행은 '더벨 위기대응 체계 설문조사'에서 "기업공개(IPO) 등 수신자금 인출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시중은행 수시입출금상품 위주로 기타예치금을 운용하고 있다"며 "특히 올해 상반기 보유자금을 최소화해 운영하면서 중앙회예치금은 사용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나 SBI저축은행은 올 하반기 예치금 운용 전략에 변화를 줄 것이라고 밝혔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하반기 대부분 저축은행과 마찬가지로 4분기 수신 만기가 집중돼 유동성 대응을 위해 예치금 규모를 확대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는 SBI저축은행이 올해 위기로 꼽은 유동성 대응의 하나로 풀이된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6개월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예수금 규모는 5조5595억원으로 전체 예수금 잔액 11조4769억원의 48.44%에 해당한다. 같은 기간 유동성비율은 153.33%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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